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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Mar 01. 2017

치부

영원히 묻고 싶은 이야기 

살다보면 누구나,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들을 하나씩 갖고 살게 된다. 

글쎄, 인생의 치부라고 하면 적당한 표현일까. 


나에게 그런 치부가 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 


원만한 인간관계가 이상적이라는 통념 속에서, 누군가와의 매끄럽지 않은 관계와 기억 등이 내겐 그런 치부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겼던 오해, 그 오해로 인해 어색해진 관계, 의도하지 않게 다른 사람에게 줬던 상처, 혹은 다른 사람의 성공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지 못한 시기심, 살면서 웬만하면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바램, 누군가 나에게 좋은 감정을 갖지 않고 살아갈 것 같은 씁쓸함.. 그런것들 말이다. 


이처럼 다른 사람과 엮인 일은, 내 개인적인 치부를 고백하는 것 보다 훨씬 어려웠다. 


내가 모자란 것, 내가 바르지 못했던 것은 나 한 사람의 고백이자 회한이면 그만인데, 인간관계를 둘러싼 기억들은 나 말고 상대방이 있기에 기억은 불완전하고 입장은 다른터라, 관계의 실타래는 더더욱 얽혀있다. 특히, 그 갈등의 핵심에 내가 깊숙히 개입되어 있다면, 자유로울수 없는 기억들이 있다면 더더욱 괴롭다. 혹시 그 때 내 말때문에, 내 행동 때문에, 내 전화 때문에, 내 문자 때문에 이 모든일이 벌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들면, 그 치부는 영영 아무도 모르는 것이 되었으면 하기도 한다. 


잊고 싶었던 것인지, 잊어 진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희미해진 기억들이 있다. 구태여 꺼내서 한번더 상기하기 보다는, 그냥 묻는 편이 좋겠다고 믿으며 살기도 했다. 이젠 나이도 더 들고 어른이니까, 그런 기억들에 연연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생각치도 못한 일로 인해 갑자기 휘몰아 친 그 기억에 여전히 힘이 든다.  


아직, 덜 컸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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