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은 조미정을 떠올렸다.
그녀는 분명히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말해주지 않았다.
그녀가 침묵을 지키는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였다.
말하면 안 되거나, 말하고 싶지 않거나.
그렇다면…
조미정이 숨기는 진실을, 내가 직접 찾아야 한다.
서진은 윤우를 바라보았다.
"제가 1993년 성덕 고아원에 있었다면,
당연히 저를 보낸 사람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저를 찾아 헤맨 가족도 있겠죠."
윤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문제는, 우리가 그 사람들을 어떻게 찾느냐는 겁니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입양된 아이들의 가족을 찾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DNA 매칭이든, 과거 실종 신고 기록이든."
윤우는 노트북을 켜더니,
뭔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1993년 – 서울 실종 신고 기록
같은 해, 같은 시기에 사라진 아이들 목록
그리고 몇 분 후,
그의 손가락이 한 줄의 기록에서 멈췄다.
"이건 어떨까요?"
김지윤 – 1993년 실종 신고, 찾지 못함
서진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김지윤.
그녀가 입양 서류에서 본 이름.
"신고한 사람은 누구죠?"
윤우는 기록을 더 깊이 들여다보았다.
"김현수… 그리고 최선희."
서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 사람들이… 내 가족일까?
서울 서부 경찰서 – 기록 보관실
정태준이 손을 턱에 괴고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그는 서진을 한 번 바라보더니, 그녀에게 파일을 건넸다.
"이겁니다."
서진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며 서류를 받았다.
파일을 펼치자, 오래된 실종 신고서가 나타났다.
1993년 6월 12일 실종 신고
이름: 김지윤 (당시 2세)
신고자: 김현수 (부), 최선희 (모)
그녀는 문서를 읽어나갔다.
"김지윤이 두 살이었을 때 실종됐다면,
제 나이와 정확히 일치하는데요."
정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이거죠."
그는 문서의 하단을 가리켰다.
1994년 1월 5일 – 실종 수사 종결.
김지윤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음.
서진은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찾을 수 없음?
"그럼, 부모님은…"
정태준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실종된 이후 몇 년 동안 찾다가, 결국 포기하신 것 같습니다."
그녀는 목이 메었다.
"지금… 두 분은 어디 계세요?"
윤우가 다시 검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김현수 씨는… 10년 전에 돌아가셨네요."
서진은 순간 말을 잃었다.
아버지일지도 모르는 사람.
하지만, 그 사람은 이미 세상에 없었다.
"어머니는요?"
윤우는 조용히 화면을 돌렸다.
최선희 – 현재 서울에 거주 중.
서진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럼… 찾아가야겠네요."
윤우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준비됐어요?"
서진은 잠시 숨을 내쉬고,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준비됐어요."
서울 강북 – 작은 가게
가게는 허름했지만, 깨끗했다.
오래된 나무 간판 위에는 희미하게 지워진 이름이 남아 있었다.
서진은 유리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았다.
중년의 여성이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내 어머니일지도 모른다.
서진은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문을 밀었다.
딸랑.
"어서 오세요."
그녀는 따뜻한 미소로 서진을 바라보았다.
"뭐 찾으세요?"
서진은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최선희 씨… 맞으시죠?"
여성은 순간적으로 멈췄다.
"네, 맞는데요… 누구시죠?"
서진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 혹시, 김지윤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시나요?"
순간, 여성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
그녀는 숨을 멈춘 듯했다.
마치, 너무 오랫동안 들을 수 없었던 이름을
갑자기 들은 사람처럼.
그녀의 눈이 흔들리더니,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 이름이 왜요?"
서진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기억하고 있어.’
그녀는 김지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이 그녀를 흔들고 있었다.
서진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는… 그 아이를 찾고 있어요."
그러자, 최선희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당신이… 왜 그 아이를 찾죠?"
그녀의 목소리는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서진은 한순간 망설였지만,
결국 결심한 듯 말했다.
"제가… 김지윤일 수도 있어서요."
그러자, 최선희의 손에서 들고 있던 영수증이 바닥에 떨어졌다.
"…"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감춰진 슬픔과
믿을 수 없는 진실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