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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Oct 19. 2020

하루의 특별한 마감

비오는 날이 아니고는 매일 모두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난 후,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주립공원에 무조건 간다. 

이 동네에서 십년을 넘게 살았지만 집 근처에 주립공원이 있는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다섯시 쯤 집에서 출발해서 해질무렵까지 강변이나 숲길을 하이킹하고,

지는 해를 마주보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평일 저녁에는 공원에 우리 밖에 없는 것처럼 한적하다.


한시간 내지 한시간 반 정도의 조용한 산책길을 함께 걷는 것은 특별하다.

생각보다 잘 걷는 아이들과 얘기도 하고 노래도 하고 가끔 이상한 춤도 추면서 걷는데,

걷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보인다.

수백년이나 되었을 고목과 여린 잎을 가진 야생화,

흐르는 계곡물과 고개 들어 구경하기에 바쁜 여러 종류의 새들.


우리 모두 하루어치의 스크린타임으로 혹사당한 눈에게 쉬어가는 시간을 기분 좋게 내어준다.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일터와 학교를 다녀온 가족들이 

커다란 티비앞에 앉아서 어영부영 하루를 끝내곤 했을텐데, 

매일마다 하루를 이렇게 마감하는건 생각해보면 너무 소중한 일이다.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 갑갑한 세상이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또 감사할 일을 찾아가며 힘을 낸다. 

쳇바퀴처럼 꼬박 꼬박 돌던 일상이 갑자기 무너졌다고 절망했지만,

그 무너진 일상이 아니었다면 찾을수 없었던 소중한 것들이 생각보다 곁에 많이 있었다.


다행히도 말이다. 



커버이미지 Photo by Phil Henr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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