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현장 중심의 솔선수범 리더십
AI가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AI는 특정 직무의 보조 도구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평균 역량을 끌어올리는 기본 인프라에 가깝다. 문서 작성, 기획, 분석, 개발, 디자인 등 업무 전 영역에서 AI는 누구에게나 빠르고 그럴듯한 결과물을 제공한다. 이는 분명 조직의 효율을 높인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도 만들어낸다. 조직의 성과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더 이상 드라마틱한 도약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로 고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리더십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AI를 더 능숙하게 다루는 팀원과 구성원들이 늘어날수록 리더가 AI를 이해하지 못한 채 방향만 제시하는 기존 방식의 리더십은 한계에 부딪힌다. 리더보다 AI를 더 잘 쓰는 구성원이 만들어낸 산출물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그 결과가 어떤 가정과 판단 위에서 만들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조직의 의사결정은 점점 형식적인 승인 절차로 전락할 것이다.
AI 시대에 문제는 실행의 부족이 아니라 판단의 부재다. AI는 누구에게나 90점짜리 답을 빠르게 만들어낸다. 경험이 부족한 구성원도 복잡한 업무를 처음 맡은 사람도 AI의 도움을 받아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를 낸다. 이때 리더가 “알아서 해”라는 때론 방치 때론 위임의 탈을 쓰고 한 발 물러나게 되면 당장 업무 속도는 개선되고 별 탈이 없어 보여도 점차 검증과 판단의 중요한 역할이 조용히 사라진다.
이렇게 현장에 참여해 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리더는 AI 도움으로 나온 결과물의 전제를 묻지 못한다. 왜 이 문제가 이렇게 정의됐는지, 어떤 선택지가 배제됐는지, AI가 어떤 데이터를 기준으로 결론을 냈는지에 대한 질문은 사라진다. AI 덕분에 업무 속도가 빨라졌지만, 점차 기업의 비전과 장기적 관점의 성장에서 벗어난 결과물이 쌓이기 시작한다. 즉, 단기적으로는 업무 효율화가 눈에 띄게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는 평준화되고 성장은 멈춘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현장 중심의 솔선수범형 리더십이 다시 중요해진다. 이는 과거의 카리스마형 리더십이나 모든 것을 직접 통제하는 마이크로매니지먼트로의 회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AI 시대의 솔선수범은 리더가 모든 일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이 필요한 적정 지점에 먼저 들어가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리더는 AI를 도구로만 아는 사람이 아니라 AI와 함께 일하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업무는 초반부터 AI에 위임해도 되지만 어떤 업무는 사람이 반드시 문제 정의를 해야 한다. 어떤 단계에서는 AI의 결과를 그대로 활용해도 되지만 어떤 시점에서는 반드시 멈추고 돌아보며 가정을 점검해야 한다. 이 기준을 세우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리더 스스로가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구성원들의 AI 사용 방식에 대해 추상적인 지침만 제시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리더가 직접 AI를 써보고 그 한계와 위험을 체감하지 않으면 “여기서 한 번 더 검증하자”는 말은 공허한 통제가 된다. 현장을 모르는 개입은 구성원들에게 통제나 간섭으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AI 시대의 솔선수범은 리더가 업무 전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분기점마다 함께 판단하는 것이다. 문제 정의 단계에서 한 번, AI 활용 범위를 정하는 지점에서 한 번, 중간 결과를 점검하며 방향을 조정하는 순간에 한 번 개입하는 식이다. 이는 구성원의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조직의 판단 기준을 흐리지 않는 방식이다.
더 나아가 리더의 역할은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조직 체계와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까지 확장된다. AI를 쓰는 개인의 역량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Agent를 하나의 ‘직원’처럼 어떤 영역에 얼마나,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는 Agent에 맡기고 불확실성과 책임이 따르는 판단은 사람에게 남기는 구조를 설계하지 않으면 조직은 AI에 끌려다니는 형태로 변질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자율적으로 업무를 찾아 처리해내는 Agent를 언제, 어디까지, 왜, 어떤 Task에 참여시킬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AI 시대의 리더십 경쟁력은 기술 숙련도가 아니라 판단 설계 능력에서 갈린다. 얼마나 잘 맡겼는지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맡겼고 어디에서 멈추게 했는지가 성과의 차이를 만든다. AI가 평균적인 답을 빠르게 만들어낼수록 리더는 다시 판단의 중심으로 돌아와야 한다.
현장 중심의 솔선수범형 리더십은 통제를 강화하는 리더십이 아니다. 이는 AI 시대에 사라지기 쉬운 인간의 판단을 조직 안에 다시 정착시키는 리더십이다. AI가 일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리더는 더 깊이 현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곳에서 기준을 세우고 멈출 지점을 제시하며 사람과 AI가 함께 성과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완성하는 것이 앞으로 리더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 작가의 30년 일하는 노하우를 담은 '일의 기본기' 책
https://www.yes24.com/campaign/01_Book/yesFunding/yesFundingBook.aspx?EventNo=265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