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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량 Nov 29. 2020

기업에 요구해야 한다

「플라스틱 바다」를 읽고

나는 지금까지 우리가, 즉 소비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개개인이 움직여야 한다는 글을 써왔다. 개인의 노력 이 모이지 않고서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지만, 개인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해야하는 역할 중 하나는 기업과 정부에게 끊임없이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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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바다』라는 책을 읽었다. 제목에서부터 알다시피 이 책은 바닷속의 엄청난 플라스틱과 그 영향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유해성과 쓰레기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자연스러운 패션' 매거진을 통해서 연거푸 제시할 예정이니 여기선 언급을 생략하고, 책에서 여러번 등장한 작가의 의견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저자가 한 얘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기업의 책임을 묻고, 기업의 행동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글을 쓰는 나로서는 참 눈길이 가는 의견이었다.


저자는 제조사들이 제조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은 실컷 버리고, 효율과 이익 그 사이 어딘가에서 제품을 생산하고는, 판매 이후엔 나몰라라 하는 모습을 규탄한다. 플라스틱 제품을 잔뜩 생산한 제조사는 제품의 폐기에 책임을 지지 않고, 소비자만이 세금을 들여가며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라', '재활용하라'는 멘트가 넘쳐나는 것 또한 소비자가 이 넘쳐나는 쓰레기 구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도록 조장한다고 지적다.


'사회적 비용'이라는 용어가 있다. 사전(두산백과)에 따르면, '어느 생산자가 어떤 재화를 생산하는 경우, 이로 인해 생산자를 포함한 사회 전체가 부담하게 되는 비용'을 의미한다. 소비자가 사용한 후의 폐기물과 그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제조사에서는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통 사회적 비용은 생산자가 부담하지 않는다. 하지만 환경오염이 극심해진 지금, 기후변화가 심화되고 있는 지금, 증가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해 현재의 기업들에게도 책임을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에서 깨달은 바는 그렇다. 회수하지 못하고, 재활용이 불가능하며,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 제품을 제작하지 않도록 생산자의 책임을 확대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우리가 지금 달리고 있는 삶의 쳇바퀴는 소비자나 기업, 그리고 정부 그 어느 하나만 나서서 멈출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심지어 소비자의 힘은 매우 약한 편이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의 눈을 가리고, 그들의 책임은 비껴가고 있다.


산드라 크라우트바슐의 『쓰레기 거절하기』에는 스키복을 사고 싶은 딸이 지속가능하면서도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스키복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는 과정이 나온다. 격하게 공감했다. 정말 필요한 신발을 사야했을 때, 중고거래를 연달아 실패하고, 지속가능한 선택지는 없고, 당장에 필요하긴 하고. 이러한 상황들에 결국 일반적인 신발을 사야했을 때, 없는 와중에 찾아내려고 조사하고 고민했던 시간이 억울했고, 힘들었다.


더 많은 재활용 폴리에스터 제품이 나오지 않고, 더 많은 생분해성 섬유가 나오지 않는 것. 우리가 지속가능한 선택지를 더 많이, 더 자주, 더 싼 가격에 볼 수 없는 이 사실을 두고 나는 화를 내야 했다. 기업 탓을 해야한다. 내가 더 지갑을 열어야만 지속가능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면, 기업들이 지금 지속가능한 제품이 얼마나 필요한 상황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발빠른 대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그들이 만들어낸 많은 제품에 대해 책임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에서 기업들에게 제품 생산 시 다음과 같은 조건을 요구한다.

쉽게 재활용할 수 있는가
오래 쓸 수 잇는가
보수 관리 없이도 튼튼한가
사용 후 100% 원자재의 형태로 처리 가능한가
생물학적으로 독성이 없는가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춘 제품들을 우리가 SPA브랜드에서 옷을 사듯 살 수 있게 된다면, 편의점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된다면, 큰 가격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면! 우리는 왜 이런 제품을 사지 않겠는가? 지속가능한 선택이 어려워서는 안 된다. 지속가능한 제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더 움직이고, 더 제시해야 한다. 바다를 돌고 돌아 내 입으로 들어오는 일 없이 알아서 자연히 분해되고, 혹은 깔끔히 회수해서 다시 원료로 재활용되고, 앞으로 구르고 뒤로 굴러도 튼튼하게 만들어 보란 말이다. 기술이 이토록 발전됐는데 이런 제품이 없는 건 말도 안 된다. 설령 만들었다 해도 비싸게 팔리는 건 더더욱 말도 안 된다. 이건 그냥 그들이 게으름을 피웠다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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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케팅의 홍수에 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눈을 감기까지 얼마나 많은 광고를 마주치는가? 커머스의 세상은 기술발전에 힘입어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모든 마케팅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소비. 덕분에 우리는 못 이기고 지갑을 여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잘못은 유혹에 못 이기는 쪽일까, 유혹하는 쪽일까?


최근 ESG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위기 관리가 강조되는 배경에서 등장했다. 본격적으로 사람과 세상을 위하는 일이 자본을 굴리는 일과 직결되기 시작하는 것 같아 반갑다. 하지만 이 또한 기업이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고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접근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그린워싱이라는 단어가 왜 나왔는가. 친환경적인 '거짓' 이미지를 내세워 기업의 인지도를 높이고, 그로 인해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익 추구라는 기업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오늘부터의 세계』에서 반다나 시바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생계를 잃는 동안, 2600만 미국 노동자들이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동안, 인도에서 일터를 잃은 1억 명이 나오는 동안, 타인의 경제가 무너지는 그 틈에서 제프 베이조스는 하룻밤에 240억 달러를 벌었습니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 환경오염, 인종차별 등 지금 우리가 함께 당면한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일부만의 이윤 추구를 위한 구조가 과연 지속가능할까. 


기업은 노력해야 한다. 손 놓고 있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기업의 책임이라는 것을 통감해야 한다. 우리는 그걸 알고 계속해서 요구해야 한다. 





찰스 무어, 커샌드라 필립스 『플라스틱 바다』미지북스,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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