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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안 Sep 03. 2021

두 자리 경력을 버리고 떠난 이, 그리고 떠나려는 이

업, 그레이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10000시간… 이러한 숫자들은 무엇인가 의미가 부여된다.

단지 사람들이 나눠놓은 시간의 조각인 것을 알면서도 무엇인가 마법 같은 힘을 가진다고 생각하곤 한다.

누군가 10년간 한 우물을 팠다고 하면, 뭔가 보통 사람이 이루지 못할 성취를 이루었다고 기대하기 마련이다.


10여 년 동안 한 분야에 몸담고 있다 보면,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볼 수밖에 없다.

어느 곳이던 휘황찬란한 수면 아래에는 그 속에서 헤엄치는 이들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퇴적물이 쌓여있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부터 하나둘씩 일을 손에서 놓기 시작했다.

회사가 어려워지고, 몸 담고 있는 분야가 사양산업이라고 공공연하게 회자되면서 떠나는 이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나와 함께 이 분야에서 굴렀으니 모두들 두 자리 수의 경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몇몇은 이직을 했고, 몇몇은 다른 길을 택했다.

남았으나 다른 일을 택한 이들도 있고, 같은 일을 하고 있으나 의욕을 상실한 채 스스로를 월급루팡으로 만든 이도 있었다.

소위 말하는 짬밥을 먹은 이들이라 한동안은 모두들 그럭저럭 버텨내는 듯했다.


당연하게도 세상은 녹녹치 않았다.

떠나간 이들에게 들은 뼈아픈 이야기들을 몇 토막 남긴다.

10년을 넘긴, 두 자리 수의 경력을 가진, 당신이 결정하기 전 꼭 한 번 들어주었으면 한다.


1. 경쟁의 정글에서 생존할 자신이 있나?

10년 동안 환경의 지원을 받으며, 멍석을 깔아 준 일터에서도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오르기란 쉽지 않다.

하물며, 10여 년을 하던 일과 다른 일에서 뒤늦게 뛰어들어 먹이사슬의 정점까지 오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떠난 일들 중 일부는 전혀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누가 보아도 더 편안하고 있어 보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더 편안하고 있어 보이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언뜻 편안하고 있어 보일지 몰라도, 그 속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치열한 아귀다툼이 있다.

대부분의 세상일이 그렇듯 그 속에 들어가기 전에는 수면 위의 반짝이는 윤슬의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 보이지 않지만,

 속에서는 온갖 다툼이 가득하기 상이다.


젊은 날의 패기를 더해 10여 년간 해 오던 일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들이,

지친 몸과 마음으로 다시 치열함 속에 뛰어들어 생경함과 낯섦을 이겨내면서 승자의 깃발을 뽑아 드는 것이 쉬울 리가 있겠는가?


힘들고 지쳐서 떠나는 것은 도망일 뿐이다.

더 큰 변화에 맞서 싸울 자신이 있어 탁 트인 앞길을 스스로 내려놓고 험지를 택하는 것이 변화이다.

도망을 변화로 포장하면 남은 것은 실패의 앙금뿐이다.



2. 당신은 시장에서 통하는가?

냉정하게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정말로 나의 분야에서 Top Tier라고 자부할 수 있는가?

최소한 이 분야의 Top Tier들과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가?

(여기서 Top Tier는 조직이 아닌 개인을 의미한다.)

고객들이 당신의 조직이 아닌 당신을 원하는가?


가끔씩 놀랍게도 스스로 10년이 넘게 일한 분야임에도 조직을 떠나면 개인으로써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안타깝게도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조직에 매몰되어 시장이나 고객과 차단된 채 스스로를 조직의 부속품으로 인식해 왔다는 것이다.

조직의 부속품은 조직을 벗어나면 쓸모없는 부품에 불과하다.

스스로 움직이고 기능하지 못한다면, 결국 다른 조직의 부속품으로써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그러한 삶은 지금의 삶과 크게 다를 수 없다.

이런 이들이 대부분 자신의 일은 시장에서 개인의 자격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고 믿고, 역량을 높이려는 노력을 멈춘 채 월급루팡의 삶을 살아간다.


해당 분야의 Top Tier를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과 끈끈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

이는 단순히 인맥이 있다는 뜻을 넘어서 시장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시장의 요구를 누가 가장 잘 소화해내는지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시장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도 모른 채 섣불리 떠날 생각을 하지 않길 바란다.



3. 운과 실력을 구분할 줄 아는가?

삶에서든 일에서든 모든 것이 날듯이 달릴 때가 있다.

이즈음에는 모든 것이  능력이고, 무엇이든 성취할  있다고 생각하기 쉽상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 시점에는 누가 되었건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와 똑같이 될 수 있었던 것이고,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인데 인간이란 존재는 운을 능력으로 믿는 과오를 자주 범한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대세 상승기에는 누구라도 승자가 된다.

단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승자가 되는 때이다.

이럴 때면 자칭 고수들이 속출한다.

저마다 자신의 성과를 내보이며, 스스로를 고수라 생각한다.


반면 대세 하락기가 오면 모두들 사라지고 비관론자들의 목소리만 남고,

자칭 고수들은 모두 자취를 감춘다.

이럴 때 성과를 보여주는 이들이 진짜 고수다.


일도 똑같다.

잘 나가는 분야에 잘 나가는 시장 상황에서는 단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승자가 된다.

진짜 고수는 난세에 나타나는 법이다.

회사가 어려워지고, 몸담고 있는 분야는 사양산업이라 낙인찍히고,

프로젝트가 망해버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

바로 그때, 고수가 누구인지 가려진다.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보기 바란다.

지금의 자신감은 대세 상승기에 올라탄 운 좋은 이의 자신감인지,

대세 하락기에 추세를 거스르고 나타난 실력 좋은 이의 자신감인지.




오늘도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푸념을 하는 이들과 함께 하루를 보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노력을 기울이면 보상이 있을 것인지,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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