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안 Dec 24. 2020

그냥 일상이 그리운거야...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 것이 봄이었는데... 어느새 겨울이 오고 크리스마스가 되어버렸습니다.

우한 폐렴부터 시작하여 COVID-19가 익숙해지다 못해 지긋지긋해져 버린 것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긴급재난문자는 일상이 되어버렸고, 마스크는 옷을 입고 다는 것처럼 당연한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비대면'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생경하지 않고, 원래부터 늘 곁에 존재한 듯한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3월부터 12월은 많은 이들의 아픔 속에서도 꾸역꾸역 지나가버렸습니다.



후배가 뜬금없이 자전거를 구입했습니다.

갑자기 자전거가 타고 싶어 졌다고 하면서 말이죠... 옆에 있던 다른 후배는 덩달아 해외로 나가고 싶다고 합니다. 몇 해전에 갔던 파타야의 해변이 그립다면서 말이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금 할 수 없으나 하고 싶은 것들이 저마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옵니다. 우습게도 불과 작년만 하더라도 소망이라고 하기에도 우스운 지극히 평범한 것들입니다.


카페에서 죽치고 앉아있기

수영장에서 지칠 때까지 수영해보기

고수부지에서 자전거 타기

해외여행 떠나기

등등


코로나는 우리가 일상이었던 것을 그리워하도록 바꿔놓았습니다.

뭐 이런 사소한 것을 소망이라고 말하냐며 크게 웃었습니다.




©pixabay


뛰는 것을 무척 싫어합니다.

무릎도 성치 않은 편이라 가급적이면 뛰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며칠 전부터 오밤중에 나가서 뜁니다. 그것도 숨이 차서 허파가 튀어나올 만큼 격렬하게 뜁니다. 마스크를 쓰고 조금만 뛰면 마스크는 입 안으로 빨려 들어올 것 같고, 입김은 눈 앞을 뿌옇게 만들기 일쑤입니다. 그런데도 뜁니다.


날씨가 좋고 마스크 없이 뛸 수 있을 때는 집안에 틀어박혀 있다가, 추운 밤에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뛰어야겠다고 후드 집업에 장갑까지 끼고 나가는 모습을 가족들을 우두커니 바라봅니다.


토할 듯 넘어오는 숨을 내 몰 아치며, 이게 뭐하는 것인지 되뇝니다.

시큰거리는 무릎을 느끼면서 오르막을 뛰어가며, 왜 이러는 것인지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숨이 가빠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면 그저 숨 쉬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 찹니다.

이것을 반복하다가 무거워진 다리를 끌고 집으로 들어옵니다.


그냥 일상이 그리운 것 같습니다.

마스크 없이 뛸 수 있었던 일상이 그리워, 뛰는 것 같습니다.

슬프게도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 지난해의 평범했던 일상이 그리운 것 같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