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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Sep 08. 2020

가을이 시작되다

어느덧 불어오는 찬바람과 함께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다름아닌 노란 은행나무잎과 빨간 단풍잎들이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한껏 가을이 다가오는 분위기를 돋구어주는
그 단풍잎들은 아름답고 낭만적이기만 하다.
우리는 그 낭만스러움에만 잔뜩 취해있다.
 
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내려가면서 나뭇잎 색이 변하는건
생각만큼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의례는 아니다.
봄, 여름동안 보유하고 있던 수분과 영양분이 점차 바닥나게 되면서
나뭇잎의 색은 불충분한 영양분 탓에 그 색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은행잎을 책장에 꽂아두면 그 모습 그대로 곧 꼿꼿하게 마르는 것도
수분과 영양분이 모두 빠진 상태인 때문이라면 이해가 쉽다.
우리가 황홀하게 바라보는 빨갛고 노란 색상은
한때 푸르른 녹색으로 젊음을 혹은 건강함을 내세웠던 
나뭇잎의 시들고 있는 변모한 모습인 것이다.
 
낙엽도 마찬가지다.
떨어지는 낙엽을 맞기라도 하면
발끝으로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밟아보기라도 하면
괜한 허전한 마음과 함께 감상에 빠져들기 바쁘다.
여름내내 버티고 있던 영양분이 말라들어가면서
나뭇잎이 떨어지는건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생존 전략이다.
나무는 겨울까지 살아남아서 내년에 또다시 싹을 틔우기 위해서
이미 바닥나버린 물과 양분으로 버텨내야하고
그러기위해서는 자신의 잎을 스스로 떨어뜨려야 하는 것이다.
그런 처절한 살기위한 속삭임이라니..
 
 오늘 문득 동네 공원에 산책을 하는 길에 
 짙푸르던 녹음에 미세하지만 부드러운 붉은빛과 황금빛이 돌고있음이 느껴졌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어느새 가을이 코앞이다.
 그 단풍잎과 은행잎이 발산하는 낭만에 젖으려다가
 우연히 얼마전 읽었던 글이 생각나서 적어본다. 
 우리가 아름다워하고 감성적으로만 받아드리던
 가을 하늘빛 아래 붉고 노란빛의 단풍과 떨어지는 낙엽들..
 우리는 그 겉모습만보고 얼마나 큰 오해를 하고 있는가. 
 
사는게 그런것 같다.
우리는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사는것 같다.
아니 그것은 누군가가 부족하거나 모자라기 때문은 아니다.
내 스스로가 겪거나 당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완벽히 이해할수 없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위로를 해도
아무리 다 이해할듯한 표정을 해도 

결국 아무도 자신만큼 온전히 자신을 이해할수 없다.

그냥 우리는 서로 그만큼,

내가 다가가서 이해할 수 있는것과,
다른이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해할수 없을것 간에, 
줄일수 없는 틈을 만들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단풍과 낙엽을 바라보는것 처럼. 
 
나는 다른이들을 위로하는 일에는 원래부터 영 소질이 없다.
아픈일을 겪거나 슬픈일을 겪은 사람에게 
한마디 던지게 되는 위로의 말 마저 죄송스럽고 미안하다는 핑계로

사실 위로를 할 시도조차 하기가 힘들다.


온전히 그들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온전히 그 아픔들을 내것으로 만들지도 못하면서
그저말로만 이해하는 듯 위로하는 듯 표정짓기가 쉽지 않다.
그저 어쩌면 좋으냐고 되뇌이는건 못할 짓이다. 
차라리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이, 
그 복잡한 심정을 조금 솔직하게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 심정 또한 제대로 이해받기는 쉬운일이 아닌것 같다. 

 
말을 줄이고, 

어찌 되었든, 
9월! 

가을이 시작되다. 




덧. Photo by Chris Lawt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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