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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Nov 05. 2021

뮌헨

2015년 4월 30일, 여덟 번째 도시

굉장히 우울한 하루였다. 10일 내내 비가 온다고 한다. 열흘 내내 숙소에서만 있을 수는 없으니 시내를 돌아보고 박물관을 가보기로 했다. (…) 귀찮게 하는 이태리 남자를 떼어내고 오후 두 시쯤 집에 왔다. 집 앞에 열리고 있는 작은 옥토버페스트 축제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무리 지어 있었다. 축제에 다녀와서 더 우울해진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밤 11시가 넘어서 깼다.



첫 번째 베이스캠프였던 프랑크푸르트를 지나 뮌헨에서 두 번째 숙소를 잡았다. 뮌헨에서는 에어비앤비를 했었는데 현지인이 거주하는 곳이어서 그런지 뭔가 꿉꿉하고 깔끔하지는 않았다.


아쉽게도 뮌헨에 대한 기억은 즐거운 게 없다. 흐린 날씨에 우울했고,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어 우울했다. 아, 학센을 처음 먹어보았는데 정말 맛있었다.



처음 먹어보았던 뮌헨의 학센. 맥주와 찰떡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두툼한 살이 부드러웠던 게, 숙소를 한창 옮기고 체력 소모를 한 뒤에 먹기 딱이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숙소 근처에 큰 공터가 있었는데 그 공터에서 작은 규모의 옥토버페스트가 열렸던 것이었다. 작은 규모라곤 해도 대학교 축제처럼 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했고, 삼삼오오 모여 웃고 떠들고 있었다.


나도 누군가 친구를 사귀고 싶었다. 저들 무리에 함께 끼고 싶었다. 주위만 뱅뱅 맴돌던 나는 결국 공터를 나와 다시 숙소에 돌아왔다. 텅 빈 마음이었다. 울적했다.



뮌헨 숙소에서 한국에 있는 엄마와 통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싸준 한국 음식을 숙소에서 먹다가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 목소리를 들으니 우울한 마음이 북받쳐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것은 꾹 눌러 참았다.


여행이 마냥 즐겁지는 않다는 것을 알아가는 중이었다.


뮌헨에 짐을 풀고 며칠 동안은 넘실대는 감정의 파도에 힘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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