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카마에서 산티아고를 거치지 않고
곧장 푼타아레나스로 온 이유가 있다.
바로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일정 때문이다. 나는 남미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대자연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었고, 가장 좋은 방법이 트레킹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항공권 다음으로 가장 먼저 예약한 것이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을 위한 산장이나 캠핑장 예약이었다. 무려 4개월 전에 예약한 대형(?) 프로젝트이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본격적인 준비를 위해 푼타아레나스에서 푸에르토나탈레스로 이동했다.
트레킹은 기존에 쿠스코와 아타카마를 함께한 형님과 그리고 새로운 동행분과 함께 한다. 모든 코스를 같이 도는 것은 아니다. 겹치는 코스는 함께 가고, 중간에 코스가 다르면 따로 걷게 될 것이다. 그래도 함께할 동행자가 있다는 것이 든든하다.
새로운 동행과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곧장 트레킹 준비에 돌입했다. 우선 3박 4일간 우리의 잠자리를 책임져줄 텐트를 대여해야 한다. 사실 나는 1박을 제외하곤 모두 산장이지만. 푼타아레나스에는 텐트와 각종 트레킹 장비를 대여해 주는 업체가 많다. 그만큼 이곳은 트레킹 하나만 보고 오는 여행객들이 많다.
우리는 그럴 것이 한국인들에게 유명한(물론 블로그 후기가 많은 곳이다) '테레사'라는 업체를 찾아갔다. 얼마나 한국분들이 많이 오는지 한국인들은 무려 10% 할인을 해준다.(지금은 시간이 꽤 흘러서 잘 모르겠다) 사장님도 엄청 유쾌하고, 장비도 많았다.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은 다 이유가 있다!
텐트를 고른 뒤 텐트 설치하는 법을 잘 몰라서(알아도 종류마다 텐트가 다르기 때문에 설치하는 법을 직접 보여달라고 하면 좋다) 보여줄 수 있냐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기분 좋게 장비들을 빌리고 이제는 우리의 에너지를 책임져줄 식량보급에 나섰다!
푸에르토나탈레스에서 유명한 체인점 마트인 Unimarc에 들렸다. 본격적으로 보급에 나섰다. 장을 보다 보니 점점 카트가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거 우리가 다 들고 걸어야 되는 게 가능하겠지...?"
"물론! 걸으면서 비우면 되지."
솔직히 나도 같은 마음이었지만, 동행분들의 마음을 확인 차 물어본 것이었다. 나랑 같은 마음이라 참 다행이야. 무사히 트레킹을 마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장 중요한 와인도 구입! 병은 무거우니깐 팩 와인으로 구입했다. 토레스 델 파이네에서 먹는 와인이라... 벌써부터 설렌다.
식량보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트레킹 도중 먹을 도시락을 싸면서 함께 저녁준비를 했다. 저녁은 스파게티와 도시락을 싸고 남은 버거 그리고 마트에서 구입한 와인이다. 최후의 만찬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지난 여행을 돌아보았다. 이전 도시를 함께 여행했던 형님과는 추억을 나누고, 새로운 동행과는 앞으로 함께할 시간을 상상하며 트레킹의 출발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만큼은 내일이 트레킹인지 아닌지 모르며 시간을 보냈다. 한국의 어느 친구집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따뜻함을 느꼈다.
더 늦기 전에 짐을 꾸려야 한다. 아쉽지만 따뜻한 감정은 여기까지 느끼고, 마저 짐을 챙겼다. 마트에서 구입한 식량, 도시락, 각종 식기도구, 침낭, 텐트, 여벌옷 등등.... 이것저것 넣고 나니 생각보다 짐이 많아졌다. 트레킹 코스도 코스지만 무거운 짐을 메고 가야 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살아서 돌아오자!!
나의 남미여행의 두 번째 이유,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