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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Sep 15. 2015

어떤 오후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고 앉은 우리 두사람, 

내품에서 잠든 아가와 남편의 발밑에서 잠든 강아지. 

우리는 오늘, 

아주 가까운 미래와 아주 먼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릴없이 나누며 

나른한 오후시간을 보냈다. 


소리없는 시계는 익숙치 않은 숫자를 가리키고, 

이제 막 저문해의 어스름한 빛이 우리 넷을 감싸안았다. 

집 뒤켠 멀찍이에서는 미리 찾아온 여름날을 즐기는 아이들 소리가 웅성대고, 

현관문과 마주보는 창으로는, 

끝을 가늠할수 없는 옥수수밭 한가운데에 서서 맞는 바람처럼 

요란한 바람소리가 집안을 휘감았다. 



듬성듬성 이어가는 대화가 허공을 가르고, 더 많은 시간은 그저 적막했다.

꽤 긴 시간동안 이어간 가까운 미래와 먼 미래에 대한 상상 덕분인지, 

낯설게 느껴진 날씨와 빛과 바람때문이었는지, 

내가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그 어느곳에 잠시 다녀온듯한, 

묘한 느낌을 주는 늦은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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