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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Nov 08. 2020

보통의 주말

주말 오전,

다들 느즈막히 일어나 식탁에 모여앉아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남편은 소파에 앉아 신문을 뒤적거리고

큰 애는 아빠 앞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 책을 만든다고 무언가를 그리고 쓴다.

아빠와 언니에게 갔다가 별로 재미가 없는지

둘째는 제방으로 올라가 인형을 꺼내어 일인 다역을 하고 있고,

우리집 큰 아들, 반려견은 아침 후 조금 이른 오수를 즐기고 있다.


나는 아침 먹은 그릇을 계수대에 밀어넣으며

유난히 조용한 주말 아침이라고 생각했다.

목이 칼칼해서 불에 올려 놓은 생강차향이 온 집안 퍼졌다.


내가 좋아하는 주말 일상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모두 생강차향을 맡으면서도

각자 자기가 할일을 조용히 하는 시간.

“엄마” “여보” 소리에 쉽게 서로를 만났다가도

잠시 방에 조용히 문을 닫고 들어가 혼자가 될수 있는 시간.

나에게는 편안함과 안정을 주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점점 더 커가고,

모든것을 함께 하는 시간보다도

각자 해내야 할 시간이 더 길어질지도 모른다.

아마 그때는, 내가 아이들 곁을 따라다니며 혼자가 되길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원했던 자유로움이 못내 서운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우리 모두 함께 맡았던 생강차 향기를 기억해내며

서로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기다려주고

그러다가 가끔 서로를 떠올려주고 그리워해주길 바래본다.




커버이미지 by Raphael Nogueri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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