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문자언어로 대화할 때 자꾸 느낌표를 쓰는가? 공적인 사이에서 특히 그렇다. 차마 마침표를 누르지 못하고 느낌표를 꼭 하나씩 덧붙인다. “네. 알겠습니다.”를 말하지 못해,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내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업무 메신저에도 가득한 느낌표들을 보니 여기저기서 각자의 말들을 시끄럽게 외쳐대고 있는 것 같아 문득 피로해졌다. 우리는 왜 마침표를 찍지 못하는가?
난 또 젠더를 생각하게 된다. 느낌표를 붙이는 의도와 느낌표를 붙였을 때 얻는 효과를 고려하면 성별과의 연관성이 분명히 보인다. 먼저 그 의도에는 차갑고 냉정해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다. 개인의 성격 차이에 따라서도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엔 단호한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목적이 크다. 친절하고 밝고 웃음이 많은 사회적 여성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느낌표가 물결(~)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특히 그렇다. 다음으로, 느낌표를 붙였을 때는 문자언어가 가진 음정이 높아진다는 효과가 있다. 높은 음색의 목소리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여성의 목소리를 표현해내는 셈이다. 실제로(내가 느끼기에) 주변에서 느낌표를 사용하는 횟수는 남성보다 여성이 현저히 더 높다.
이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의도와 취향에 맞게 언어를 꾸며내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난 느낌표를 덧붙이기 위해 고민하는 일이 종종 피로해진다. 느낌표를 붙이면 지나치게 군기 들어보인다거나, 차분하지 않음, 냉철하지 않음, 그리고 약간의 전전긍긍함, 여유 없음 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꺼려진다. 그래서 마침표를 붙이자니 차갑고 정 없고 딱딱해보여서 마뜩찮다. 내 소심한 성격 탓도 있겠지만, 느낌표와 마침표 각각에 달라붙어 있는 성차의 영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과 남성의 음성 차이를 문자언어에서 기호로 형상화하는 것이다.
정희진 작가님은 팟캐스트에서 자신의 목소리에 컴플렉스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한 댓글에서 음색이 높고 불안정함을 지적하자 스스로 목소리에 대해 평가하는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하셨다. 그러나 이제는 콤플렉스를 극복했다고 하시면서 덧붙인 말이 있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낮고 울림이 큰 목소리, 즉 남성의 목소리를 보통 안정적이라 인식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사회에 울려퍼진 횟수가 적기 때문에 여성의 목소리는 불안정해보인다. 이 사실을 깨닫자 작가님은 더 이상 안정적인 목소리로 발화하기 위해 애쓰지 않게 되었다고 하셨다.
내가 느낌표를 내려놓고 싶어하는 것은 여성적 목소리를 포용하겠다는 정희진 작가님의 말씀과는 정반대의 일이나, 문자와 목소리 같이 언어를 전달하는 통로에 성별(또는 젠더)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그리고 성별에 붙어 있는 특징들로 인해 피로를 겪었고, 나도 모르게 애쓰고 있던 일을 중단하겠다는 점에서 같다. 아무도 느낌표를 권유하지 않았지만, 마침표의 사용이 저어되는 것 그 자체로 불편하다. 내 내면 어딘가엔 ‘왠지 단호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있다.
물론 이를 일종의 ‘착한 아이 컴플렉스’처럼, 단순히 나를 친절한 사람으로 가장하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볼 수도 있다. 그것이 모범생으로서 자라난 유년시절의 경험에서 촉발되었든, 다수에게 예의를 차려야 하는 청년으로서 표현하는 싸가지이든, 여성성을 수용하며 적응한 사회적 요구든, 분명한 건 이제 마침표를 마구마구 찍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느낌표로 내 문자 언어의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피로하고, 느낌표와 물결을 어떻게 하면 적절히 배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에 신물이 난다. 그래서 마침표를 찍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