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고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평소와 같은 유연함을 유지하는 건 힘든 일이다. 실제로 그러지 못했고 그 가운데 나는 계속 닳아가는 기분.
당장 급한 일은 이제 정리되었는데 이미 소진된 에너지는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사진도 찍지 않고 있고, 뭐 하나 쓰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저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언제까지고 이럴 순 없으니..
그동안 이사를 위한 대출을 알아보러 은행에 열 번 정도 방문했다. 대출이라니 손이 떨리긴 했지만 매달 나가는 월세를 내느니 대출이 덜 무서웠다. 진작 이런 정책을 알았으면 돈을 조금 더 모을 수 있었을 텐데. 그동안 흘러나간 월세가 아깝다.
주말마다 부동산을 돌고, 내가 일하는 날에는 남자친구가 혼자서 부동산을 돌았다. 얼추 서른 곳이 넘는 집을 보고 돌다리도 부서지도록 두드리고 나서야 계약을 했다.
이 모든 일은 우리 엄마의 도움 없이 이루어졌다.
가계약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남자친구에게 말했다. 이제야 어른이 되는 기분이라고.
뿌듯하기 보다 허탈한 기분이라 마음이 이상했던 것 같지만.
이미 한참 전에 했어야 할 인사를 올해는 여러 번, 꾸준히 보내고 싶다.
엄마 손을 놓지 못한 어린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