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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Sep 29. 2015

멀리사는 친구

난 그대들의 멀리사는 친구라서 좋다  

나는 “멀리 사는 친구”이다.


멀리 사는 친구는 손 닿을 곳에 없으니 아쉬움이나 안타까움이 많지만, 

멀리 사는 친구이기에 갖는 이점도 몇가지 있다. 


그 중 하나를 꼽자면, 

난 그 즉시 달려올수 없는 친구이기에 때론, 가장 부담없이 속 얘기를 털어놓을수 있는 친구이다. 

가까이서 매일 얼굴을 보는 친구들에게 털어놓기 무거운 이야기를 소통할수 있는 적절한 상대이다. 

‘나’는, 아무리 많이 걱정이 되어도 지금 바로 그들에게 달려갈수 있는 친구가 아니고, 

다음날 어색하게 얼굴을 보게 되는 그런 친구도 아니다. 

세상이 좋아져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얼마든지 통화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물리적 거리감은 여전히 존재하기에, 

나는 그들에게 여전히, 그리고 계속, “멀리 사는 친구”이다.


멀리 사는 친구로서 난 오늘도 적당히 속상하고 적당히 마음아픈 이야기 거리를 하나 얻었다. 

멀리 사는 친구에게 털어 놓을 얘기는 대개, 좋은 얘기보다는 안좋은 얘기가 많아서, 

얘기를 듣고 난 후의 나는 마음이 좋지 않다. 

하지만, 난 그 마음의 부담도 스스로 삭혀야 하고, 

걱정된다고 자꾸만 전화통화를 시도하지도 않는, 

멀리 사는 친구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다 해야 한다.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난 그렇더라도 그대들의 "멀리 사는 친구"라서 좋다. 

그대들이 긴 한숨 한번 내쉬고, 마음을 털어놓는 

그런 친구라서 좋다.




Photo by Clarisse Mey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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