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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운동하는 사람이 되었다

어렵지 않게 목표 이루기

by 진심과 열심

‘매일 운동하는 사람’은 늘 내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게다가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 스케줄 하나를 말끔히 끝내고 당당하게 하루를 맞이하는 사람은 내가 닿을 수 없는 세계에 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올해 어쩌다 보니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실 ‘어쩌다 보니’라고 퉁 치기엔 비 오는 날 나갈까 말까를 비롯해서 나와의 타협을 여러 번 이겨온 과정이 있지만, 노력했다고 말하기엔 조금 어색하다. 목표를 이루려고 안달복달하지 않았으니까. 되도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스며들 듯 목표를 이루게 되었다. 예전의 나처럼 매일 운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누군가를 위해 내 경험을 나눠보고자 한다.


1. 가장 단순하게 한다

내가 운동으로 선택한 건 ‘줄넘기’다. 올해 여름부터 시작해서 정말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날씨가 추워진 요즘은 얇은 패딩을 입고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아파트 통로에서 한다. 위가 막혀 있는 곳이라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서 최근 며칠 사이엔 패딩도 입지 않고 목폴라에 후드티 차림으로 하고 있다.

줄넘기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해서’다. 특정한 장소를 가지 않아도 어디서든 할 수 있으며, 장비 또한 줄넘기 하나로 단출하다. 운동 과정 역시 별게 없다. 따로 배울 필요도 없이 어렸을 적 누구나 해봤듯 그냥 줄넘기를 손에 쥐고 뛰면 된다.


2. 욕심 없이 한다

학창시절 체력장은 늘 5등급이었다. 한 번도 뜀틀을 넘은 적 없고 앞구르기 같은 걸 하고 나면 이상한 곳에 착지해 있었다. 이렇게 신체 능력이 별로 좋지 않은 내게 운동은 ‘즐김’보다는 ‘생존’의 영역에 가까웠다. 그래서 운동을 할 때면 근육을 늘린다거나, 지방을 태운다거나 이런 목표 없이 그냥 자기만족을 위해서 한다. 오늘도 운동한 사람이 되었다는 뿌듯함을 느끼기 위해서.

그런데 신체적인 변화도 생겼다. 옷을 입을 때 몸의 태가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다리가 단단해지기도 했다. 다리에 근육이 붙는 게 이런 느낌일까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감각했다. 또 무조건 줄만 넘었던 이전과는 달리 지금은 음악에 맞춰서 한 발로도 뛰고 양발을 번갈아 가면서 뛰기도 한다. 어느새 운동하는 과정을 즐기게 되었다. 공복에 가뿐한 몸으로 줄넘기를 할 때면, 바람을 슉슉 가르는 소리가 좋다. 내 몸이 마치 활시위가 된 것처럼 탄력적으로 움직인다.


3. 아침에 한다

아침에 운동하기로 한 건, 누구나 알듯이 저녁보다 아침이 변수를 통제하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스무 살 무렵부터 아침 운동으로 수영, 헬스, 달리기, 요가, 108배 등등을 시도했던 거 같다. 그런데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특정한 장소를 가야 하거나 준비 과정이 조금 복잡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실패했다.

이 중에서 가장 오래한 건 108배였는데, 집 안에서 매트 혹은 일어난 이불 위에서 바로 시작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순하게 할 수 있는 108배도 아침에 하지 않으면, 저녁에는 정말 엄청난 의지를 가지지 않고서는 하지 않게 되었다.

아침 운동의 장점은 또 있다. 운동을 완수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나면, 오후를 아무리 실망스럽게 보냈다고 해도 그날 하루가 의미 없지 않다. 그냥 소중한 하루로 마무리 된다. 더 중요한 건 사실 남은 하루를 버리지 않게 된다. 나와의 약속을 이뤄냈으니, 그날 하루를 더 의미 있게 잘살고 싶은 마음이 퐁퐁 샘솟기 때문이다.


4. 스트레스 없이 한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압박감을 가졌을 때가 많았다. 그 절박한 마음 때문에 이룬 목표도 있지만, 돌아보면 또다시 그렇게 하고 싶진 않다. 추억으로 미화됐어도 분명히 괴로웠다. 이전보다는 생활이 안정되었기에, 이제는 스스로를 들들 볶으며 살고 싶지 않다. 나를 잘 달래가면서 나의 친절한 조력자로 살고 싶다.

줄넘기를 꾸준히 하게 되었던 것도 나에게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너 오늘도 운동해야만 해!’라기보다는 ‘오늘도 한번 시도해볼까?’, ‘하고나면 내가 기뻐하겠지’라는 가뿐한 마음으로 한다. 매일 운동하는 게 계속 이어지다 보니, ‘단 하루라도 이 루틴이 끊기면 안 돼’라는 강박보다는 ‘오늘 그냥 넘어가면 조금 찜찜하겠다’ 정도의 마음가짐이다.

며칠 전, 이십 대 중반 무렵 내 모습을 가장 아껴주던 고마운 선배에게 초대받아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아침에 나가야 해서 5시 반쯤 줄넘기를 했고, 선배의 집에서 잤으므로 다음 날 아침에 줄넘기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저녁 6시가 넘어서 집에 왔는데, 지금 줄넘기를 하러 갈까 싶었지만 씻고나니 귀찮기도 했고 꼭 운동으로 줄넘기를 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에서 TV를 보며 아늑하고 즐겁게 108배를 했다. 이렇게 유연하게 해도 된다. 오히려 여행을 다녀왔는데도 운동을 했다는 성취감이 남았다.


운동이 가르쳐준 깨달음


① 절반의 고지만 넘으면 된다

요즘은 30분 동안 1,500번의 줄넘기를 하고 있다. 마음속으로 500번씩 세 번에 나눠서 하는데, 첫 번째 구간인 500번만 넘으면 ‘오늘도 결국 완수하겠구나’ 하는 확신이 든다. 처음 500번을 하기까지가 힘들고 그다음부터는 물에 물 탄 듯 술술 넘어간다. 처음 500번은 몸의 예열 과정이라 이 500번만 지나고 나면 줄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 이제는 이 과정을 알고 있기에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도 ‘그래 오늘도 500번까지만 얼른 끝내보자’ 하고 여유롭게 시작한다.

이건 108배를 할 때도 마찬가지여서, 무조건 ‘50번만 넘어가면 108번을 완수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 원칙은 일할 때도 적용된다. 아무리 어렵게 느껴지는 일이라도 초반과 중반만 넘으면 결국 해낼 수 있다. 겁내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시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운동하며 더 여실히 깨달았다.


② 최대한 부담 없이 조금씩 늘린다

이번에 운동할 때만큼은 떠올리면 ‘하기 싫다’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 위에서 말한 대로 무리하지 않았다. 1,500번의 줄넘기도 500번으로 시작해서 600번, 700번... 1,000번, 1,500번으로 조금씩 늘려왔다.

feel받은 날 2,000번까지도 해봤기에 이제 내 몸이 2,000번이 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매일 2,000번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하기 싫다’는 마음이 들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유연하게 즐기며 할 수 있는 1,500번까지만 하고 있고, 더 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히 들 때 다시 2,000번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③ 닿을 수 없는 세계는 없었다

올해 평생 닿을 수 없는 세계라고 생각하던 ‘매일 운동하기’와 ‘운전’ 두 가지 목표를 이루었다. 운전 역시 올해 봄까지만 해도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회사 주차권을 신청한 것을 계기로 운전연수를 받았고 지금은 대형마트도 가고 누군가도 데려다주며 차 안에서 음악 듣는 시간을 무척 좋아하는 나를 발견한다.

운동에서 배운 깨달음으로 내년엔 사진, 요리, 일본어, 시 쓰기, 재테크 공부 등등 닿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하던 걸 조금씩 해보고 싶다. 그러면서도 시작을 망설일 나를 위해서, 이 글을 읽을 당신을 위해서도 한 번 더 말해주려고 한다. ‘닿을 수 없는 세계’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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