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을 드시는 법

비 오는 날, 두 엄마와 두 아들의 통화

by 최형식

오월이 코앞인데 날씨가 차다. 비까지 온다. 오늘 일기를 안 써 온 아이는 세 명이다. 그중 두 명은 벌 청소가 끝나자마자 일기를 쓰고 총총히 집으로 갔다. 하지만 지태는 아직 일기장조차 꺼내지 않는다. 나는 이미 좋은 말로 두 번이나 경고했다.

“지태야, 얼른 일기 쓰고 집에 가야지”


들은 척 만 척! 지태는 하릴없이 교실에 남은 다른 농땡이들과 세월 좋게 노닥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함께 놀던 농땡이들마저 하나둘 빠져나가고 교실에는 지태와 내가 남았다. 느림보 거북이는 그제야 엉기적 엉기적 일기장을 펼치더니 연필 뒤꼭지를 물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내게 물었다.

“선생님, 사람 목구멍으로 내려가는 길을 뭐라 해요?”

“기도? 식도?”

“아하!”


잠시후, 지태가 또 묻는다.

“선생님, 사람이 똥 눌 때 내려가는 줄기를 뭐라 해요?”

“창자?”

“아! 맞다. 창자!!”

생뚱맞은 질문을 하더니 또 턱을 괴고 초점 잃은 시선으로 생각에 빠져있다. ‘에휴, 이제 글감을 고르나 보다.’ 나는 닦달을 포기하고 밀린 내 업무에 열중했다.


한참 있다가 내가 물었다.

“지태야, 몇 줄 썼냐?”

“한 줄요.”

아이고 두야! 빗줄기는 굵어지는데 어쩔 셈인가. 오히려 내가 답답해졌다. 나는 교실을 나와 교사 휴게실로 갔다. 커피 한잔을 타서 나오다가 탁자 위에 놓인 여선생님들의 간식거리를 발견하였다. 잠시 혼자서 자문자답했다.

‘지태 하나 갖다 줄까?’

‘남아서 일기 쓰다가 과자 먹는 재미 들면 어쩔 거시여?’

‘그래도 아이 앞에서 혼자 홀짝홀짝 커피를 마실 수는 없잖아?’

‘그렇다면 주든지 말든지.’


나는 한 손에 커피 잔을 다른 손에 과자를 들고 교실로 돌아왔다. 지태는 ‘아이.. 안 주셔도 되는데’하며 넙죽 과자를 받았다. 우리는 넓은 교실에서 각자 간식을 챙겨 먹었다. 창밖에 고즈넉하게 내리는 비를 보니 갑자기 시골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 생각이 났다. 생각난 김에 전화를 했다.


그곳에도 비가 오고 당신도 방 안에서 혼자 소일거리 하신단다. 나는 벌써 수업을 마쳤고 지금 교실에서 꼬마 한 명과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안부를 전했다. 그리고 다짜고짜 ‘우리 반에서 제일 귀여운 아이가 있는데 목소리 한번 들어 보시렵니까?’라고 말했다. 당신도 사양하지 않으시고 호호 할머니처럼 웃었다.

“지태야, 선생님 엄마하고 통화 한번 해볼래?”


지태가 연필을 놓고 빙그레 웃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지태 귀에 전화를 대어 주면서 ‘할머니 안녕하세요?’ 하랬더니 곧이곧대로 ‘할머니 안녕하세요?’라고 했다. 생면부지의 낯선 할머니와 꼬마 아이의 통화가 빗소리처럼 정겨웠다. 할머니는 무어라고 당부하시고 지태는 몇 번 ‘예’ ‘예’를 반복했다. 지태가 짧은 통화를 끝내고 빙그레 웃으며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할머니가 뭐라 하시던?”

“음... 공부 열심히 하고요. 선생님 말씀 잘 듣고요. 커서 훌륭한 사람 되고요.”

어머니는 당신이 젊은 엄마였을 때 어린 나에게 했던 말 그대로 지태한테 말씀하셨다. 그러고 보니 지태도 제 엄마 생각이 날 것 같았다.

“지태야, 선생님 엄마한테 전화해 봤으니 너도 엄마한테 전화해보자”


휴대폰을 지태한테 건넸다. 지태가 토실토실한 손가락으로 번호를 눌렀다.

“엄마, 나 지금 교실에서 일기 쓰고 있어요.”

딱 그 한마디 하고 바로 나를 바꿔 주었다. 얼떨결에 받아 인사를 하였다.

“반갑습니다. 지태 어머니”

이 귀여운 꼬마와 인연을 맺게 해 준 분이 진심 반가웠다. 지태가 가끔 일기 쓰기를 빠뜨리기는 하지만 인사를 깍듯이 잘하고 목소리도 귀엽고, 독특한 생각을 나름 정리해서 발표도 잘한다고 말했다. 또한 보시다시피 우리는 아주 친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두 엄마와 통화가 끝나자 두 아들은 약간 우쭐해졌다. 지태의 일기 쓰는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졌다. 지태는 띄어쓰기를 무척 싫어 한다. 하지만 자신이 경험한 일을 글감으로 정해 표현하는 능력은 탁월하다. 아까 질문 했던 '식도'와 '창자'가 글속에 녹아 있었다.


<제목: 돼지 막창>

막창은돼지창자로만든고기이다. 땡추와파를넣고쌈장을놓으면막창전용쌈장돼지막창은쫄깃한게육집이좌르르맨입으로먹으면맛이없지전용쌈장에다가찍어먹으면이게100%로진정한맛이다.

막창을만드는방법은일단막창에다가냄새가안나게소금을뿌리고 ①그리고전용쌈장을만들려면그냥쌈장을사서땡추파를넣으면끝

②그리고막창을꾸울때불을최대로불을올려주고2분정도있다가막창을뒤집어주고전용쌈장에찍어먹어면내가이때까지엄마한테혼난스트레스가부드럽게사르르화가녹아내린다.선생님도저땜에화가나셨을거예요그거드시고화푸세요비록홍삼보다좋은게아니에요선생님초콜릿복근만든다면서요비록작게먹어도되는데많이드시면초콜릿복근이아니라녹은초콜릿이에요

그리고선생님선생님어머니한테선생님이효자니까막창더많이사서구워드시곤하세요.

일기를 검사하는데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 나는 기꺼이 칭찬해주었다. 으쓱해진 지태는 우산을 챙겨 들고 교실을 나가다 돌아서며 말했다.

“아참! 빨리 드시고 싶으면 꼭 가스 불을 최대한 올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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