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잎새 Oct 23. 2022

놀듯이 탐색하기

Building in Public

그러니까 불안, 그놈의 불안이 늘 문제다.


갭이어를 시작한   달이 넘게 지났다. 그동안 선호와  기분은 퐁당퐁당을 반복했다. 한동안은  모두 눈에 총기가 돌고 의욕이 충만하다. 스케줄이 없는 장점을 살려 내가 하고 싶은 활동들로 하루를 빼곡히 채운다. 그러다  명의 행동이 느려지기 시작한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일어나서도 어딘가 시무룩하다.

불안을 이기기 위해 책도 집어보고 공부도 해보지만 심란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현상은 마치 시간표라도 짜여있는  교대로 일어나는 통에 누군가 우울해지면 다른  명이 오늘은  차례구나, 하고 자연현상처럼 바라보게 되었다.  되면 비가 오듯 불안은 내려온다. “ 집에 갓생은   밖에  사나 .” 그날의 갓생 당첨자는 달리고 읽고 쓰고 의욕이 충만하지만, 갓생의 의자를 뺏긴 사람은 바람이  빠져 쭈그러진 마음을 허망하게 들고 있을 뿐이었다.


갭이어라는 이름표를 찾아 사회가 지어준 옷을 입어도, 결국 우리는 불안한 거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가족 전원이 무직으로 있는 시간이 불안하지 않다면 그것도 상당히 문제 있는 상태가 아닌가. 그러니까 불안해도 문제, 불안해하지 않아도 문제여서 퐁당퐁당의 굴레는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날도 비처럼 내린 불안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우리가 이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어딘가 회사에 가면, 아마 또 뭐든 배우면서 일을 할 거야. 당연히 배우겠지. 너도 나도 허투루 일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어떻게든 성장이 있는 시간이겠지. 그런데 나는 내가 지금까지 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험을 하나 더 추가하고, 또 거길 나오는 일이 반복될 거 같아. 그래서 이 시간 동안 뭐라도 한 지점이 납득된 다음에, 다른 경험을 위한 준비를 하나라도 쌓은 다음에 다시 일을 하고 싶어. 적어도 '아 이만하면 충분히 놀았다!'라는 납득이라도. 똑같은 경험을 하나 더 쌓는 게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니까, 탐색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접근해보자."


불안과 무거운 마음을 (없앨 수는 없으니) 일단 테이블 위에 꺼내 두고, 놀듯이 탐색의 시간을 가져본다. 재미를 위해 뛰고, 재미를 위해 읽고, 놀듯이 먹고사는 일을 생각한다. 하나의 커다란 돌산 같은 고민의 무게를 쪼개고 쪼개, 1인분 가능하면 1회분의 무게로 손에 쥔다. 그럼에도 우리는 결국 불안해지겠지. 단, 섭취는 1번에 1회씩. 과식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규칙이다.

작가의 이전글 부부가 동시에 갭이어 가지는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