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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량 Jun 11. 2019

알고 사는 GAP

이번에는 GAP(이하, 갭)입니다!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입니다. SPA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한 브랜드죠. 자라와 H&M의 뒤를 이어 전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후드티나 스웻셔츠 등의 캐주얼한 스타일로 알려져 있는 브랜드입니다. GAP이라고 길쭉하게 쓰여진 로고가 떠오르네요.


패션레볼루션 투명성 지수

먼저 항상 그렇듯 투명성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얼마나 투명하게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수입니다. 노동자의 권리보호, 환경보호를 위해 기업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에 대한 정책과 시행방향, 실태 등을 공개하는 정도를 점검합니다. 기업의 운영과 생산과정을 밝히는 과정은 기업이 스스로 윤리성을 검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죠. 대중에게 공개된다는 것은 결국 기업이미지와 연관될 테니까요. 이 지수는 '공개여부'에 대한 점수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기업이 기여하는 사회적, 환경적 노력에 대한 평가와는 또 다릅니다. 우리가 직접 보지 못하는 부분을 감추지 않는 것이 그 노력의 시작이라고 보고, 이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죠.


갭의 점수는 54점입니다. 어떻게 평가받았는지 세부항목을 살펴볼까요. (각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본 매거진 첫번째 글 참고)


- 정책 및 공약: 91점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숲과 동물을 비롯한 환경을 위해 마련되어 있는 정책 공개 여부

- 경영: 50점
사회적 및 환경적 영향을 고려한 책임있는 경영과 관련된 정보

- 추적가능성: 45점
브랜드의 공급망, 즉 생산공장이나 하청업체,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노동환경, 환경적 영향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가 확인 가능한지

- 브랜드의 영향력: 47점
공급업체에 대한 브랜드의 영향력- 운영방식의 윤리성에 대해 브랜드가 통제할 수 있는지, 공급과정에 대한 감사내용 및 시정조치와 관련된 정보 공개 여부

- 사회적 이슈 관심도: 38점
성평등, 책임있는생산, 환경적 문제까지 최근의 사회적 쟁점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지

갭이 브랜드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정도는 다른 브랜드의 분포정도를 고려했을 때 중상위권 정도에 속합니다. 다섯가지 항목에서 전부 H&M보다 낮은 점수를 보이고, 마지막 항목을 제외하면 자라ZARA보다는 높은 점수를 보이네요. 상대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가장 부족한 부분은 사회적 이슈와는 가깝지 않은 방향으로 운영된다는 점 같습니다. 이 부분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뒤쳐지는 부분으로 보여요. 절대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브랜드의 공급라인에 좀 더 섬세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급망에서 일어나는 일과 관련된 구체적 정보를 수집 및 공개하고 각 제조시설, 공장의 운영방식에 대해 감사하고 통제하는 과정과 관련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Baptist World Aid Australia

투명성을 비롯해 사회적, 환경적 노력과 관련된 윤리성을 본격적으로 평가한 자료입니다. 위 단체는 호주의 비영리 단체로 매년 패션브랜드의 윤리성을 조사하고 평가 및 발표해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갭은 B를 받았네요.


점수가 판별되는 구체적인 기준입니다. 항목은 다섯가지로 나뉘고, 항목별로 부족한 부분을 중심으로 설명을 덧붙이려 합니다. 설문조사처럼 항목별로 여러가지 질문이 있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점수화해서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해당항목에서 진행되는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본 매거진 첫번째 글을 참고하세요.

정책: A+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들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지, 성평등 문제를 다루는 정책이 마련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부분입니다. 노동자의 처우개선과 직결되는 가격정책이 부분적일 뿐이라는 점에서 점수가 깎였으나 다른 부분은 모두 기준을 만족합니다. 

투명성: A
앞서 패션레볼루션 투명성 지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생산과정에 대해 얼마나 공개하느냐를 확인하는 부분이죠. 제조시설이나 하청업체도 기업에서 파악 및 관리하고 있는지, 원료부터 제조와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공급망에서 제품이 거치는 모든 제조시설, 업체들의 목록을 공개하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완제품 생산라인에서는 대부분의 공장들이 추적가능하나 계약직이나 임시직 직원에 대한 파악이 완전하지 않으며 각 공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합니다. 하지만 제조단계에서는 최소 70%의 공장만 파악할 뿐이며 하청업체들도 거의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공장 목록도 약 3분의 2 정도만 작성되었고, 구체적인 정보도 부족하며 모니터링 결과는 거의 공개되지 않습니다. 원료단계에서는 추적가능한 제조공장이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각 공장들을 추적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는 것 같고, 하청업체나 계약직도 나름 파악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추적가능한 공장이 25% 미만이라는 것 외에 제조시설 추적과 관련된 질문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거든요... 독특하네요. 추적가능한 공장에 대해서는 나름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 대신 투명성은 완전한 0점입니다. 0점. 공개되는 공장리스트도 없고, 당연히 모니터링 결과도 미공개한 상태입니다.

감사 및 통제: C+
공급망 전반에 걸쳐 진행되는 감사상태를 점검하고 브랜드가 공급라인 전반에 가지는 통제력을 확인하는 부분입니다. 제조공장이 윤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어느정도 강제할 수 있냐는 거죠.
먼저, 완제품 단계. 모든 제조공장이 2년간 전문 감사자에게 감사받고 있지만, 내부 감사자를 통해 진행되는 감사는 전체 공장의 75% 미만, 외부 감사자는 50% 미만을 차지합니다. 예고 없이 진행되거나 익명성을 보장하는 감사도 50%에 미치지 못하고요. 다음은 제조단계. 어떤 형태로든 감사가 진행되는 제조공장이 0개입니다. 그래도 완제품 단계에서는 관련교육을 진행하는 등 영향력을 개선하기 위해 어느정도 노력하는데 제조단계에서는 그조차 없습니다. 원료단계도 다를 바 없지만 감사가 진행되는 제조공장이 그래도 25% 미만이라는 점에서는 제조단계보다 낫습니다. 그리고 협력사업과 같이 공급라인에 대한 영향력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나름' 이루어지고 있고 노동자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도도 시도하고 있다고 하네요.

근로자 권한: D+
완제품-제조-원료 세 단계에 걸쳐 최저생활임금이 보장되는 제조시설은 아예 없습니다. 임금개선을 위한 제도도, 계획도, 약속도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 중 원료단계의 공장들은 임금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는 진행하고 있다고는 하네요. 그리고 노동조합과 같이 노동자들의 결사권리를 보장하는 제조시설들의 비율은 완제품 단계 0%, 제조 단계 0%, 원료단계 25% 미만입니다. 전반적으로 고충처리제도는 일부 운영하고 있지만 노동인권이나 고충처리제도와 같은 권리, 자격에 대한 교육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환경적 책임: A-
공급망 전반에 걸쳐 환경적 영향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소재를 이용하거나 탄소배출을 줄이는 노력은 다소 부족하긴 하지만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충분합니다. 물 사용량과 폐수를 철저히 점검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폐수질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의류폐기물과 관련된 노력은 부족합니다.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이어서 그런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자라나 H&M을 봐오면서 A를 받아도 몇몇 문제점이 상주하고 있는데 C에 D라니 신경써야 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네요. 특히 노동자 인권과 관련된 문제가 가장 시급해 보이고, 제조시설 감사도 더욱 철저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특이한 건 보통 브랜드들이 원료단계에서 점수를 거의 낮게 받거든요. 아무래도 완제품보다는 물리적인 거리가 느껴져서 다루기 어려워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갭은 특이하게 원료단계에서 다른 단계보다 '그나마' 나은 점수를 받네요. 그리고 특히 제조단계가 점수가 낮구요. 



Good On You

굿온유라는 패션브랜드 윤리성평가 사이트입니다. 5점 만점으로 브랜드를 평가하고 있구요, 갭은 3점을 받았네요. 올해 1월에 책정한 점수입니다. 아래 세 가지 항목을 바탕으로 평가를 진행합니다.

환경: 3점. Sustainable Apparel Coalition(지속가능의류연합)의 멤버입니다. 2020년까지 유해화학물질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발표했으며, 물 100억 리터를 절약하겠다는 지속가능 목표도 설정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공급라인과 관련된 구체적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포장의 단순화를 위한 노력이 부재합니다.

노동: 3점. 국제노동기구의 원칙에 따른 행동수칙을 설정해두고 있지만 제조시설 중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단체교섭권이나 고충처리를 요구하는 행동권의 측면에서요. 대부분의 공급망은 추적이 가능한데, 그 중 일부만 감사가 진행됩니다. 또 공급라인 노동자의 최저생활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합니다.

동물: 3점. 뮬레싱(털의 질을 위해 양의 꼬리살을 도려내는 것)을 하지 않은 양의 털을 사용한다고 명시했고, 앙고라나 특수동물의 털/가죽을 사용하지 않지만 가죽과 다운(깃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Gap은 SPA브랜드의 대명사인 자라나 H&M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겼어요. (저만 그럴까요?!) 훨씬 캐주얼하고 훨씬.. 뭔가 밀접한 느낌?! SPA브랜드로서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임금문제가 심각하군요. 한마디로 다른 유명 SPA 브랜드보다 많이 못하고 있어요! 분발하세요! 전세계에 퍼져있는 유명한 브랜드일수록 전세계에 퍼져있을 공장들을 책임있게 관리해야 할텐데. 그게 어려워서 이렇게 점수가 형편없을까요... 이제 많은 사람들이 가치있는 소비를 추구하고 너도나도 친환경적인 공정을 내세우는 만큼 갭도 이 변화에 앞장서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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