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이나 어딘가로 이동할 때 주로 팟캐스트를 듣는다.
이제 취향이라고는 사라진 음악을 듣는 것도 시간 낭비처럼 느껴지게 되었고, 책을 읽자니 또 눈은 아프니 책 보는 것을 미루는 핑계로 듣게 된.
원래는 송은이, 김숙의 비밀 보장만 듣다가 뜸해졌는데 일간 이슬아 초여름호를 받아 보면서 이슬아 작가가 출연(?) 했던 각종 채널의 회들을 챙겨 듣게 되었다. 책읽아웃과 서늘한 마음 썰이라는 채널이었는데 아무래도 늘 텐션이 높은 내가 뭔가 쓰고자 하는 욕구가 생겼을 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구독 리스트에 추가했다. (텐션이라는 말이 적합하지 않다는 건 트위터에서 보고 공감을 하긴 했는데 딱히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책읽아웃은 예스 24에서 제작하고 작가분들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서늘한 마음 썰은 총 세명이 어떤 한 가지 주제를 가져와 이야기하는 구성이다.
이런 아무 형식 없는 형식의 글을 쓰게 되면서 생경했던 단어들을 노트에 적고 있는데, 책을 읽지 않을 때에는 책읽아웃을 듣다 나오는 작가들의 말에 있는 단어들을 적는다. 알지만 말로 잘 쓰지 않았던 단어들이나 의미는 알지만 정확한 뜻을 모르는 것들도 하나씩. 아무것도 적지 않는 날이 더 많지만 천천히 적다 보면 언젠가 작은 노트 하나 정도에 들어있는 단어들은 전부 내가 사용할 수 있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아무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나누는 게 좋고 공감할 만한 이야기도 있고 듣다 보면 읽어보고 싶은 책도 생긴다.
한동안 책읽아웃을 듣다가 요즘은 이야기할 수 있는 대화 상대가 필요한 탓인지 서늘한 마음 썰을 주로 듣는다. 애인에게도 말했지만 듣다 보면 나도 그 자리에 끼어서 같이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주제만 가지고 대화를 하는데 여러 사람의 생각과 내 생각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어 좋다. 애인과는 매일 붙어있다시피 하니까 놀고먹는 일과에만 치중되어 있을 때가 있는데 함께 팟캐스트를 듣고, 그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더 좋다. 단순한 일상이 팟캐스트를 듣는다는 패턴 하나로도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랄까. 역시 사람은 대화를 하고 살아야 해.
나는 비밀 보장을 정주행 한 지 꽤 되었고, 남자 친구는 이제 비보에 빠져서 정주행 중인데 그 모습을 보는 일도 즐겁다. 함께 있으니 더 닮아가는 게 맞는가 보다.
얼마 전 방송되었던 책의 한 구절을 적어본다.
이 책은 나중에 꼭 사서 읽어봐야지.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서로를 알아볼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지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 함께 있을 때만 견뎌지는 결여가 있는데, 없음은 더 이상 없어질 수 없으므로 나는 너를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신형철, 정확한 사랑의 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