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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Feb 07. 2022

기계식 키보드 끝판 정리

작가의 펜, 키보드

조용한 한 밤 중. 그분을 영접하고 신들리듯 키보드를 두드리며 글을 쓰고 있으면

들리는 것은 서걱서걱 거리는 타이핑 소리.


적막을 깨는 그 소리에 심취해 손가락이 글을 쓰는 건지, 생각하며 글이 실타래처럼 나오는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글을 써내려 간다.


그렇게, 키보드 소리에 심취하다보니 글이 안 써질 때는 어김없이 키보드를 탓하곤 한다.

(마치 고등학교, 대학교 시 필기할 때 볼펜을 탓하며 필기가 잘 안되고 정리가 안되는 것을 탓한 것처럼)


그렇게 키보드에 빠져, 수십년간 여러 종류의 키보드를 사용해왔는데

이제 정리를 해보려 한다.


인상깊게 사용 중인 지금의 키보드들은.

다양한 종류의 키보드

멤브레인 무접점 : 리얼포스86, 리얼포스101, 해피해킹 Lite

체리 청축 : Keychron K4, 바밀로68, 바밀로108, IQUNIX F96 

체리 갈축 : DROP CTRL, 레오폴드 FC750R PD, 로지텍 G913 텐키리스 Tacktile

체리 적축 : AIR75, Keychron K4 
 + 저소음 적축 : 듀가드 퓨전
 + 적축 풀윤활 : mStone 그루브 T

흰축 : 로지텍 G913 Clicky

은축 : Anne Pro2


어떤 축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키감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같은 축을 쓰더라도 키캡과 보강판의 종류 등에 따라(윤활유 여부와 흡음재에 따라서도) 키감과 타이핑 소리는 크게 달라진다. 그러므로 키보드 제조사별로 조금씩 소리와 키감의 차이는 난다.


물론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청축이 가장 시끄러운 또각또각, 찰칵 거리는 청아한 소리를 내면서 키를 누른 이후 반발력이 있어 리듬감은 뛰어나지만 오래도록 타이핑을 하면 지친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글쓰는 것같은 분위기 전환에는 좋지만, 오래도록 타이핑하다보면 청아한 따각 소리가 소음으로 느껴지고 손가락도 피로감이 든다.


적축은 그나마 소음이 적은 기계식 키보드로 서걱서걱거리는 느낌의 키감으로 가볍게 눌러도 자연스럽게 눌려지는 부드러움이 강점이다. 기계식 키보드 중 소음이 작은 편에 속하지만, 보강판이 알루미늄이냐 플라스틱이냐 등에 따라 소음은 조금씩 다르다. 게다가 멤브레인 방식의 키보드보다는 소음이 있기 때문에 기계식 키보드를 처음 사용한다면 소음이 작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윤활유와 흠읍재 등으로 최적화를 하면 소음도 잡고, 더욱 부드러우면서도 기계식 키보드 특유의 키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갈축은 쫀득한 키감이 강점이다. 소리는 청축보다는 작고, 키감은 적축보다는 조금 단단한 느낌이다. 적축의 심심한 키감보다는 키를 눌렀을 때의 치고 올라오는 반발력이 있다. 청축이나 적축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이도저도 아닌 모호함이 있을 수 있지만, 이들 키보드에 너무 익숙해져 색다른 변화를 주고 싶다면 마치 짬짜면 같은 선택으로 갈축이 적당할 수 있다. 매콤하고 시원한 청축을 짬뽕에 비유하자면, 달콤하면서도 매끄러운 짜장은 적축에 비유할 수 있다. 갈축은 양쪽을 조금씩 느낄 수 있는 그런 키보드다. 참고로 저소음 적축은 백짬뽕에 비유하면 적절할 듯.. 


아무튼 이렇게 축별로 조금씩 키감은 다르지만, 같은 축을 쓰더라도 키보드 제조사별로 느낌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그간 경험한 키보드 중 독특한 키감을 갖춘 것들만 추려서 정리를 해본다.


1. 리얼포스나 해피해킹 키보드와 같은 무접점 고급 키보드는 처음부터 이 제품을 사용하면 누른 듯 안 누른 듯 부드러운 키감이 매료되지만, 기계식 키보드 특유의 리드미컬하면서 손 끝에 전해지는 반발력의 맛을 보면 이들 키보드가 너무 밍숭맹숭한 느낌이 들어 손이 자주 가지 않게 된다. 그중 리얼포스 86키 한글 버전은 키압이 조금 높고 쫄깃한 느낌의 키감을 선사하는 제품으로 10년 전부터 애용해온 키보드다. 특히 검은색 먹각 키캡 버전은 중후한 느낌에 무게도 상당해서 안정적인 타이핑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중압감이 느껴지는 키감.

REALFORCE 86 Black


2. 이 제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키보드는 쳐다보지 않겠다고 맹세하게 구매한 Drop CTRL 키보드는 한 마디로 조립 PC처럼 키보드의 모든 것을 내 입맛에 맞게 바뀌 구성 가능한 제품이다. 키캡은 물론 이거니와 축까지도 각 키별로 다르게 쉽게 구성할 수 있다. 또한, 웹 페이지에서 쉽게 각각의 키에 매크로를 설정해둘 수 있어서 동영상 편집부터 특별한 컴퓨팅 작업을 하는 전문가에게 적합하다. 무엇보다 단단한 알루미늄 바디가 통 울림을 없애주어 기계식 키보드 특유의 통통 거리며 울리는 느낌을 최소화해준다. 내가 구매한 갈축 버전은 또렷하게 키를 눌렀다는 키감을 느끼면서 서걱서걱 거리는 소리가 매력적이다.

DROP CTRL


3. 저가 기계식 키보드로 키캡을 바꾸어 구성 시 아주 멋진 외관을 자랑하는 앤프로2이다. 처음 사용해본 은축 모델로 시원한 타건감이 특징으로 조금만 손가락으로 툭 쳐도 입력이 될만큼 가벼운 타법으로(일명 구름타법) 타이핑이 가능하다. 소음은 저소음 적축에 윤활유를 칠한 것처럼 조용하다. 앤프로2는 크기가 해피해킹만큼 작을 뿐 아니라 화려한 LED와 뛰어난 매크로 SW 분에 키보드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에게는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Anne Pro2


4. 엠스톤의 Groove는 적축이면서 윤활유 칠을 해서 일반 적축보다 훨씬 부드럽고 소음도 줄인 버전으로 멤브레인같은 부드러우면서 가벼운 키감과 함께 기계식 특유의 키감을 느낄 수 있다. 다소 무접점 키보드와 비슷하지만 훨씬 쫀득함을 느낄 수 있다. 단, 청축 기계식 키보드 등에 익숙한 사용자에겐 심심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키감 속에 기계식 키보드의 반발력을 느끼기에 적합하다.

mStone Groove


5. 로지텍 마우스 매니아이다보니 로지텍에서 나온 기계식 키보드를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어 구매한 제품으로, 로지텍 G 허브 SW를 통해서 펑션키와 매크로 키를 활용해 다양한 설정이 가능한 기능성 높은 G913이다. 기계식 키보드지만 부드러운 키감을 자랑한다. 흰축(클릭키)과 갈축(택타일)을 각각 선택해서 사용하는데 일반적인 기계식 키보드에 사용되는 체리MX 스위치가 아닌 로지텍이 직접 개발한 ROMER-G 스위치를 이용한다. 클릭키는 청축만큼은 아니지만 딸깍 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벼운 타건감으로 찐득한 느낌을 준다. 반면 택타일은 키를 눌렀을 때의 타건감이 부드럽게 슴벙슴벙 느껴지면서 소음은 적다.

Logitech G913 Clicky
Logitech G913 텐키리스 Tacktile


여러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면서 내린 결론.


1. 게임이나 짧은 글을 쓸 때 적합한 것은 청축, 오래도록 앉아 타이핑을 자주 많이 하는 작업에는 적축이 적합


2. 특정 기계식 키보드를 오래 사용해서 지치고 색다른 키감을 원할 때는 축을 바꿔서 사용해보는 것도 좋으며, Second keyboard로는 무난한 갈축을 고려하는 것이 좋음


3. 키보드에 미쳐서 3~4개 제품을 고려한다면, ⓐ무접점 제품과 ⓑ로지텍 ROMER-G 스위치를 사용한 것과 체리 MX의 ⓒ청축을 추천한다. 그리고 여유가 있다면 ⓓ적축을 하나 더 구매하면 여러 서로 다른 키감으로 타이핑을 즐길 수 있다. 굳이 억지로 비유를 하자면 ⓐ젤펜 ⓑ붓펜 ⓒ만년필 ⓓ볼펜의 느낌이다.


4. 수 십개의 키보드를 적어도 1시간 이상을 타이핑하다보면 10~20분 지나면서 손에 잘 붙어 익숙해지는 것이 있는가하면 꺼끌한 옷깃이 목을 껄끄럽게 만드는 것처럼 삼키기 어려운 그런 키보드들도 있다. 그러니 10만원 이상 고가 키보드를 구매한다면 필히 10분 이상은 꼭 타이핑을 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 이렇게 키보드를 여러 개 구비하고 있다면 필요한 액세서리

1. 키보드 거치대 https://www.coupang.com/vp/products/6161252899


2. 키보드 높이 조절 피트 https://www.coupang.com/vp/products/233763570


3. 키보드 받침대 https://www.coupang.com/vp/products/5813787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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