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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창 Apr 09. 2020

에디슨의 커런트워 다시 보기

에디슨, 테슬라, 웨스팅하우스의 비지니스 스토리 해설

    영화 커런트 워(Current War)가 국내에도 상영된 사실은 다 알고계실 것이고요. 17만명 정도가 박스 오피스에서 티켓을 끊고 보았다니 하니 흥행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배우들은 화려했습니다.

마블 시리즈에서 나온 배우들이 다수 나왔습니다. 이 영화는 에디슨의 추악한 면을 보여주었지만

자세히 보면 에디슨의 애틋한 부분도 군데 군데 녹아나 있습니다. 

    영화는 1880년부터 에디슨이 영사기로 관심을 돌리는 1890년대 후반까지 약 15년을 다루면서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부분은 1888년에 1890년 사이의 전류전쟁이 극에 치달은 순간까지입니다.. 

워낙 긴 시간을 짧게 다루다보니 당시 미국의 산업상황이나 에디슨에 대하여 잘 모르면 이해가 어렵습니다.


뉴욕시 의원들 대상 전구시연


    영화의 시작은 1880년 겨울입니다. 신사들이 에디슨의 연구소를 방문합니다. 에디슨이 전구를 

쫘악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여기 방문하는 사람들은 뉴욕시 의회와 공무원들입니다. 에디슨이 뉴욕에서 

전기공사 허가를 받기 위해서 이들을 초청하여 전구를 시연해 보이는 장면입니다. 아시다시피 전구가

상용화되려면 발전소도 있어야 하고 전기선로도 깔아야 합니다. 엄청난 작업이었죠. 에디슨은 전구라는 새로운 조명을 위하여 발전기, 전기선로, 전기 차단기, 전기 선, 전봇대, 전기 계량기 이런 것을 다 발명했거든요.

좌우간 전구로 도시를 밝히기 위해서는 도시에 전기 선로 공사를 해야 하고 그것은 뉴욕시의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당시 뉴욕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조명시장은 가스등입니다. 가스등은 등불 하나하나를 사람이 불을 켜고 다녀야 했습니다. 뉴욕 시 의회는 가스등 사업자와 유착해서 전기 공사허가를 안 내주려고 했거든요.

이 장면은 그것을 설득하고 로비하는 장면인데요. 굉장히 짧게 넘어갑니다. 


1882년 태슬라, 파리에서 에디슨 전기회사 직원으로 근무


    테슬라는 82년부터 파리에서 에디슨 전기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모터와 발전기 등에 관해서 배웁니다. 당시에는 전기공학이 없었습니다.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는 현장뿐이었습니다. 아직 학문체계가 잡히지 않았으니 엔지니어들이 실험을 통해 반복작업하면서 경험을 쌓는 것 외에는 별 방법이 없던 시절입니다. 테슬라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교류모터 구상을 합니다. 투자가도 찾아보지만 아무도 나서질 않습니다. 에디슨 회사의 직원들도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이제 갓 전기조명 사업을 시작했고  적자투성이인데 교류로 바꾸자고 하면 받아들이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테슬라의 수준이 너무 높아 이해하지 못하는 면도 있었습니다. 이 시기는 호롱불켜고 촛불로 밤을 밝히던 시절입니다. 뉴욕의 최고 회사, 갑부 천명 정도만 전구로 밤을 밝히던 때였습니다. 이것도 뉴욕이야기고 다른 도시는 전기같은 것은 먼나라 이야기였습니다. 테슬라는 파리에서 일하면서 에디슨의 오른팔 격인 엔지니어 배철러의 눈에 듭니다. 베철러가 먼저 미국으로 가고 테슬라를 부릅니다. 84년 봄 테슬라는 뉴욕에 도착합니다.


1884년 테슬라, 뉴욕의 에디슨 회사에 취직


처음에는  베철러 밑에서 잠시 일했는데 솜씨가 좋아 금방 에디슨이 자신의 연구소로 데려갑니다. 그러나 테슬라는 6개월 정도 일하고 사표쓰고 나갑니다. 에디슨과 테슬라 두 사람에 관하여 고증을 거친 전기를 읽어 보면 그다지 상세하게 나와 있지 않습니다. 아마도 두 사람의 이야기이니 자료가 없겠지요. 야사에는 에디슨이 테슬라에게 일을 시키고 잘 수행하면 4만 달러 주겠다 했는데 그것을 안 지켜서 테슬라가 나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에디슨은 '그것은 미국식 농담'이다라고 말하고 있구요.      

    그럼 4만 달러가 어느 정도 돈이냐면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약 백만 달러, 우리돈 10억 정도인데요. 에디슨에게 이 돈이 어느 정도가치냐를 보아야 합니다. 당시 에디슨은 기업을 여러 개 설립하면서 자신의 거의 모든 돈을 벤처에 투자한 상태였습니다. 그 기업 중 일부가 83년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즉 돈이 진짜로 별로 없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4만 달러는 웬만한 큰 공장이나 건물 하나를 인수할 정도의 가격이었습니다. 또 다른 관점은 테슬라가 4만 달러 정도의 가치를 했느냐 문제인데요. 우리가 상식적으로 판단해 보면 직원에게 4만 달러 보너스를 주려면 회사에 공헌한 정도가 최소 2배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테슬라가 4만 달러를 받을 정도의 공헌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테슬라가 미국식 농담을 이해하지 못한 것에 한표를 던집니다.                                                                                                                                                                                                                              

테슬라의 에디슨 연구소의 문화 이해 부족                               


    문제가 된 것은 에디슨의 테슬라에 대한 무시로 보입니다. 에디슨은 너 같은 파리잡놈(좀 심하게 표현하자면요)이 뭐가 대단하냐, 이런 식이었거든요. 테슬라는 나름 천재인데 엄청 화가 난 건지요. 에디슨 입장에서 보면 그의 밑에는 유능한 인재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프란시스 업톤은 박사가 정말 희귀한 시절에 독일유학을 마치고 프린스턴 대학 박사까지 한 사람이었습니다. 에디슨은 업톤을 무지 아꼈습니다. 업톤은 수학이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에디슨은 그에게 많은 것을 의지했습니다. 그런 직원들이 에디슨 밑에 여럿 있었습니다. 이 업톤의 월급이 주급 15달러 였습니다. 이 금액은 당시 대졸 출신으로는 매우 매우 박봉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업톤은 에디슨 옆을 떠나지 않습니다. 에디슨은 업톤이 성과를 내자 곧  자신이 가진 주식을 떼서 성과금으로 주었습니다.  에디슨이 업톤에게 주식을 줄 때도 주식으로 받을래 아니면 연봉 인상으로 받을래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업톤은 고민하다가 주식으로 받았습니다. 주식을 받을 때 주당 200달러 정도였는데 전구발명이 성공하자 주당 4,500달러로 뛰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에디슨은 월급은 박하게 주고 유능한 직원들에게 성과를 확실히 보상했습니다. 이런 저런 상황을 고려해 보면 테슬라가 조직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테슬라는 사표이후  완전히 에디슨의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1888년 테슬라와 웨스팅하우스의 만남


    웨스팅하우스는 철도산업에서 부를 축적한 기업가입니다. 86년경 전구사업에 후발자로 뛰어듭니다. 에디슨이 이걸 그냥 놔둘리 없습니다. 특허소송을 제기합니다. 에디슨이 특허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한 시점은 85년부터입니다. 이미 이 당시에 10개 정도의 기업이 전구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에디슨은 모든 전구기업을 대상으로 싸잡아 소송을 겁니다. 이 특허소송은 지금으로 치자면 삼성과 애플 급의 거대한 소송이었습니다. 시간도 10년 이상 걸렸습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폐업하는 기업도 있었습니다.  소송이 에디슨의 승리로 끝나자 공장문을 닫는 기업이 여러개 생겨났습니다.  영화에는 웨스팅하우스가 점잖게 나오지만 이 분도 만만찮은 사람입니다. 당시 미국 전기업계는 좁습니다. 시기, 질투, 음모 등이 난무합니다. 게다가 특허소송을 붙게 되면 모든 추악한 방법이 다 동원됩니다. 웨스팅하우스는 소송을 담당하는 로펌을 구합니다. 그 로펌에서 에디슨의 약점이라면 뭐든지 찾아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88년 테슬라를 만납니다. 테슬라가 에디슨에게 감정이 많음을 알고 '복수하자' 이런식으로 꼬드깁니다. 물론 돈도 줍니다. 


전구에서 전류 전쟁으로


    웨스팅하우스는는 테슬라에게 에디슨의 전구를 피해갈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달라고 합니다. 테슬라는 '전구는 해 봤자 안된다' 이러면서 교류모터를 제안합니다. 이렇게 해서 전류전쟁이 본격화됩니다. 이 장면은 오늘날 기업의 기술경쟁에서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모든 기술을 혼자 가질 수 없습니다. 결국 웨스팅하우스는 전구전쟁의 위기를 전류전쟁으로 확대시킵니다. 그런 다음  전류 패권을 잡습니다. 다음 순서는 전류패권과 전구패권을 가지고 서로 거래하는 겁니다. 결국 두 기업은 '특허권 상호 사용 허락'으로 마무리합니다. 이 소송과 전류전쟁으로 미국의 전기산업은 'GE 1강, 웨스팅하우스 1중, 나머지 기타' 이렇게 재편되었습니다. 영화는 너무나 많은 사건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앵글은 에디슨의 전기 사형, 동물실험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서 맥락이 끊어지는 것 같아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참고

4차 산업혁명시대의 에디슨 다시 보기(https://brunch.co.kr/@ipnomics/3)

초보기업가 에디슨(https://brunch.co.kr/@ipnomics/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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