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카마에 있는 Valle de la luna (달의 계곡)은
실제로 NASA 가 훈련을 하는 장소인 만큼 달의 지형과 매우 비슷하다. 그곳에 있으면 이곳이 지구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흡사 화성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니면 '월레스와 글로밋'의 치즈행성에 사는 자판기 로봇이 방망이를 들고 나를 쫓아낼 것만 같은 상상 속에 빠져든다. 그만큼 이국적인 곳이다.
나의 일원들과 함께 화성탐사를 마친 뒤 누가 지었는지 모를 아타카마 마을로 돌아간다. 고된 훈련(달의 계곡 투어를 다녀왔다)의 여독을 풀고자 나는 일원들에게 저녁파티를 제안한다. (사실 저녁을 사 먹을 돈을 아껴야 했기 때문에) 제안이라고 하기엔 누구보다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모두가 너무 좋다고 대답해 준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짜인 임무대로 움직인다. 일부는 재료손질을 맡아 미리 씻는다. 나는 장보기를 맡았기 때문에 숙소 근처에 있는 슈퍼마켓으로 향한다. 하늘빛이 어느새 붉그스름해졌다. 화성에서 태양이 보인다면 이런 느낌일까?
아타카마에서 생각보다 꽤 넓은 슈퍼마켓이라 필요한 재료를 구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양파, 버섯, 피망, 소시지, 파스타면, 파스타 소스... 있는 그대로 오늘의 파티메뉴는 파스타이다. 이어서 우리의 파티를 마무리해 줄 술을 사러 향한다. 아타카마에서는 일반 슈퍼마켓에서는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 술을 판매하는 전용가게가 있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야 한다. 파스타에 어울릴만한 와인을 듬뿍 구매했다. 칠레는 와인이 정말 저렴하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 임무 바통터치!
씻고 나왔더니 테이블엔 손질된 재료가 가득했다.
'우리가 이렇게 많이 샀었나...? 아주 배 터지게 먹을 수 있겠구먼...'
대형 웍에 담긴 파스타가 모습을 드러낸다. 한 손으로 들기엔 무리이기에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테이블에 놓인다. 나는 곧장 냉장고로 달려가 잠시 온도를 낮춘 와인을 꺼내온다. 드디어 파티준비가 끝났다.
개인잔에 와인을 채우고,
¡Salud! 샬룻! [건배] 유리잔이 부딪히는 소리에 이어서 목구멍을 타고 와인이 들어가는 소리 그리고 탄성!
"이거지!!"
오늘 있었던 투어 이야기, 칠레라는 나라에 대한 인상과 아타카마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남미까지 이어진다. 각자가 서로 다른 이유로 남미에 오게 되었고, 여행에서 느끼는 것들이 달랐다. 나 역시 퇴사를 하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갈망,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한국에서는 하지 못할 경험들을 하고자 남미에 오게 되었다. 남미라는 대륙은 이런 이방인을 너무나 반갑게 맞아 주었다. 덕분에 지금 이곳, 칠레의 사막 아타카마라는 도시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어디에서도 하지 못할 경험을 하고 있다.
와인의 기분 좋은 알딸딸함이 올라올 무렵, 동행 중 한 명이 "술 부족하지 않아!?" 하는 반가운 소리를 외친다. 우리는 한 마음으로 "당연하지!!"라고 외친다. 그리고 나는 와인을 샀던 상점에서 파타고니아 맥주를 구입한다. 나는 이제 남미여행 전부터 고대하던 파타고니아로 향하게 된다. 앞으로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너무나 기대된다.
나는 내일 하루 더 아타카마에 있을 예정이고, 나머지 동행들은 하루 일찍 산티아고로 넘어간다. 내일은 작별인사를 하지 못할 것이다. 아쉬운 맘에 맥주를 마시며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눈다. 다시 만날 그날을 약속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