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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Oct 10. 2020

오랜 물건

다시 한번 눈을 들어 바라보아요 

거실 한 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던 조개껍질 장식.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무덤덤하게 스쳐 지나길 오래였는데, 

요즘 들어 우리집에 오는 사람들이 독특하다며 관심을 보이길래

나도 괜히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되었다. 



2010년 여름, 프랑스 쌩 말로 바닷가의 한 가게에서 보고, 

이걸 무사히 집까지 가져올수 있을까 조금 고민하긴 했었다.

결국 사겠다는 결정은 내가 내렸지만, 

그걸 짊어지고 오느라 고생은 남편이 다 했다. 


가끔 바라보면, 

애들도 없고 우리 둘만 자유롭던 그때, 

한적하게 걸어다녔던 쌩 말로와 몽쌩미셀까지 

오래된 영화처럼 스쳐간다. 

10년 전인데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여행길이 

저 조개껍질 장식과 함께 하나하나 떠올랐다.

깔깔 대던 웃음도 잊지 못할 감동도 되살아나게 해주었으니

고마운 마음까지 든다. 


사람도 그런것 같다.

같은 자리를 오랫동안 묵묵히 지키고 있어서,

때로는 서로 무덤덤 해지는것 같다.

가끔 다시 하번 바라보면 많은 추억과 기억이 스쳐서,

그 자리에 그렇게 있어주는 것만으로 

고맙고 애틋할텐데 말이다. 


묵은 물건도 오랜 사람도

그렇게 다시한번 눈을 들어 바라보아야 할 때인것 같다.

그 눈빛만으로 어쩌면

많은 것들이 달라질지도 모르니. 






Conceptzine 100days Challenge #40th

커버이미지 by David 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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