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희량 Jun 24. 2019

알고 사는 Forever21

미국 LA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미국 패스트패션 브랜드 Forever21(이하 포에버21)입니다.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인 부부가 한인타운에 마련한 옷가게에서부터 시작되었어요. 지금은 전세계에 7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남녀노소, 액세서리부터 화장품 등등 아주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패션레볼루션 투명성 지수 2019

패션레볼루션이라는 비영리단체에서 매년 발표하는 브랜드별 투명성 지수입니다. 얼마나 투명하게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죠. 노동자의 권리보호, 환경보호를 위해 기업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에 대한 정책과 시행방향, 실태 등을 공개하는 정도를 점검합니다. 기업의 운영과 생산과정을 밝히는 과정은 기업이 스스로 윤리성을 검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죠. 이 지수는 '공개여부'에 대한 점수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기업이 기여하는 사회적, 환경적 노력에 대한 평가와는 또 다릅니다. 우리가 직접 보지 못하는 부분을 감추지 않는 것이 그 노력의 시작이라고 보고, 이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죠.

포에버21의 투명성 점수는 5점입니다.. 100점 만점에요.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 정책 및 공약: 21점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숲과 동물을 비롯한 환경을 위해 마련되어 있는 정책 공개 여부

- 경영: 0점
사회적 및 환경적 영향을 고려한 책임있는 경영과 관련된 정보

- 추적가능성: 0점
브랜드의 공급망, 즉 생산공장이나 하청업체,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노동환경, 환경적 영향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가 확인 가능한지

- 브랜드의 영향력: 4점
공급업체에 대한 브랜드의 영향력- 운영방식의 윤리성에 대해 브랜드가 통제할 수 있는지, 공급과정에 대한 감사내용 및 시정조치와 관련된 정보 공개 여부

- 사회적 이슈 관심도: 0점
성평등, 책임있는생산, 환경적 문제까지 최근의 사회적 쟁점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지

세부항목 점수도 100점이 최대점수입니다. 당황스럽네요. 포에버21은 제품이 어떻게 완성되는지 그 과정을 거의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물론 윤리성과 직결되는 점수는 아니라서 이 지표만으로는 확신할 수 없지만, 소비자가 제품의 생산과정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뢰를 느끼기 힘들겠죠.



Good On You

지구, 사람, 동물이라는 세 가지 항목에 대해 브랜드의 윤리성을 검토하고 평가하는 호주의 웹사이트입니다.

포에버21은 5점 중 2점을 받았습니다. 2017년 6월 책정한 점수입니다.

환경: 0점.
환경정책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지 않음. (굿온유에서는 관련정보를 충분히 공유하지 않으면 그만큼 낮은 점수를 부여합니다. 소비자는 제품의 생산과정이 미치는 환경적 영향을 알 권리가 있고, 브랜드는 운영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 2점.
일부의 공장만이 추적가능하며 공급자 목록을 공개하지 않음. 추적가능한 제조시설 중 아주 일부만 감사가 진행되고 있고, 노동자 권리와 관련된 개선계획이 없음. 또한 최저생활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발전이 없음.

동물: 2점. 모피, 다운, 앙고라나 특수동물의 가죽은 사용하지 않지만, 양모, 가죽, 특수동물의 털은 사용함.



Baptist World Aid Australia 2019 윤리적패션 레포트

호주의 비영리단체로 매년 패션브랜드의 윤리성을 검토하고 평가하는 레포트를 꾸준히 보고해오고 있는 단체예요. 포에버21은 D-를 받았습니다. 세부항목을 살펴봅시다. (항목별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 첫 글 참고)

정책: C
노동자의 안전한 근무환경을 위한 정책은 마련되어 있지만 초과근무 금지하고 노동자의 입/퇴사 자유를 보장하는 정책이 부재, 관련된 행동강령은 국제노동기구의 기본원칙을 완전히 준수하지도 않으며 모든 공급라인에 적용되지도 않음. 특히 성적 불평등과 성차별을 다루는 정책 부재. 노동자의 처우개선과 직결될 만한 가격 책정 방식 마련되어 있지 않음.

투명성: F
원료-제조-완제품 단계로 나눠 평가를 진행. 완제품 단계에서는 직접 확인 가능한 공장이 25% 미만. 제조, 원료 단계에서는 0%. 모든 단계에서 공급시설 목록과 모니터링 결과가 전혀 공개되지 않고, 파악하고 있는 임시/계약직 노동자가 0%, 시스템 개선을 위한 관리평가를 수행하지도 않음. 전 단계에서 하청업체가 행동수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도 없음.

감사 및 통제: F
원료-제조-완제품 단계로 나눠 평가를 진행. 완제품 단계에서는 어떤 형태로든(외부/내부/사전예고 유무 등) 감사가 이루어지는 공장이 25% 미만. 제조, 원료단계에서는 감사가 이루어지는 공장이 0%. 모든 단계에서 공급망에 대한 통제력을 갖기 위한 노력 없음. 노동자 인권을 위한 행동촉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제도 없음. 임금, 초과근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정조치계획 없음.

근로자 권한: F
원료-제조-완제품 단계로 나눠 평가. 모든 단계에서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있는 공장이 없음. 이와 관련된 재도도, 개선하기 위한 계획도 없음. 또한 노조나 노사 단체 협약이 마련된 제조시설도 없고, 고충처리제도도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으며 노동자 권리에 대한 교육도 없음. 심지어 아동노동, 강제노동이 적발될 경우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도 확인할 수 없음.

환경적 책임: D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목표는 설정했으나 공급과정에서 환경적 영향을 평가 및 검토하지 않음. 지속가능한 원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유해화학물질 사용. 물 사용량을 줄이거나 폐수질을 개선하려는 노력 없음.




충격적입니다. 한국인이 만든 브랜드라는 게 부끄럽네요. 정책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공급망에 대한 파악, 통제 그리고 감사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고, 최저임금도, 안전한 근무환경도, 당연한 권리도, 그에 대한 교육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환경적인 노력도 부족하고요. 물론 *Non-Responsive가 붙은 만큼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지만, 윤리적 경영에 대한 노력과 그 노력을 공개하기 위한 시도가 부족하다는 것만큼은 명백합니다.


실제로 포에버21은 노동문제로 여러번 소송을 당했습니다. 2001년에도 아시아태평양법률센터(Asain Pacific American Legal center)와 The Garment Worker Center(의류노동자센터)에서 노동법 위반을 이유로 포에버21을 고소합니다.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지불하고 초과근무가 의심되며, 문제제기한 노동자를 해고하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적하며 소송을 제기합니다. 포에버21은 반박하지만 이 소송으로 3년동안이나 보이콧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2012년에도 노동자 5명이 초과근무 문제로 고소했고, 같은 해 포에버21의 공장에서 최저임금제도를 어겼다는 사실이 노동부에 적발되면서 소환장을 받기도 합니다. 또 2014년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3군데의 공장에 10만달러가 넘는 벌금을 물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포에버21은 저작권 침해 문제로도 여러번 소송을 당했습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포에버21은 50여 개의 저작권 침해 소송을 받았다고 하네요.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Diane Von Furstenburg,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 안나 수이Anna Sui, 트로바타Trovata 등 많은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작품을 무단복제했다며 소송했고, 트로바타의 경우 포에버21이 패소했습니다. 심지어 어도비Adobe와 같은 프로그램 회사에서도 포토샵과 같은 프로그램을 허가없이 사용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하기도 합니다. 한 패션 비평가는 포에버21의 제품디자인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고요.


심지어 카드뮴이 함유된 액세서리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백만달러의 벌금을 내고 카드뮴의 함유량을 0.03% 이하로 낮추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여러가지 문제가 많았던 브랜드입니다. 심지어 지금까지의 논란에 대해 죄책감 하나 없어보인다는 의견도 보았습니다... 최근 판매부진의 문제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 참에 모든 생산과정과 운영방식을 완전히 개편하는 것이 어떨지. 적극적인 자세로 브랜드의 내부모습을 모두 공개함으로써 지구와 사람을 위한 브랜드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 포에버21의 소송과 관련된 내용의 출처는 https://en.wikipedia.org/wiki/Forever_21)

매거진의 이전글 알고 사는 MANGO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