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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Nov 05. 2021

울름

2015년 5월 3일, 아홉 번째 도시

울름은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날씨가 굉장히 흐렸다. 무엇보다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다. 숙소에 일찍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여행길은 인생길 같다. 외로움과 고독이 가득하다. (…) 정해진 표지판대로 가지 않아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내가 어디로 갈지 분명하기만 하다면, 중간에 조금 길을 헤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뮌헨에서 우울함의 공격을 받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새로운 여행지로 발길을 돌린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의 나는 독일 현지인들보다 독일 내 여러 도시들을 더 많이 다녔던 것 같다. 시간도 넉넉하니 갈만 한 곳이라면 모두 다 여행책에 체크를 했었다.




지금도 ‘울름’하면, ‘대성당’과 ‘흐린 날씨’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역시 여행의 8할은 날씨다.



우울한 마음이 연달아 들면서 고독을 씹는 법도 배웠다. 자연스레 인생에 대한 고찰에 푹 빠지기도 했다.

혼자서 하는 여행이 쉽지는 않다는 걸 알아갔다. 나 자신과 독대하며 바로 서는 법을 알아간 것이다.


전날에 비가 얼마나 많이 왔었으면… 벚꽃이 다 떨어져서 온 길이 분홍빛이다. 아름다우면서 스산하다.


언제쯤 쨍한 하늘 아래에서 맑은 마음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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