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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량 Oct 19. 2023

퀴어는 어떻게 표현되는가

퀴어 미학의 상업적 이용, 그 양면적인 이야기

이미지 출처: Unsplash

위 사진은 얼마나 ‘퀴어스러운가’? 이 사람은 과연 퀴어일까, 퀴어를 지지하는 이성애자일까? 우리는 무지개색이 섞여야만 퀴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무지개의 상징성은 과연 퀴어의 목소리를 얼마나 대변할까? 여기서 무지개는 퀴어를 상징하는 여러 코드로 대체될 수 있다. 세상은 미디어와 예술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퀴어를 표현하는 관행을 형성해왔다. 이것이 퀴어 미학(Queer aesthetic)이다. 퀴어 미학은 퀴어를 얼마나 잘 표현하는가?



퇴색된 무지개


무지개색은 퀴어를 상징하는 색으로 알려진 지 오래다. 무지개 깃발, 또는 프라이드 깃발(Pride flag)은 퀴어의 당당함과 연대를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퀴어를 옹호하고 지지한다는 의미로 무지개색을 내세운다. 무지개 깃발은 1978년 미국 예술가 길버트 베이커가 디자인한 것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이 프리덤 데이 퍼레이드(Gay Freedom Day Parade)’에서 처음으로 무지개 깃발이 휘날렸다. 그 이후 무지개는 퀴어 운동의 상징이 되었고, 퀴어 퍼레이드는 무지개의 물결로 가득하다.


이제는 곳곳에서 퀴어의 상징을 볼 수 있지만, 과연 퀴어를 위한 마음은 얼마나 진심일까? 무지개는 강한 상징성을 띤 나머지, 상업적으로 이용되기 쉽다. 무지개를 내세웠지만 진심 어린 존중과 지지가 배제된 경우가 생겨났다. 기업은 관련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또는 기업 이미지를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무지개를 사용한다. 퀴어 퍼레이드 시즌이 되면 무지개색이 쇼윈도를 가득 채우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다. 무지개가 거리에 가득한 만큼 퀴어 혐오는 사라져야 할 텐데, 실질적인 변화는 뒤따라오지 않았다. 이를 두고 ‘레인보우 워싱(Rainbow-washing)이라는 단어가 생겼다. 상징을 통해 구색을 맞추고 형식적인 노력만을 보여주는 ‘토크니즘(Tokenism)'의 일종이다.


이미지 출처: Vox



퀴어베이팅이란


퀴어가 상업적으로 이용된 방법은 무지개뿐만이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퀴어베이팅(Queerbaiting)'이라는 용어가 여러 번 등장했다. 여기서 ‘bait’은 미끼를 뜻하며, 더 많은 대중을 끌어들이기 위해 퀴어를 이용함을 뜻한다. 퀴어임을 암시하는 행위를 하지만, 정확하게 퀴어임을 밝히지 않은 채 퀴어 미학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즉, 퀴어를 대변하지 않는 것이다. 해리 스타일스가 퀴어베이팅으로 논란을 겪는 대표적인 사례다. 해리 스타일스는 생물학적 남성으로, 여성복을 자주 입으며 젠더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그가 성 지향성을 고백한 적은 없지만, 그는 여성과 연애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복식을 통해 젠더 고정관념을 비트는 것은 대표적인 퀴어 미학이다. 퀴어는 드랙과 같은 크로스드레싱으로 이성애 규범과 이분법적 성 구분에 도전해왔다. 이러한 시도 뒤에는 억압의 맥락이 있다. 젠더 경계를 허무는 것은 억눌렸던 퀴어 정체성의 해방이자 표현이다. 퀴어베이팅은 이에 대한 존중 없이, 심지어 이성애자 개인의 상업적 이득을 목적으로 퀴어 미학을 활용하는 것이다. 퀴어베이팅으로 지적하는 것은 퀴어의 상품화다. 퀴어 미학이 구성된 본질은 해방과 포용이어야 하는데, 자본주의적 목적이 우선시되었음을 꼬집는 것이다. 주류가 비주류의 독특한 정체성을 빼앗는 과정에서는 진정성이 훼손되기 십상이다. 퀴어베이팅은 곧 퀴어의 정체성에 대한 위협으로 여겨질 수 있다.


여성 발레복을 입은 해리 스타일스, 이미지 출처: Daily Mail



퀴어 미학의 이면


그렇다면 퀴어 미학이 이용된 상황은 무조건 비난해야 하는 일일까? 퀴어 미학의 상업화는 복잡한 맥락을 지닌다. 첫째, 퀴어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이끈다. 상업은 대중과 연결된다. 퀴어 미학의 상업화는 대중이 보는 퀴어의 가시성이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퀴어 미학이 대중의 주목을 받고, 퀴어에 대한 논의가 그만큼 확장되었다고 읽을 수 있다. 퀴어베이팅 담론의 등장은 퀴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둘째, 퀴어 담론과 섞인 이성애 규범의 권력을 적발한다. 퀴어베이팅이 대표적인데, 퀴어베이팅은 비판의 대상이 퀴어가 아님을 전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리 스타일스의 경우에도 그렇다. 그가 퀴어베이팅으로 비판 받는 이유는 퀴어임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인데, 사실 이는 해리 스타일스가 이성애자임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는 양성애자일 수도 있고, 또는 스스로 성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도 모른다. 그의 사적인 영역을 모르는 상황에서 그의 행동이 퀴어베이팅이라 말하는 것은 그가 이성애자라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그 가정에는 다른 젠더의 가능성을 차단한 이성애 규범의 권력이 작동했다.


셋째, 퀴어의 상징화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퀴어는 사회적으로 ‘퀴어스럽다'고 여겨지는 태도와 스타일에 국한되어야 하는가? 오히려 퀴어와 비퀴어의 경계가 모호해질수록 퀴어가 더 당당히 퀴어로 나설 수 있지 않을까? 퀴어 미학에서 묘사하는 퀴어와 동일하지 않은 퀴어도 존재할 것이다. 미디어에서 등장하는 이성애의 모습이 항상 현실과 같지 않은 것처럼. 퀴어는 어떠한 모습으로도 퀴어다. 이미 무지개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벤트성이 강하고, 형식적으로 이용되기 쉽다. 무지개와 크로스드레싱은 퀴어의 해방을 표현하고 지지하기 위해 사용되었지만, 퀴어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법이 이에 그쳐선 안 된다. 퀴어 미학은 확장되어야 한다.


이미지 출처: Them





분명한 것은 이 모든 상황이 논의를 촉발한다는 점이다. 무엇이 퀴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이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부당한지 대화하는 과정에서 퀴어를 둘러싼 사회적 맥락을 점점 들춰낸다. 퀴어 퍼레이드에서 무지개 깃발을 걸치는 모습, 레인보우 워싱과 퀴어베이팅을 지적하는 기사, 또는 퀴어베이팅에 대한 지적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질문. 필자는 모두 환호했다. 물에 젖어 붙어있는 종이를 한 겹 한 겹 갈라내듯이 점차 이면을 벗겨내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이 논의가 퍼지고 확산되어서,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까?





참고문헌   

권지미. 알페스x퀴어. 오월의봄. 2022년.

BBC. Queerbaiting - exploitation or a sign of progress? (2019. 4. 8)

Mashable. The 'queer aesthetic' is deeper than rainbow merch(2021. 6. 13)

TFR. The mainstreaming and commodifying of queer aesthetics(2022. 6. 17)

The Week. Is Harry Styles 'queerbaiting'?(2022. 9. 2)

Seventeen. Harry Styles Opens Up About Why He Has Never Publicly Labeled His Sexuality(2022. 8. 24)

The Urban List. Rainbow Washing Is A Thing, Here’s Why It Needs To Stop(2022.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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