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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 Jan 06. 2022

닥치고 방문하라 17화

왜 기다려야 하나요? _ 이달의 닥방사 

지금까지 닥방이 무엇인지, 어떤 닥방을 해왔는지, 닥방에도 컨셉이 필요하다거나 닥방의 에너지는 '살자고'라던가 등등의 주제를 다뤄봤어요. 닥방을 하는 '나의 경험 이야기'를 중심으로 말이에요. 


그래서 오늘은 방향을 살짝 틀어서 "닥방에서 만난 '환대'"를 다뤄 보려 해요. 닥방에서 '환대'를 받는 경우는 흔치 않아요. 원치 않는, 기대하지 않은, 예상 밖의 손님을 반갑게 맞는 것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니거든요. 오기를 바랐던 사람이 아니라, 모르는 누군가가 문을 쓱 열고 문턱을 넘어 들어오는 닥방은 이 시대의 정서에 몹시 어울리지 않는 것일 터입니다. 그 곳이 누구나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게 열린 문이라고 하더라도요. 


그러니까 우리는 불친절한 대접을 감수하고 닥방을 시행합니다. 회사가 요구해서, 내 마음이 요구해서! 하지만 불친절을 감수하고 환영받지 못할 자라는 생각을 머리에 가지면 절대 아름다운 모습으로 문턱을 넘어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런 긴장감으로 닥방을 시도하지 못하고 지금도 어떤 문 앞에서 몸을 떨고 망설이는 닥방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원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내처 버리고 싶지는 않을 정도로 예의 바르고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말>과 <들어와 들어와> 그림책의 글작가 이달입니다."라고 말할 수초의 시간은 벌고 문안으로 들어서야 합니다. 첫문장을 통해, 문턱을 넘어들어온 손님이 누군인지 확인을 하면 최소한 상대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를 수초 더 기다려 주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짜증을 내며 "나가세요!"이런 박대를 받는 일 또한 "어서 들어오세요."라는 환대만큼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믿으면 닥방이 조금은 쉬워 집니다. 


그런데 닥방을 많이 하다 보면 세상에는 애초에 '환대'가 몸에 벤 분들을 있다는 걸 믿게 됩니다. 닥방을 온 걸 알면서도 정말 한없이 따스하게 사람을 맞아줍니다. 내게도 그런 소중한 경험이 몇 차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닥방을 온 목적을 잊어버리게 되기도 합니다. 왜냐고요? 닥방을 다니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긴장, 불안, 두려움이 있거든요. 문턱을 넘어서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 순간에 닥방자의 마음엔 다음 대응을 하려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에요. 그런 상태의 닥방자를 몹시 반겨주며 환대를 해준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그대로 마음이 녹아내려 버리지 않을까요? 그런 공간은 누구에게라도 그런 공간일 터입니다. 


가게 문에 매달린 차임이 울리고 바로 들려오는 "어서오세요"하는 인사. 따스한 미소가 건너옵니다. "뭘 도와드릴까요?"라고 묻습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하고 자리를 안내합니다. 그 공간 안에 닥방자가 머물 자리가 있다는 건 또 어떤 위안이 될까요? 그런 환대가 몸에 벤 분들은 보통 닥방자의 마음을 잘 압니다. 그래서 또 묻습니다. "따뜻한 차라도 한잔 하실래요?" 그리고 곧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차 한잔이 앞에 놓여집니다. 정말 잠깐 쉬고 싶어지는 마음, 그대로 손님이고 싶은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들과 왔던 캐리어를 열지 않고 그대로 앉아서 내어주신 차를 마시고 그냥 이야기를 듣다가, 책을 두어권 사서 나오게 되는 그런 곳이요. 


그렇게 손님을 환대하는 곳과는 오랜 단골이 됩니다. 그래서 환대를 아낌없이 베풀어 주시는 사장님들은 내가 애초에 닥방자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손님인 것으로만 알고 계시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아마도 회사의 특성, 업무의 특성으로 닥방을 해야 하는 분들이라면 나의 이 말을 아실 겁니다. 아주 오랜 뒤에야 내가 닥방자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이미 그들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마음을 주고받으며 여러 관계들이 쌓인 뒤일 때가 있습니다. 어느 순간에 누가 과연 닥방을 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말입니다. 그런들 저런들 어떠한가 싶어지는 '환대의 기술'! 


나는 이것이야 말로 가장 놀라운 경지의 닥방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기억하는 서점 중에 한곳이 바로 원주 터득골입니다. 원주 터득골에 대표님은 아직도 내가 닥방자인지 모르실지도 모릅니다. 그냥 그렇게 나는 터득골에서 내 삶의 여러 순간을 쉬게 하였고 터득골에는 가끔 나의 책들이 머물기도 하지만 그냥 서로가 맞아주는 그런 곳. 세상에는 이런 공간들이 제법 있지요? 여러분에게 아낌 없는 환대로 여러분의 마음을 닥방한 곳은 어디인가요?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그리고 잠시 환대의 기술을 가진 그 분들을 떠올려 보세요.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죠? 영혼 깊숙히까지 문턱을 넘어들어오는 환대. 놀라운 힘을 가진! 


그리고 여러분에게만 알려드려요. 브런치 글쓰기에 재미를 붙인 까닭에, 한 작가님과 콜라보로 이 곳에 라방으로 말씀드린 <아주아주 커다란 개를 만나면 : Facing the dog>을 연재해 보려고 해요.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 전해 봅니다. 


이달의 닥방사는 이제 브런치로만 만나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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