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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잎새 Nov 17. 2019

나 같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이제 서서 자각하세요 ㅡ 결국 내가 할 일입니다

이 날은 한참 전에 이소라의 콘서트를 예매해 두었다. 정확히 8시. 무대의 불이 꺼지고, 한참을 아무 말도 없이 노래가 이어졌다. 오늘이 생일이라던 그녀는 이제 누군가를 사랑하는 희망 같은 건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렇게 작은 촛불을 끄며 소망을 빌 때만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게 해 주세요.' 빌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소망은 도무지 빌어지지가 않는다고. 대신 늘 똑같은, 단 하나의 소원만을 빌게 된다고 했다. 그 소원이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귀를 한껏 기울여야 들릴 만한 목소리로 가끔 말들을 했고, 대부분 노래를 이어갔다. 기껏 연말인데, 연말의 공연인데, 오늘 처음 오신 분들은 이렇게 어두운 곡들만 이어가는 것에 놀라실 수도 있겠다고 했다. "그치만 이게 저예요.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는 자조적인 말. 사랑을 하는 것이 어떠한 힘의 근원일 텐데, 더 이상 자기에게는 그런 힘이 없다는 말. 대부분 기분이 좋지 않지만, 오늘은 생일이기도 해서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르고 박수도 받는 것이, 가끔은 그러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는 말. 그런 말들의 끝에 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낮의 하늘은 잘 보지 않고, 밤의 하늘을 종종 본다며, 그래서 별에 관련된 노래가 많다고 했다. 별을 보며 위로를 받고, 작은 소원을 빌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보다는 위를 쳐다보며 삽니다. 무언가 이뤄지길, 더 나아지길 기대하고, 소망하며 삽니다. 나는 유일한 존재니까요. 나 같은 사람은 세상에 또 없으니까요." 


모든 일의 처음에 시작된 정직한 마음을 잃어갈 때

포기했던 일들을 신념으로 날 세울 때 별처럼 저 별처럼


삶과 죽음의 답 없는 끝없는 질문에 휩싸인 채 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에 빠져 혼자 괴로울 때조차 별처럼 저 별처럼


난 별 넌 별 먼 별 빛나는 별 


살아가며 하는 서로의 말들 그 오해 속에

좀 참아가며 이해해야 하는 시간들 속에

원하든 원치 않든 나와 다른 많은 사람들 속에 저 별처럼


불 켜진 공연장에 한참 앉아있다 나오니, 새하얀 백지의 포스터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이 하얀 종이 위에 형압으로 찍힌 이름 세 글자만이 적혔다. 올해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좋은 사람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오래된 친구를 잃기도 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과 남의 일이지만 내 일 같은 감정 사이를 오갔다. 달리고 몸을 쓰는 동시에 여전히 많은 약을 먹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에 기대어 1년 동안 해낸 일들을 늘어놓기에는 어쩐지 부끄러움이 크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사람의 말처럼, 아래보다는 위를 쳐다보며 살아야지. 바라고 기대하고, 소망하며 살아야지. 유일한 존재로서의 나. 나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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