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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Oct 22. 2020

명상이 이렇게 어려울 일이야

누군가 ‘명상’을 해 볼 것을 추천했다.


몇가지 일들로 자책이 커져가는 즈음이었다. 현실은 크레파스를 들고 그리기만하면 되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고, 애쓰던 지난 시간들은 썰물에 흘러가버리듯 흔적도 없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아침은 아침대로 시작이 힘들고, 밤에는 밤대로 마무리짓기가 힘들었다. 



“명상”을 하라고? 


요가 수업을 들을때 시작할때와 끝날때, 짧게 명상시간을 가져본적이 있었지만, 나에겐 집중이 어려웠다. 처음에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숨만 잘 쉬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여 얕잡아 봤지만, 조용하게 마음을 다독거리고 머리를 비운채로 내 호흡에 집중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 고르게 숨을 쉬는 일이 이다지도 힘든 일일까. 


안절부절 하지 못해서 호흡은 불규칙해졌고, 백지처럼 비우라던 머릿속은 그 여백의 틈을 타고 잊혀졌던 기억들과 생각들고 빼곡이 들어찼다. 부풀어 오르는 팝콘처럼 생각들이 산발적으로 여기서 팝, 저기서 팝 튀어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때로는 그 생각들의 실체조차 분명치가 않았다. 어렴풋이 일에 관련한 일이 한쪽에서 튀어 오르면, 다른쪽으로는 당장 해야할 일들이 질서없이 튀어올랐다. 이 생각들을 어떻게해서든지 잠재우고 싶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수십가지의 생각들이 머리속을 가득 채우게 되면 우선 호흡이 흐트러지는 것은 물론이고, 아랫배가 기장하기 시작한다. 나도 모르게 아랫배를 단단하게 만들어 힘을주니 몸 전체로 긴장감이 퍼져 나가고 어느새 어깨와 목도 잔뜩 경직되어 있다. 그러다보면 호흡은 아예 제멋대로다. 숨을 한번에 몰아쉬지 않으면 갑갑할 지경이 되었다. 명상을 시도하려다가 더 큰 긴장감에 짓이겨 큰 숨을 쉬다보면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 


명상에 관련한 책이나 영상도 찾아보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방법으로 따라해보기도 했다. 물론 여러번 시도하다보니 한두번쯤은 짧게나마 비슷하게나마 흉내내본 적도 있다. 생활속에서 명상을 자주 한다는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기도 했다. 다들 경험은 다르지만 처음에는 쉽지 않았으며, 하다보면 언젠가 그 긴장감을 느끼지 못하고 내 호흡에만 집중하여 생각이 맑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얘기한다. 명상을 시작하고 집중력이 좋아졌고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으면 부러웠다. 



나는 명상이 왜 이렇게 힘들까. 


나를 가만히 놓아두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탓일까. 늘 머리로는 해야할일을 생각하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다니고, 무슨 일이든 할일이 생기면 빠른 손으로 후다닥 해버리는 성격 탓일까. 집중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 다시 문제는 고스란히 나에게로 돌아왔다.


그러나 신기한건 이렇게 명상을 “제대로 못하는” 시간을 얼마간 보낸후, 힘들던 여러가지 일들이 스스로 정리되었다는 사실이다. 그저 시간이 흘러 잠잠해진것 일수도 있고, 어설프게 명상을 하려다가 받게된 스트레스가 내 고민을 대체한 것일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내가 혹시 진짜 “제대로” 명상을 한것일수도? (그럴리는 없지만). 


언젠가는 혼자 앉아 편안하게 내 호흡을 느끼며 잠시라도 머리와 가슴을 비우는 일을 잘 해내고 싶다. 그 기분이 어떤 것일지, 그 진짜를 꼭 느끼고 싶다. 





커버이미지  Photo by David Brooke Marti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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