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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량 May 30. 2019

알고 사는 H&M

스웨덴의 패스트패션 브랜드 H&M입니다. 헤네스&마우리츠Hennes&Mauritz에서 축약된 이름이죠.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에서부터 침구류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중입니다.


패션레볼루션 투명성 지수

먼저 투명성 지수입니다. H&M의 점수는 100점 만점에 61점입니다. 투명성 지수란 노동         , 그리고   ,       수입니다. 업의 운영과 생산과정을 전부 밝히는 과정에 기업이 스스로의 윤리성을 검열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공개여부'에 대한 점수이기 때문에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환경적, 사회적 기여와 직결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감추지 않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에서부터 그 노력의 시작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세부적인 항목에 대한 점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각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본 매거진의 첫번째 글을 참고해주세요.

- 정책 및 공약: 92점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숲과 동물을 비롯한 환경을 위한 정책이 얼마나 마련되어있는가

-경영 부분: 83점
사회적 및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여 책임있게 경영하는가

- 추적가능성: 46점
브랜드의 공급망, 즉 생산공장이나 하청업체,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노동환경이나 환경적 영향)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가

- 브랜드의 영향력 검사: 50점
공급업체에 대한 브랜드의 영향력- 운영방식의 윤리성에 대해 브랜드가 통제할 수 있는지, 공급과정에 대한 감사내용 공개여부 및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평가

- 사회적 쟁점 관심도: 71점
성평등이나 책임있는 생산, 환경적 문제까지 최근의 사회적 쟁점와 관련된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가

 우선 H&M은 투명성과 관련해서는 점수가 좋습니다. 투명한 경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H&M은 다섯가지 항목에 걸쳐 모두 상위권에 속합니다. 첫번째 '정책' 부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브랜드가 0-10점 사이에 위치해 있고, 특히 세번째 네번째, '추적가능성'과 '브랜드 영향력' 점수가 5점 이하인 브랜드들이 수두룩합니다. 40점, 50점대이지만 상대적으로 H&M은 아주 높은 점수를 받은 편입니다. 그리고 다섯번째, '사회적 쟁점'에 대한 이야기를 얼마나 반영하는지에 대해 평가한 점수는 평가대상브랜드 중 1위를 차지합니다. 성평등이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환경적 노력, 그리고 노동에 대한 공정한 가치를 지불하기 위한 노력 등에 대한 점수입니다. (패션레볼루션의 조사결과,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보장받고 있는지 그 데이터에 대해 공개하는 브랜드는 퓨마와 H&M밖에 없었다고 해요.) 하지만 H&M의 점수가 절대적으로 높은 건 아니에요. '브랜드의 영향력' 항목은 최고점수가 겨우 59점일 뿐입니다. 전체 점수가 70점이 넘어가는 브랜드는 단 하나도 없고요. 그나마 이 브랜드는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패션산업 자체가 상당히 부족한 윤리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겠지요.



Baptist World Aid Australia

이제 투명성을 포함한 사회적, 환경적 노력을 고려해 직접적으로 '윤리성'을 평가한 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호주의 비영리 단체에서 매년 발표하는 패션브랜드 윤리성 레포트에서 H&M은 이번에 B+을 받았습니다. 작년에도 B+을 받았는데, 그 점수를 유지하고 있네요.


점수가 판별되는 구체적인 기준은 아래에 언급하겠습니다. 이번에도 항목은 다섯가지로 나뉘구요, 항목별로 H&M이 부족한 부분을 중심으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해당항목에서 어떤 조사를 진행하는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본 매거진 첫번째 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정책: A+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들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지, 성평등 문제를 다루는 정책이 마련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부분입니다. H&M은 이 항목에서 모든 기준을 충족합니다.

투명성: A-
앞서 패션레볼루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생산과정에 대한 공개여부를 확인하는 항목입니다. 제조시설이나 하청업체도 기업에서 파악 및 관리하고 있는지, 원료부터 제조와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공급망에서 제품이 거치는 모든 제조시설, 업체들의 목록을 공개하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H&M은 완제품 단계에서 모니터링 공개여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준을 충족했지만, 제조단계에서는 파악가능한 생산공장도 절반에 그쳤고 하청업체도 모두 파악하지 못했으며 각 공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부재합니다. 또 원료단계에서는 생산공장의 25%도 파악하지 못했으며 공급망에 대한 투명성이 전반적으로 매우 낮았습니다.

감사 및 통제: B-
우선 완제품 단계와 제조단계에서는 정기적인 내부감사는 이루어지고 있지만 제3자 혹은 예고 없이 감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임금과 초과근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정조치계획이 아예 부재한 것으로 드러납니다. 또 원료단계에서는 정기감사를 받는 공장비율이 25%에도 미치지 않고 시정조치계획도 없습니다. 전단계에 걸쳐 노동자들에게 인권과 안전에 대한 교육도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구요.

근로자 권한: C-
우선 원료-제조-완제품 세 단계에 걸쳐 최저생활임금을 보장하는 제조시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도 부족하고, 단체결성권이나 행동권, 고충처리와 같은 근로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고 있어요. 특히 제조단계에서는 근로자의 행동권을 보장하는 제조시설이 거의 없고, 원료단계에서는 행동권 뿐만 아니라 최저생활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계획도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환경적 책임: A+
탄소배출량과 유해화학물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오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섬유가 차지하는 비율이 50%에 못 미친다고 합니다. 하지만 물 사용량을 줄이고 폐수관리를 위한 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생산과정에서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발표한 후 실제로 계획된 수치보다 많은 양의 물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나네요.) 물론 의류 회수, 수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정책적으로는 환경과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제도들이 잘 마련되어 있는 것 같고, 다양한 부분에서 환경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지만 생산공장, 하청업체가 제조시설을 윤리적으로 운영하도록 통제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그만큼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네요. 특히 최저생활임금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인 것 같고요. 노동문제에 좀 더 신경써야 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Good On You

굿온유라는 패션브랜드의 윤리성을 평가하는 사이트에서는 H&M의 윤리점수를 5점 중 3점으로 정의합니다. 투명한 경영을 위한 여러 기준을 충족하고 있지만 결국 '패스트패션'을 양산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죠. 짧은 수명의 제품을 생산해내며 더 많은 폐기물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요. 2019년 1월에 책정받은 점수입니다.

위 세 가지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환경: 3점. H&M은 헌옷을 수거하는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진행해오고 있으며, 재활용된 섬유로 제작된 제품의 비율을 공개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2035년까지 자체적인 생산과정에서 재생가능한 에너지 사용 비율이 100%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현재 꽤 큰 비율로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친환경 소재도 일부 사용하고 있고, 2020년까지 생산공정에서 유해화학물질을 모두 제거하겠다고 밝혔으며 일부 제조시설에서의 물 사용량과 오폐수 처리문제에 대한 정보도 공개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패스트패션 브랜드로서 대량의 의류제품을 생산해오고 있으며 옷의 수명 또한 짧다는 점 또한 환경문제에 치명적인 것으로 지적됩니다.

노동: 3점. H&M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원칙에 준하는 행동강령을 설정해놓고 있습니다. 또 공급망의 대부분을 파악 및 관리하고 있고, 파악가능한 모든 생산공정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체교섭권이나 행동권과 같은 노동자의 권한을 보장하고 있는 제조시설들이 거의 없고,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동물: 3점. 뮬레싱(털의 질을 위해 양의 꼬리살을 자르는 일)을 하지 않은 양의 털을 사용하고 국제인증마크인 RDS(Responsible Down Standard; 윤리적 방법으로 털을 채취하여 만든 다운제품 인증)를 받은 오리/거위털을 사용합니다. 또한 모피나 앙고라를 사용하지 않고, 악어와 같은 특수동물의 가죽 또한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통 사용하는 동물의 가죽과 특수동물의 털 또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점수가 깎였습니다.




이렇게 다른 사이트들이 조사하고 평가한 결과를 가지고 오면서 알파벳, 혹은 숫자로 표현된 점수가 눈에 띌 수밖에 없죠. B+이라던가, 5점 만점에 3점이라던가. 가장 쉽게 기억되는 방식입니다. B+, 낮은 점수는 아니죠. 저도 학점 B+ 받으면 충분히 만족했으니까요. 하지만 해당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구체적인 평가내용을 확인하면 요구기준에 현저히 못 미치는 항목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B+ 받은 브랜드가 그 정도인데, 낮은 점수를 받은 브랜드는 어떨까요. 낮은 점수를 받은 브랜드가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그렇기 때문에 패션산업의 갈 길이 아주아주 멀다는 겁니다.


H&M, 환경적으로 많이 노력하고 있고 제 귀에도 관련된 소식이 많이 들려요. 지금까지 소개했듯 점수도 낮은 편이 아니구요. 그래서 저도 H&M 제품을 구매하면서 스스로 변명하기도 했네요. 나름 환경적으로 노력하는 브랜드라면서요.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H&M도 나을 거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패스트패션'이라는 사업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H&M이 과연 윤리적인 브랜드로 불릴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듭니다.  SPA 브랜드로서 빠른 소비를 조장하는 만큼 환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저렴한 가격인 만큼 노동자들의 정당한 대가와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할 수 없는 거죠. 그만큼 더욱 세심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적어도 알고 사는 것, 혹은 알고 사지 않는 것입니다. 제 브런치로 유입되는 검색키워드를 보면 '업사이클링', '공정무역' 혹은 '친환경' 윤리적 소비와 관련된 키워드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점점 사람들이 가치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소비자들이 아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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