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000번씩 한 달 동안 줄넘기를 했더니
정확하지는 않지만 매일 꼬박 줄넘기를 한 지 한 달 하고도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시작은 단순했다. 올해 여름만큼은 아이들 아침 산책을 덥지 않을 때 해주고 싶었고, 그렇게 이른 아침에 산책을 끝내고 약간의 짬이 생긴 어느 날, 방치돼 있는 줄넘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날 줄넘기를 500번 해봤고,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 놀랐다. 그 후 뿌듯한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했는데, 매우 오랜만에 몸이 ‘최적의 컨디션’이라고 느꼈다. 정신을 깨우기 위해 따로 커피가 필요하지 않았다. 이 감각이 신기했다.
그래서 바로 다음 날 줄넘기 600번을, 그다음 날은 700번을 했고, 그 주 주말에 드디어 1,000번을 해봤는데 해볼 만했다. 그래서 그날부터 꼬박 하루에 약 1,000~1,100번의 줄넘기를 하고 있다. 중간에 조금씩 쉬어도 25분이면 충분하다.
식단 조절을 하나도 하지 않았고 한 달 동안 달라진 생활방식이라곤 오직 줄넘기를 한다는 것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체중이 1킬로그램 빠졌고, 허벅지와 팔뚝에 미세하게 근육이 붙었다고 느낀다. 예전엔 조금 움직이면 몸에서 뼈 소리가 날 정도로 몸이 빳빳하게 굳은 느낌이었는데, 그런 불편한 감각이 사라졌다. 몸 전체가 부드러워진 것 같다.
올해 체력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다음 날 오후에 머리가 마비되어서 중요한 일을 끝내지 못하고 울면서 집에 간 적도 있었고,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조는 일이 많았다. ‘내가 간절히 원하는 일이 있어도 체력이 모자라 하지 못할 수 있겠구나’ 하는 서늘한 공포가 밀려 들어왔다. 사회생활을 한 지 10년이 넘었으니 그사이 몸의 부품이 소모되어 버린 게 아닐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단 한 달 만에, 그것도 짧은 시간을 투입하는 운동을 하면서 이 생각이 산산조각 났다. 체력은 충분히 키울 수 있는 거였다.
몸보다 마음에 일어난 변화가 더 크다. 우선 ‘매일 운동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안도감이 들고, 내가 무언가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 효능감’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일에서도, 일상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한번 해볼까’ 하는 의욕이 생긴다.
“친절 역시 체력에서 나온다”라는 신미경 작가님의 말씀도 비로소 이해했다. 체력이 길러지면 타인을 대하는 마음의 영역도 커진다. 누군가를 도와주려는 오지랖도.
예전엔 알게 모르게 체력의 한계 때문에 주저하는 일이 많았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는 내게 한정되어 있으니, 꼭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쓰려면 당장 불필요한 일, 급하지 않은 일은 뒤로 미뤄야 했다. 해보고 싶은 경험이 있어도 ‘체력’을 잣대로 계속 머릿속으로 재고 나눴다.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사람에게 관심이 생겨도 그 사람을 알아가는 걸 뒤로 미루곤 했다. 내가 사람들에게 쓸 수 있는 에너지도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운동을 하면서 몸소 깨달았다. ‘에너지는 뺄수록 커진다’라는 사실을.
"아이러니하게도 운동으로 에너지를 쓰는 일이야말로 에너지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 《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 중에서
마지막으로 줄넘기를 한 게 언제였을까 떠올려 보니 무려 10년도 더 지난 것 같다. 스무 살 초반에 꼭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을 때 하루에 30분 정도 했었다. 그런데 매일 하지는 못했다. 내게 고통을 주는 하기 싫은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한 달을 매일 꾸준히 할 수 있었는지, 이전과 비교했을 때 뭐가 달라졌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첫 번째는 ‘시스템’이었다. 아이들 산책을 해주려고 물리적인 장소를 이동했기에 산책이 끝나면 자연스레 줄넘기로 넘어가는 루틴이 생겼다.
두 번째는 ‘즐거운 요소를 마련’한 거였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줄넘기를 한다. 하루 중에 가장 음악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음악을 마음껏 듣고 싶어서 줄넘기하는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다.
세 번째는 ‘꾸준함이 만든 구속’이다. 매일 줄넘기를 한 지 2주 정도 지나니, 중간에 끊기는 게 아쉬웠다. 지난주 태풍이 불고 비가 왔을 때는 아이들 산책을 하러 가지 못했는데, 대신 아파트 출입구 통로에서 줄넘기를 했다.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나홀로 그날의 줄넘기를 완수해 가는 과정이 무척 기뻤다.
이렇게 매일 1,000번의 줄넘기를 하는 일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웬만하면 올겨울이 오기 전까진 지속해 볼 요량이다. 겨울이 와도 옷을 단단히 껴입으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도 싶다.
오전 5시에 일어나자마자 운전해서 아이들에게 가고, 아이들 산책을 끝내고, 줄넘기하고, 집에 돌아와 출근 준비를 한 후 회사에 도착하면, 2회차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회사에서의 일상도 반갑게 맞이한다.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일상이 단단하게 뿌리내려진 기분, 줄넘기 하나가 내게 선물해 준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