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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Sep 14. 2018

변덕

 

한달은 고사하고 요즘엔 하루가 다르게 관심사가 변덕이다. 

이사를 가야하나 싶어서 한동안은 집을 야심차게 알아보다가, 

이사는 그만두고 리모델링을 해야 하나 싶어서 리모델링 정보를 눈에 불을 켜고 찾아보다가, 

정원쪽에 눈을 돌려 새로 심을 나무를 마구마구 검색하다가, 

이러지 말고 슬슬 다른 일을 해볼까 싶어서 직장을 좀 알아보다가, 

직장은 무슨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면서 그 생각에 푹 빠져있다가 …….


이게 다는 아니다. 자질구레하게 여름에 가야할 여행계획에 또 며칠 불타오르다가, 

주방에 있는 전등갓를 바꾸어 보겠다고 검색하다가, 

또 요 며칠은 어울리지 않게 재테크를 한번 해보겠다며, 

이해도 안되는 금융상품정보를 보느라 머리가 아팠다.


이렇게 변덕스러운 날들을 보내다 보니, 

어젯밤에는 남편이 랩탑을 끼고 앉아서 무언가 씨름하고 있는 내 어깨를 툭 치며, 

“오늘은 또 뭐가 땡기시나?” 한다. 

나만큼이나 본인도 오락가락 하시면서.


우리 부부가 요즘 중년의 위기인가 보다. 

미드라이프 크라이시스 . 두둥


마음을 못잡고 바람에 팔락거리는 나뭇잎처럼 여기 기웃 저기 기웃 거리면서 

뭐 재미있는 거리, 혹은 관심을 쏟을 거리가 없나 하고 있다. 

육아에 시달리느라 그 탈출구를 찾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무언가에 지친 사람의 관심사 치고는 너무 변화무쌍하고 액티브하다. 

이렇게 끈덕지게 뭐 하나 붙잡고 있지 못한채로 춤추듯 살다가는 

남는게 아무것도 없을 거라는걸 알지만, 

적.어.도. 무기력하진 않으니 아직은 청신호인걸까?


앞으로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는 아니 앞으로 몇달은 이렇게 그냥 모든 가능성과 생각을 널널하게 오픈해두고 

하고 싶은 생각, 공상, 계획, 혹은 망상 지칠때까지 해보면서 지낼 생각이다. 

그러니 앞으로 얼마나 더 기상천외한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들어갔다 나올지 모르겠고, 

앞으로도 한국시간으로 새벽에 뜬금없이 친구에게 카톡을 해서 

“나 지금 막 좋은 사업 아이템이 생각났어!” 하면서 괴롭힐지도 모르고, 

머릿속으로 동으로 서로 남으로 북으로 미국 대륙 종단/횡단 일주를 몇번이나 다녀올지도 모르겠다. 

뭐 하나도 쉬운 일들은 아니지만, 뭐 하나도 ‘절대로 할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 아닌게 그나마 큰 위안이다. 

뭐라도 마음먹으면 한번 해볼수 있는 일이라는게 - ‘말아먹을 지언정’.


수많은 생각중에, 이리저리 휩쓸려 '가족계획 수정'만 안하면 된다. 

정말 치명적인 ‘중년의 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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