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올 자리부터 챙기느라 내 몸, 내 얼굴 신경 쓸 틈 없는 삶을 시작한 지도 이제 거의 12년? 애들 어릴 때 보단 많이 나아졌다 위로하며 살긴 하지만 주말 내내 부대끼고 비비며 지내다 월요일 아침이 되면 미련이 가득한 옛 연인처럼 뒷걸음질 치며 그 자리를 보고 또 돌아보게 된다.
마주 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
잔나비의 노랫말처럼 남아 있을 아이들의 안녕을 위해 반듯하고 정돈된 일상을 밥상 차리듯 차려놓고 떠나는 일이 월요일엔 더 힘겹고 짠~하다.
아침상, 점심상 말고도 마련해 주어야할 일상이 많다.
미라클 모닝을 추구하지도 않는데 4시 30분에 딱 떠진 눈에 억울한 맘을 접으며 일찍 일어났으니 좀 일찍 출근할 수 있겠지 했던 기대는 온데간데없고, 건조기 속 어젯밤 미처 정리 못한 빨래 꺼내고, 애들 아침, 점심 챙기고 이런저런 눈에 보이는 일을 하다 보니 결국 출근 시간은 늘상 그 시간 그대로다.
잠만 평소보다 한 시간 반 뺏긴 거 같은 억울한 맘에 기록이라도 남겨둔다.
한 시간 반을 더 투자해도 딱히 더 멋지지도 알아주는 이도 없는 이 '서로의 안녕을 위해 노력하는 삶'을 꾸준하고 성실히 하면 나한테 무엇이 남아 있게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