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화장실에서 벌인 개그 배틀 한 판
분교에서 아이들과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 수준이 되어간다. 서로 눈높이를 맞추고 살아가니 그렇다. 아이들도 점점 담임을 닮는다. 날마다 듣고 보는 것이 그의 말이고 행동이니 당연하다. 분교에서 아옹다옹 몇 년 살다 보면, 내가 선생님인지 아빠인지 친구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뻥이 아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다. 나는 그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관계라고 말하고 싶다. 굳이 예를 들자면 이런 상황 마저도!
봄날 시골 학교, 나는 넓은 교실에서 아이 두 명과 수업을 하고 있다. 엄청나게 잘 생긴 3학년 바다와 엄청나게 특이하게 생긴 4학년 환이 그리고 제대로 쫀쫀한 나! 우리 공통점은 모두 남자라는 것과 장난을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제일 미남이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수업 중, 바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 했다. 얼른 갔다 오라고 했다. 그런데 한참을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공부 시간을 화장실에서 때울 요령으로 잔머리를 굴리나? 충분히 그럴 소지가 있다. 하지만 복귀 시간이 너무 길었다. 얼핏 불안해지더니, 나도 방광이 저려 왔다. 엄청 특이하게 생긴 환이 혼자 두고 화장실로 갔다.
우리 학교 화장실은 최고다. 청소 도우미 여사님이 방금 청소를 마쳤는지 온갖 사물이 반짝거린다. 화장실에서 책 펴놓고 공부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열려 있는 화장실 칸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드는데, 단 한 칸만 굳게 닫혀 있었다. 저 안에서 아이 한 명이 잔머리를 굴리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는 중이다. 나는 아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내 볼일을 보았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보통 아이들 있는 칸은 대체로 낑낑 용을 쓰는 소리가 나오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노파심이 와락 밀려왔다. 나는 바지춤을 정돈하며 아이 이름을 불러 보았다.
“바다야!”
“......”
대답이 없다. 나는 그 잘난 이름을 한번 더 불러 주었다.
“바다야?”
“예!”
이제야 대답이 나온다. 또 당했다. 녀석은 단지 장난이 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나 또한 그냥 갈 수 없다.
“너 변비 있나?”
“예?”
“볼 일 다 봤으며 바지 올리고 가자. 공부해야지!”
“저 지금 아기 낳고 있는데요.”
헐,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그래, 몇 개나 낳았냐?”
“세 개요.”
“수고했다. 이제 그만 낳고 공부하러 가자.”
“그런데 선생님, 아기가 똥 같이 생겼어요!”
이놈이 어데서 이런 개똥 같은 개그를 배웠는지 기가 찼다. 살다살다보니 별별 똥을 다 본다. 그런데 이 요상한 판국에 복도 저쪽에서 누군가 콩콩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큰일이다. 진짜 장난꾸러기 대마왕 환이가 쳐들어온다. 자칫 우리 셋이 화장실에서 개그 베틀을 해야 할 판이다. 나는 교사 본연의 자세로 복귀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 눈높이에 맞는 한 마디를 던지고 황급히 화장실을 나왔다.
“니 똥이다. 자슥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