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경계를 세우지 못할까? 쉽게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고는 흔들려버리고 마는 우리. 가수 셀레나 고메즈도 한때 경계를 세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상대가 실망할까 봐, 어떤 말 하나로 관계가 금방 깨져버릴까 봐 늘 조심했고, 양보했고, 자신을 뒤로 밀어두었다고 고백했다.
누구의 부탁도 거절하지 못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말도 그저 웃으며 넘겼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이 좋은 사람의 조건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셀레나는 말했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를 계속 미뤄뒀어요. 그 과정에서 가장 상처받은 사람은 저였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결국 이런 진실을 알려준다. 경계를 세우지 못하면 관계는 평화롭지 않고, 오히려 나 자신만 계속 무너진다는 사실을.
나 역시 한때 관계에서 경계를 세우는 일이 너무나 어려웠다. 싫다고 말하는 게 이기적인 것 같았고, 거절하는 순간 관계가 금방 금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상대가 불편해하지 않는 것이 관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믿었다. 그래서 내 불편함을 늘 뒷전으로 했다. 내 마음이 먼저였던 적이 없었다.
돌이켜 보면 경계를 세우지 못하던 시절의 나에게는 세 가지 오랜 습관이 있었다.
첫 번째는 타인의 감정을 책임지려는 습관이었다. 상대가 속상해할까 봐, 실망할까 봐, 나 때문에 상처받을까 봐. 그 걱정에 내 감정은 늘 나중이었다.
‘내가 화내면 걔가 힘들 거야.’
‘좀 더 성숙한 사람으로 보여야 해.’
‘지혜로운 여자가 되어야 상대가 덜 불편할거야.’
이런 생각들이 머리 한구석에 붙어 있어서 내가 힘든 건 늘 내가 참고 지나가야 하는 일이 되었다.
두 번째는 ‘거절은 버려짐이다’라는 왜곡된 믿음이었다. 불안형 애착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타나는 흔한 인지오류였다.
‘싫다고 말하면 떠날 거야.’
‘거절하면 사랑이 줄어들 거야.’
나는 나 혼자 이렇게 생각하며 이 생각이 진짜라고 믿었다. 사실은 상대보다 내가 나를 먼저 버리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세 번째는 좋은 사람 콤플렉스였다. 나는 착해야 사랑받는다고 배웠고, 나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래서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나는 늘 괜찮은 사람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믿음이 나를 망가뜨리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경계를 가진 나 자신을 사랑해본 적이 없었다. 경계가 애초에 없기도 했고 말이다.
‘아, 나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싫은 건 싫다고 말해도 관계는 무너지지 않는구나.’
이 작은 깨달음이 오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