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적인, 너무나 직장적인 13편
그렇게 허무하게 10여 년을 쌓아온 최강의 조직이 무너졌다.
내 귀를 의심했다.
그는 팀에서 방출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가 떠난다고 의중을 밝혔을 때,
이제 지칠만 할 때도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놓아주지 않을 거라 생각하여 떠나지 못할 거라 짐작했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 쉽게 떠나버렸다.
그의 보스는 그를 잡지 않았다.
10년을 넘게 수발을 들다시피 일을 해준 그를 잡지 않았다.
절망스러웠다.
그가 팀을 떠난 지 채 몇 달이 되지 않아
유일하게 남은 기둥 같은 존재도 떠난다고 했다.
두 개의 카드가 있다면,
다른 카드 한 장을 믿고 버릴 수 있지만
카드를 두 장 모두 버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의 보스는 역시 또 다른 그도 잡지 않았다.
그의 보스는 조직이 무너지길 원했던 것 같다.
이미 너무 커 버린 그 둘의 그림자에 가려,
자신의 존재가 묻히는 것을 끝없이 두려워해 왔다.
조직의 성장보다 자신의 영광이 중요했다.
하지만 발버둥 치기에는 이미 너무 멀어져 있었고,
맹렬하게 달려온 두 사람과 맞붙기엔 이미 늦어버렸다.
그렇게 허무하게 10여 년을 쌓아온 최강의 조직이 무너졌다.
단 몇 달만에
모두를 잃어버렸다.
그렇게 잃어버렸건만, 그는 만족했다.
자신의 자리를 보전할 수 있어서
이젠 아무도 그를 찾지 않는다.
그의 조바심이 느껴진다. 분명 자신에게 물어볼 타이밍 이건만 아무도 자신에게 묻지 않는다.
보스인 자신에게 아무도 묻지 않는다.
정확하게 아무도 그에게 물어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의 존재 이유는 그를 받치고 있는 두 기둥이 있어서일 뿐, 업무에서의 그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 지 오래다.
견제를 위해 던진 공이 홈런이 되어 버리듯,
치고 올라오는 두 기둥을 견제하기 위해 업무 영역 밖으로 그들을 내던져 보았으나 그들은 살아남았다.
도리어 바깥에서 그들은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버린 이들이 자신을 뛰어넘어 버렸다.
어느 날 그가 떠나겠다고 했다.
아깝긴 했으나, 치고 올라오는 그가 두려웠으리라.
이제 더 이상 자신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으리라.
그래서 버려야 했다.
그를 버린 후 모두 동요하기 시작했다.
예상외의 반응이었다. 탄탄하던 조직이, 자신이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조직이
사실은 그에 의해 장악되어 있었고,
자신은 그의 존중을 받았을 뿐,
사실 이 조직은 그의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더욱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일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자신이 알지 못한 채 그가 혼자서 짊어지고 가던 일은 상상을 초월했다.
마침 또 한 명이 떠난다고 한다.
잡을 자신도 없었다. 단 한 명이 나간 것으로 일에 치인다고 불평할 수 없으나,
두 명이라면, 그것도 능력 있는 두 명이 빠져서 더 이상 일을 받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을 것이다.
잠재적 경쟁자도 내보내고, 일도 덜어낼 수 있는 기회로 보였을 것이다.
그렇게 시원하게 자신의 남은 다리를 스스로 잘라냈다.
앉은뱅이가 되었지만, 자신의 자리를 보전할 수 있어 기뻤다.
여전히 나에게 남은 인원과 보스라는 자리가 있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시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땡볕 아래에서 두 다리를 스스로 잘랐건만,
새해가 오기 전 모든 이들이 떠나버렸다.
다른 회사로, 다른 팀으로,
나의 조직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그들의 조직이었던 것이었다.
내 다리가 가지고 있었던 것인데, 내 것이라 착각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거짓말같이 팀이 사라졌다.
모든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팀이 말 그대로 공중분해되어 버렸다.
무너짐은 한순간이다.
탄탄하게 보이는 조직도 결국 사람이 쌓여 만들어진 것.
젠가와 같이 빼서는 안 될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망각하곤 한다.
젠가의 가장 위층 조각을 뺀다고 무너질 일은 없지만,
아래쪽의 조각일수록 빼내는데 조심해야 한다.
조각 하나로 순식간에 조직은 무너질 수 있다.
무너진 조직은 몇 년째 재건이 되지 않았다.
조직은 조직을 무너뜨린 그에게 여전히 일말의 희망을 지니고 있는 듯했고,
인원을 충원했지만 예전의 그 조직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꿰매기도 전에 다시 벌어지는 상처의 아가리처럼
조직의 상처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조직은 어벤저스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본인이 캡틴 아메리카라 착각한 한 인간으로 인해.
9. 돌아볼 것 없이 달릴 때, 일은 완벽하게 소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