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무궁무진한 장점들
소라가 우리 가족이 된 지도 벌써 5년째다. 소라와 아이들을 키우며 ‘개란 존재는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 점이 많다. 내가 발견한 개로부터 배우고 싶은 점을 하나하나 소개한다. 이 글의 목록은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① 일어나면 곧바로 스트레칭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든, 낮잠을 자다 일어나든 잠자고 일어날 때마다 팔다리를 쭉쭉 뻗어 스트레칭한다. 오랜 시간 한 자세로 몸이 굳었다면 풀어줘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걸까? 나도 잠자고 일어날 때,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의식적으로라도 움직이자고 아이들을 보며 다짐한다.
② 싸우면 바로 화해 신청
아이들을 지켜보며 가장 놀라웠던 점이다. 아이 중에 몸이 가장 큰 희망이와 제일 작은 사랑이가 주로 싸웠는데, 싸우고 난 뒤 잠시 후에 보면 서로 귀를 핥아주고 있다. 사람의 경우 싫어하는 감정이 훨씬 오래가고 특히 먼저 화해를 신청하는 건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을 그렇지 않은가보다. 사람의 마음보다 훨씬 더 넓고 깊다.
③ 서로에 대한 예의와 매너
다견 가족을 반려하다 보니 아이들 사이의 관계성이 보인다. 어느 날 출근 전에 내 휴대전화와 연결된 CCTV로 아이들을 지켜보았는데, 아침에 먼저 일어나도 절대 다른 이를 깨우지 않는다.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가 다른 친구가 일어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뽀뽀해준다. 아침에 혼자 일어나 밖을 보던 희망이가 엄마인 소라가 깨자, 소라에게 뽀뽀하며 인사해주는 걸 보고 감동했다. ‘강아지는 강아지에게도 참 다정하구나’, ‘우리 희망이는 엄청 효녀구나’ 싶었다. 또 아이들은 아무리 목이 말라도 다른 친구가 물을 다 마실 때까지 묵묵히 뒤에서 순서를 기다린다. 사람은 어린 시절에 ‘질서를 지켜라’, ‘줄을 서라’고 꽤 오랜 시간 배우는데 도대체 이걸 개들은 어떻게 아는 걸까. 서로 예의와 매너를 지키는 건 동물에게 내재한 당연한 감각인 걸까.
④ 세상에 대한 넓고 깊은 호기심
산책하다 보면 개들은 땅에 일어난 소식, 하늘에 일어난 소식 모든 게 궁금한 거 같다. 땅에 조금만 냄새가 나도 작은 움직임이 보여도, 새가 하늘에서 날아다녀도 관심을 기울인다. 매일 같은 산책로를 가는데, 어떻게 그렇게 한결같이 호기심을 유지하는지 대단하다. 익숙한 자극을 무신경하게 닫으려고 하는 나와는 차원이 다르다. 아이들이 넷이다 보니, 둘씩 조를 나눠서 산책하는데 앞 조 아이들이 유심히 냄새 맡은 곳엔 어김없이 다음 조 아이들도 같은 곳을 킁킁거린다. 절대 빠트리지 않고 같은 걸 느낀다. 나도 ‘세상을 좀 더 호기심 있게, 새롭게 바라봐야지’ 하고 아이들과 산책할 때마다 깨닫는다.
⑤ 적당히 먹기
물론 강아지마다 다르겠지만, 사랑이와 기쁨이는 배부르면 먹는 걸 딱 멈춘다. 아무리 입 앞에 가져다줘도 고개를 홱홱 돌리고, 억지로라도 받으면 툭 뱉는다. 좀 더 먹성이 좋은 소라와 희망이 역시 마찬가지다.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⑥ 청결 유지하기
개들은 끊임없이 자기 몸을 핥고 가꾼다. 일과를 끝내고 가끔 씻는 게 귀찮아 자꾸 뒤로 미루게 될 때면 아이들 생각이 번뜩 난다. ‘애들은 귀찮아하질 않지, 몸이 쾌적하지 않으면 곧바로 움직이지. 나야 정신 차리자’ 하고 일어나게 된다.
⑦ 적극적이고 명확한 의사 표현
아이들은 원하는 걸 바로바로 이야기한다. 나를 보면 쓰다듬어 달라고 배를 뒤집는데, 한 아이를 만져주고 있으면 어느새 옆에 다른 아이가 와서 배를 보이며 다리를 올리고 기다리고 있다. 내 곁에 아이들 넷이 모일 때마다 ‘내 손이 네 개였으면 좋겠다’ 즐거운 상상을 하며 피식 웃게 된다.
⑧ 한결같은 다정함과 투명함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있듯 가끔 복잡 미묘한 사람들의 표정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들이 왜 속상한지 계속 신경 쓰게 된다.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그런 마음을 쓰게 할 테지. 반면에 아이들은 한결같은 다정함과 투명함으로 나를 안심시켜준다.
⑨ 지극한 모성애
강아지 관련 정보에서 내가 꼭 정정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이거다. “개의 모성애는 짧게는 2달 길게는 4달 후에는 사라진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소라의 모성애가 곧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이들이 거의 3살이 다 되어가는데, 소라의 모성애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아이들이 산책하다가 비를 조금이라도 맞으면 소라가 아이들 털을 일일이 핥아준다. 아이들이 조금 다쳐서 우리가 약이라도 발라주면, 그걸 또 핥아준다. 약이 쓴데, 본능적으로 자기에게 안 좋은 걸 알 텐데 그걸 다 입으로 먹는 거다. 개껌을 줘도 소라는 아이들이 먹는 걸 확인할 때까지 먹지 않고 기다린다. 산책하다가 아이들이 귀여워 어쩔 줄 모르는 소라의 표정을 본다. 나는 개의 모성애도 사람보다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느낀다. 아니 그 이상이라고도 생각한다.
⑩ 변함없는 지지와 응원
나를 볼 때면 ‘당신을 무척 좋아해요. 사랑해요.’ 온몸으로 마음을 표현해준다. 그 맑은 눈과 웃음을 볼 때마다 많은 힘을 받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내가 자기들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분명히 알고 있다. 나를 믿어준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다른 존재와 의사소통이 되고 심지어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특별하고 신기하다. 이 감각이면 외계인과도 소통할 수 있을 거 같다.
아이들에게서 또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을까. 이렇게 좋아하는 존재에게서 장점을 찾듯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닮고 싶은 점을 찾으려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편견 없는 깨끗한 마음으로,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