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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Sep 29. 2020

온종일 어두운 날

가끔 그런 날이있다. 


열심히 살아 왔지만,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이 되어버린것 같은 날.

결과가 없는 "열심히"는 아무것도 아닌거라고 중얼거리는 날. 

그럴듯한 것이 하나도 없는것 같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삶.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만큼, 엉망으로 산 삶이 아니라 억울하기까지 한 그런 날. 


잿빛 구름들 사이로 해를 찾고 싶어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려도 

하루종일 어둑어둑하고 희뿌연 그런날.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한번씩 예민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뻗어나가면 감당할 수가 없다. 

오늘처럼 예상치 않게 어깨너머로 불필요한 소식을 전해들었을때는 역부족이다.

깊숙히 묻었다고 생각했던 갖가지 복잡한 감정들을 딛고,

마음속에 깊이 숨겨뒀던 낡고 비뚜름한 저울을 꺼내어 나를 올리기를 반복한다.

그 저울위의 나는 늘 외롭다.

단 한번도 내 쪽으로 기울일은 없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한쪽으로만 기울게 만들어진 저울이었으니까. 


"비교"라는 것이 평온한 삶에 툭 하고 무심히 던져질때 

얼마나 잔인하게 영혼을 좀먹게 하는 일인지 알면서도 

나는 가끔 이렇게 그 덫에 걸리고 만다. 

모두 함께 향해갔던 그 결승점에 

나만 도착하지 못한채로

길을 잃고 등을 돌리고 웅크리고 있는것 같아 가엾기만 하다. 


이런  날에는, 

잘 먹거나 잘 웃지 못하며,

잘 읽거나 잘 쓰지 못한다. 


예민해진 나는 곧잘 피곤해하거나 날카로워지기도 하며, 

어디서부터 길을 잘못 들어선건지 안쓰러운 나를 몰아세우지만

난 그저 오랫동안 열심히 살아왔을 뿐인것 같아 답답하다. 


지금 현재, 

내가 언젠가 꿈꾸었던 빛나는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다고 해서,

지난 세월까지 부정당하는 건 서글픈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려고 

열심히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나약한 나와 가끔 마주하는건 꽤 힘이 든 일이다.

가엾은 나를 먼저 받아주고 안아줘야 하는데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릴까봐 안절부절이다. 


오늘 같은 날, 

하루종일 어두워 작은 빛 줄기 하나가 아쉬운 날.

구름이 거두어질때 까지 

나는 나를 꼭 안고 토닥여준다. 

열심히 살아와줘서 고맙다고,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열심히 살아온 하루하루가 나를 지탱해줄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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