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 여행자 Jul 19. 2021

새똥 몇 번 맞아봤어요?


& 식사 중이신 분은 읽지 말아 주세요^^;;



 아들과의 등원 길이었다. 여느 때처럼 아기 참새같이 재잘

거리는 아들과 더운 공기를 마시며 걷는데 비둘기가 보였다.

 "우어어어! "

 밝음이는 언제부턴가 비둘기만 보면 괴성을 지르며 쫓는

다. 내가 '비둘기 지저분해서 싫어'라고 말했던 그때부터

을까.


 날은 무더워도 하늘만은 청량한 푸른색으로 빛나서 기분

이 좋았다.

나는 비둘기 쫓기에 한창이던 아들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엄마 비둘기 똥 맞아봤다! 참새 똥도 맞은 적 있어."


 아직 아기 티를 못 벗어서 그런지 똥, 방귀, 코딱지라는

단어 좋아하는 아들이라 내 얘기를 듣더니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똥 맞았어? 그래서 엄마 손 안 씻었어?"

 " 씻었지, 편의점 가서 물티슈 사 가지고 계속 닦았지.

새들은 하늘에서 똥 싸니까 맞지 않게 잘 봐야 해. 그리고..."

 얘기를 이어 나가려는데 갑자기 비둘기가 푸드덕 거리며

우리 머리 위를 날아갔다.




 우리는 손을 잡은 채로 다시 걸었고 밝음이가 날아가는 비둘기를 눈으로 좇더니  " 비둘기가 똥 쌀 거 같아. " 하고 말하며 몇 걸음 내딛는 그 순간, 뿌직!

 짧지만 강렬한 소리와 함께 뭔가가 툭 떨어지는 걸 느꼈다.

 

 그 소리의 정체는 우리 위를 날아가 전깃줄에 앉은 비둘기

 발사 똥이 땅바닥에 떨어지며 난 소리였다. 돌아보니 우리방금 막 지나온 골목길 위에 하얀 똥이 뿌려져 있었다.

 

" 이거 봐. 이 하얀색이 비둘기 똥이야. "

 " 에이 더러워. 얼른 가자 엄마, 비둘기가 또 똥 싸면 어떻

 해. "


  어머, 낮말은 새가 듣는다더니 아들이 무심코 한 말을

비둘기가 알아듣고 ' 똥 쌀 기회는 이때다!' 하고 뿌린 건

아니겠지?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생각해보니

아찔한 순간이었다.


 휴, 하마터면 아들 머리나 옷에 떨어질 뻔했는데 간발의

차로 비둘기 똥 테러를 피했던 거다. 그나저나 나는 지금까

새똥을 3번은 맞은 경험이 있는데 우리 아들은 몇 번이

나 맞으려나. 설마 벼락 7번 맞았다던 사람처럼 새똥 7번 맞은 사람도 있을까?





#새똥

#비둘기

#등원길

매거진의 이전글 일요일에 반지 갖다 놔주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