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서 남편과 이 얘기 저 얘기를 주고 받았다.
아는집 애들이 벌써 다 커서 의대에 진학 했다더라, 의대 등록금이 그렇게 비싸다며, 치대도 비싸다고 그러던데, 한국도 그렇게 비싼가, 의대 6년 졸업시키려면 돈 엄청 들겠네, 그집 애들은 장학금 받는다니 잘됬다....
뭐 이런 류의 “카더라” 대화.
아직 우리집 애들은 어려서 다른 집 이야기들은 대개 먼나라 이야기이지만, 생각도 못해 본 일들을 한번쯤 미리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는 꽤 유용하다. 아직 대학 학비를 생각하는건 너무 이른가 싶지만, 뭐 언젠가는 올 일이 아닌가 생각하면, 애들 앞으로 교육보험 한 구좌씩은 넣어야 되나 싶기도 하다. 그런 역시 우리 부부에게는 뜬구름같은 이야기들.
여하튼 남편과 이런 저런 얘기로 저녁먹은거 소화시키고 있는데, 다섯살 아이가 우리 얘기에 끼어든다.
그래서 남편이, “넌 커서 뭐 되고 싶니” 물었더니
아이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환하게 밝아진 표정으로
tooth fairy
으응?
우리 부부 얼굴을 마주보며 어이상실한 표정으로 허탈한 실소만.
그 ..그래, 되고 싶으면 되야지, tooth fairy,
여보 얘 tooth fairy 되겠데, tooth fairy
남편은 "그럼 tooth fairy 전공이 있는 대학교를 찾아야 되나, 아니 department of tooth fairy 가 있으려나” 라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중얼거리면서 히죽거리고, 세속에 찌든 엄마는 “tooth fairy 라고 하는 걸 보니 혹시 치의대에 가려는거 아니야”라며 애써 꿈보다 해몽에 열중.
천진난만한 다섯살 아이가 오늘도 이겼다.
아이들 덕분에 오늘 하루도 웃는다.
커버이미지 Javier Zarracina/ V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