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는 것에 대한 착각

애써 달라진 나를 보고 싶은 심정

by 떼오 Theo
마치 전역을 앞군 군인과 같은 심정이라고 할까?


# 프랑스에서 내가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나와 같은 시기에 군대에 다녀온 분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전역을 앞두면 정말 많은 생각이 든다는 것을.

'이제 사회에 나가면 나는 무엇을 해야 되지?'라는 생각이 말년 휴가부터 해서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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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가는 날이 다가올수록 '한국에 돌아가면 무엇을 해야 되지?'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도피성으로 프랑스에 오게 되었고, 프랑스에서 지내면서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둘씩 찾아서 해 나가긴 했지만 그게 나의 모든 것이라고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지속하기란 사실 알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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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가기 일주일 전부터 종이에 막 적어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적어본 것이 '프랑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게 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것이었다. 낯선 환경에서 살아가다 보면 평소에 익숙했던 사소한 행동에서도 온 감각이 동원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지하철을 탄다거나, 집 문을 연다거나, 커피를 주문한다던가 하는 한국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아무런 감각의 특이성 없이 지나칠 때가 많지만 낯선 환경에서는 이러한 행동들이 매우 낯설게 느껴진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사소한 것들도 '완료'까지 매우 어렵다.


그렇게 종이 위에는 공간, 커피, 빵, 책 출판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사실 이들은 한국에서도 즐기던 것들이었다. 돌아가면 10월 중순. 본격적으로 내년부터 제대로 시작해본다고 한다면 올해(당시 24년) 남은 기간은 약 두 달. 두 달이면 뭔가를 시작하기 전 기반을 다지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선은 커피를 배워보기로 다짐했다. 그러면서 책 출판을 위한 글쓰기는 꾸준히 하기.


# 좋아하는 것 시도해 보기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주의해야 할 점 첫 번째, 처음부터 너무 달리면 안 된다. 첫 경험은 언제나 설레고 열정이 넘치는 법. 하지만 이런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무작정 달려갈 때 제 풀에 못 이겨 지쳐버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재미를 붙이는 것이 우선!


두 번째, 환경설정. 조금씩 흥미를 붙이면서 내 주변에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서서히 가깝게 그리고 조금은 의식적으로 살펴보는 습관 만들기.


새로운 분야에 흥미가 생기고, 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되면 조금씩 나의 생각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이러이러한 게 요즘 대세인데 이걸 이거와 접목시키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이 들 때쯤 그 분야에서 일을 해보는 것이 베스트...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 이제 이걸 실천해 볼까...?


먼저 커피와 관련된 유튜브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뜨지 않아 몰랐던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이미 많은 유튜브들이 있었고, 커피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그 미지의 공간에서 자신의 무지를 채우고 공감하며 소통하고 있었다.


파리에서부터 다양한 카페를 들리며 카페 공간과 커피 맛, 서비스 등에 대한 의견을 아내와 나누었기 때문에 흥미를 붙이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유튜브를 보면서 모르고 마셨던 커피에 대한 나의 무지도 채워주었기 때문에 재미가 점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커피에 대한 얇은 지식이 조금씩 채워지면서 항상 먹었던 2,000원짜리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아닌 커피 한잔을 제대로 먹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맛을 음미하며 일명 컵노트에 대해서 기록하고 공부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쯤부터 커피 분야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SNS상이나 네이버 블로그 등 카페 알바 후기에서는 에스프레소를 내릴 줄 알고, 레시피만 익히면 누구나 카페에서 일할 수 있다는 글이 많았다. 그리고 관련 자격등도 사실 필요 없다는 글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카페경험이 전무하기에 자격증이라도 따서 일을 구할 때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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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국커피협회에서 주관하는 바리스타 자격증 2급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을 다녔으며, 자격증도 무사히(?)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력서를 만들어 커피알바 지원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거의 10곳을 지원하면 1곳에서 연락이 올까 말까였다.


첫 번째 연락이 온 카페에 면접을 보았다. 사장님과 대화도 편안하게 나누었고, 서로가 커피를 시작하게 된 계기 등 커피에 대한 가치관도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탈락...


낙담하기 이르다. 계속해서 지원서를 보냈다. 그리고 두 번째 면접. 첫 번째보단 간단한 질문들이 이어졌고 결과는 합격이었다. 바로 다음 주부터 출근이 이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일까? 그 주에 독감에 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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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으로 인해 첫 출근 날짜를 몇 번이나 미뤘다. 그러고 몸이 좀 괜찮아졌다. 이제 출근을 하면 된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이 아니라 운명의 진실이었을까? 출근을 하기가 두려웠다. 사실 운명보다는 첫 시작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던 거 같다. 시작만 한다면 어떻게든 되는걸 여러 경험을 통해 터득했지만 여전히 첫 시작의 문턱에 놓이면 어려운 건 매한가지. '그만큼 내가 커피를 좋아하는 게 아닌 걸까?' 결국 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 만약 내가 독감에 걸리지 않았고,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로 인해 내가 커피를 정말 좋아하는지, 이를 업으로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을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실은 나는 커피를 타는 바리스타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작업을 하는 행위를 좋아하는 것이었다. (아니 일을 해야지 무슨 소리야!! 라며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지만 이게 사실이다)


그렇게 엄청난(?) 사실을 깨달은 채 몇 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한 채...

스멀스멀 프랑스에 대한 그리움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다. 이건 어느 정도 예상한 일...!


프랑스 하면 빵 아니겠는가!? 그럼 제빵을 배우면 프랑스랑 연결되어서 언젠가 프랑스에서 일하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단순히 프랑스에 다시 갈 명분으로 시작한 제과제빵. (사실 나는 빵 특히 케이크 같은 디저트를 그렇게 즐겨 먹지는 않는다)


근처에 제과제빵 학원을 알아보다가 괜찮은 곳이 있어 고민도 없이 학원을 등록해 버렸다. 일을 저지르면 시작하게 된다는 마인드가 빛을 바란 순간이다. 과연 빛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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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엔 제과제빵에 흥미를 붙이고, 주변환경을 제과제빵으로 만들기 위해 유튜브를 구독하고, 잡지도 구독했다. 관련 SNS 역시 팔로워 하고 평소 빵을 잘 먹지 않는데 빵을 찾아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학원도 다니기 시작했다. 새로운 일이라 쉽지 않았다. 이건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 그런데 나는 다른 분들도 제과제빵이 처음이니 어려워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하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내가 들은반은 자격증 시험을 위한 반이고 다른 분들은 적어도 다른 클래스를 몇 번 들어 보던가, 홈 베이킹을 즐겨하다가 자격증을 따보고 싶어서 등록한 분들이었다. 완전 쌩 초짜는 나뿐이었다. 여기서 자신감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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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의 이런 자신감을 다시 끌어올려준 건 서용상 셰프님의 일화였다. 파리에서 '밀레앙'이라는 빵집을 운영하는 셰프님은 23년 디저트 플랑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게 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많은 한국분들도 그와 그가 운영하는 빵집에 대해서 알게 되어 파리여행을 가면 꼭 가봐야 하는 빵집이 되었다. 나도 유퀴즈를 통해 서용상 셰프님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셰프님이 한국으로 와서 강연과 시연을 보인다는 말을 듣고 세션을 얼른 예약하게 되었다.

플랑을 만드는 시연뿐만 아니라 그의 다양한 스토리를 듣게 되었다. 관심이 가서 출판된 책도 읽어 보았는데 30살이라는 어쩌면 제과제빵 측에서 늦은 나이에 처음 시작해 여기까지 오게 된 스토리가 더욱 마음이 가게 되었다. 떨어졌던 자신감을 다시 채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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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자격증도 획득하고, 제과제빵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냐고?

전혀... 수업 막바지가 되어가니 학원도 가기 싫고 제과제빵이라는 분야에 실증을 느끼게 되었다. '아니 얼마나 해보았다고 벌써 실증을 느끼는 거야? 의지도 없고 너무 우유부단한 거 아니야?' 그렇다. 하지만 지속하지 못할 거 같은데 어쩌란 말인가.


내가 제과제빵을 진심으로 좋아해서 시작한 것이 아닌 프랑스를 다시 가고 싶은 명분으로 시작한 제과제빵의 결실이 이렇게 찾아온 것이다. 결국 이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좋아한다는 것에 대한 착각


얻은 게 하나도 없는 실패자일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더 소중한 걸 얻었기 때문에. 안 해봤으면 몰랐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착각이다.


나는 커피를 좋아하는지 알았다. 하지만 커피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카페에서 작업하는 행위를 좋아하는 것이었다. 나는 제과제빵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냥 프랑스에 가고 싶었고, 프랑스라는 나라가 좋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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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무리 착각이었다고 해도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10개 정도 해보았을 때 자세하게 어떤 것을 좋아하는 것인지 적어도 2개만 건져도 큰 성과가 아닐까? 아니, 하나면 알게 되더라도.


#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일까?


이 와중에 내가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았다. 바로 글쓰기였다. 어쨌든 릴스와 같은 숏폼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해도 결국은 글쓰기이다. 그리고 예전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를 지금까지 지속해오고 있는 것이다. 아무런 대가도 없는데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고, 지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글 기반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보자.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불안감. 이 불안감은 단순하다. 수익이 없는데서 오는 불안감. 단순한 불안감인 만큼 해결책도 단순하다. 그럼 돈을 벌면 된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을 구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는 법. 불안을 잠재우면 성급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밀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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