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밤에 커피를 마시면 고생하는 나이가 되었다.
매일 밤 커피한잔 마시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밤잠을 방해하지 않는 차 한잔을 만들어 내 방으로 오면,
밤에 커피를 마셔도 문제없는 남편이 조그만 찻잔 두개에 커피 한잔을 반으로 나눠와 나에게 건내고 간다.
커피향기라도 맡으면 좋겠다던 내 말에 시작된 일이다.
남편이 맡겨두고간 커피잔의 온기가 식으면서 작은 방안에는 은은한 커피향이 얼마간 가득하다.
난 그 향기로나마 커피를 맘껏 즐기고 싱거운 차 한잔으로 목을 축이지만,
남편이 나눠오는 그 작은 커피잔은 늘 다정하다.
내가 다정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걸 요즘 들어 알게되었다.
다정한것 보다는 확실하고 직설적인것이 나와 더 맞다고, 다정한것과는 좀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약해진걸까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던걸까.
기왕이면 다정하고 되도록이면 부드러워지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남편이 건넨 커피잔을 받아들고 중얼거렸다.
"아 당신이 한발 빨랐네"
이 커피잔을 건네줄때처럼 당신이 늘 나에게 다정했으면 한다.
그리고 당신도 내가 늘 다정하다고 느끼길 바란다.
해를 더해 함께 지내면서 우리가 서로에게 더 많이 다정하길, 더 친절하길, 더 자상하길 바란다.
그저 오늘은 이 커피 반잔으로 마음이 많이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