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꼭꼭 씹기
오늘 아침은 아주 푹 자고 일어나 개운했다. 꿈도 꾸지 않고 중간에 깨지도 않았다. 그렇게 일어나 시간을 확인해보니 7시.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각이다.
주말이 좋은 이유는 아침에 배우자와 함께 침대에서 뒹구는 데 있다. 주말에는 배우자의 출근시간이 평일보다 늦고 나는 출근을 하지 않으니 여유롭게 기지개를 켤 수 있다. 아침부터 사랑 표현을 귀에 가득 담아간다. 하루를 시작해 주고받는 대화가 웃음과 애정으로 가득해 감사하다.
주말 아침이면 반드시 하는 일과는 반려식물들에게 물 주기. 이전에는 식물이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반려식물을 들여보니 식물도 사람 못지않게 하루하루 컨디션이 다르고 변화한다. 매일 아침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자연스레 일과로 스며들었다.
우리 집 수국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선물을 받아왔을 때는 푸른색 꽃을 탐스럽게 피워왔지만, 서투른 주인으로 인해 그 꽃은 2-3주 후에 뭉텅히 잘려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지금까지는 다행히 싱그럽게 잎을 유지하고 있지만 꽃을 다시 보기 위해서는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수국은 말 그대로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라 물을 많이 줘야 한다고 한다. 일 주일에 한 번씩 물을 듬뿍 주고 이파리에 분무기를 뿌려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카랑이는 꽃 종류 이름이 ‘카랑00’였는데 그 풀네임이 뭐였더라… 어쨌든 카랑이로 부르는 아이는 두껍고 짙은 초록색의 잎처럼 튼튼하게 잘 자란다. 지금까지 속 한 번 썩히지 않고 가장 잘 자라준 아이다. 봄여름에는 분홍색 꽃을 쉼 없이 피워대는데 기특해 죽겠다.
오늘은 아이들을 모두 물을 준 다음 에어컨 실외기 위에 올려놓아 햇빛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올리브나무도 창문 가까이 자리를 바꿔주면 반려식물 돌보기 끝.
오늘은 브런치로 아보카도계란토스트를 해 먹어야지. 계란 두 개를 팔팔 끓는 물에 넣는다. 끓는 물에 들어가자마자 계란이 깨져 흰자가 올라온다. 계란을 실온에 더 두었어야 했다. 다음엔 더 예쁘게 삶아야지.
아침 공복 상태에 하는 운동은 가벼운 몸을 더 가볍게 탄탄하게 만드는 것 같아 느낌이 좋다. 어제 못했던 복근 운동을 하면서 오늘 해야 할 상체 운동도 같이 하려고 했는데. 복근 운동에서부터 땀이 뻘뻘 나서 상체 운동은 이따 저녁에 해야겠다. 역시 공복인 상태에는 짧고 굵은 운동이 제격이다.
개운하게 샤워를 한 후 나를 위한 건강한 브런치를 만든다. 냉동실에 몇 달간 잠자고 있던 호밀식빵을 에어프라이기에 굽는다. 160도에 6분 정도. 빵이 구워지고 있는 사이에 삶은 계란 두 개 중 가장 틈이 많이 벌어진 계란을 고른다. 식초를 많이 넣은 덕분에 껍질은 쉽게 까진다. 그리고 비장의 무기 아보카도 퓌레.
아보카도를 먹을 때마다 환경과 세계를 생각하는데 마음이 편치는 않다. 맛 자체만을 보았을 때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먹을 것은 아닌데 말이다. 불편한 마음을 안고 잘 구워진 식빵 위에 아보카도 퓌레를 얹는다.
올여름 우리 집의 MVP는 꼼부차와 디즈니 유리컵. 여름을 시원하게 나는 데 이 조합만큼 적합한 게 없다.
예쁜 아침을 먹고 나니 11시 30분.
나는 아침에 가장 에너지가 넘친다. 아침에 많은 일을 하고 또 그걸 즐긴다. 꽉 찬 아침은 그날 하루를 살아갈 동력을 준다. 오늘도 하루 종일 누워 있고 싶어 하는 몸을 달래고 일으켜 글을 쓰러 나왔다.
이렇게 조금씩 내 일상을 다시 세우며 힘을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