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으로 점사를 본 것은 아닌지
신당을 차리고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라이브 점사와 전화, 방문 점사가 간간이 이어지는 중에, '무당은 점사를 봐야 진짜 무당'이라는 말에 '그래,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보다 더 많이 점사를 보며 나를 트레이닝 시키고 싶어졌다.
모 사주 어플에서 상담사를 뽑는다는 광고를 보고 테스트를 거쳐 상담사로 등록하고 나니, 쉬지 않고 전화가 왔다. 순식간에 4건의 상담을 하고 '인간의 마음'이 스멀스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았다.
"이게 맞아? 내가 인간의 마음으로 인의 공수를 던진 거 아닐까?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해석해 준 건 아닐까?내 생각이 개입된 거 아냐?"
그렇게 불안에 떨며 스스로를 의심하던 밤, 나는 내 점사 녹음파일을 다시 들어보았다.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었다. 내가 한 말들을 다시 곱씹어보며 복기했다. 그리고 확신이 들었다. "아... 이건 인간 김미정으로서 해줄 수 있는 점사는 아니구나."
그렇게 '인간의 확신'을 얻은 순간, '신(神)의 확신'이 나를 덮쳤다.
어제부터 나를 괴롭히던 무릎의 통증이 극심해졌다. 그러다 갑자기 가슴이 벌렁거리고, 온몸이 떨리며, 이유 모를 눈물이 터져 나왔다. 할머니가 오셨다.
"너 인간으로서 겪었던 일들... 그때도 내가 있어서 네가 그런 마음이 들었던 거다.. 그건 인간으로 니 마음이 아니라 내가 한 것이니 불안해하지 마라."
그 말씀을 듣고 나니, 나를 짓누르던 무릎의 통증이 거짓말처럼 덜 아파졌다.
생각해 보면 신기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코스트코에 다녀오며 필요한 화장 도구를 사기 위해 올리브영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운전을 하며 잘 가던 중에 갑자기 두통이 시작되었다. 그 순간 '안 되겠다. 그냥 집에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집으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신기하게도 집 근처 2분 거리였고, 집 앞에 도착하자 그 두통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만약 내가 고집을 부려 올리브영에 갔다면, 저녁 8시에 예정되어 있었던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며 더욱 조급했을 것이다. 할머니께서 "둘러둘러 가서 고생할까 봐" 그 순간 머리가 아프도록 만드신 거였다.
집에 돌아와 지인과 통화를 하다가, 또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혹시... 머리 아프세요?" "어? 맞아요. 어떻게 알았어요?" "일단 푹 쉬셔야겠어요." 전화를 끊고 나니, 내 머리는 다시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그 사람의 아픔을 내가 실시간으로 감응한 것이다.
이 모든 신기한 일들이 나를 덮치니, 좋으면서도 무섭고 혼란스러운 내 '소심한 인간 마음'은 어쩔 줄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신당의 촛불은 춤을 추고 있다. 창문은 닫혀있고 바람 한 점 없는데, 촛불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조상님들이 나에게 또렷이 알려주시는 것이다. "걱정할 거 없다. 너 무당으로서 잘 불리게 해 주마. 우리의 신령함이 이렇게 강하다."
이 모든 경험을 하고 나니, 하나의 감정이 선명해졌다. 굿판에 전날부터 가서 준비하는 것. '인간 김미정'으로서는 그토록 귀찮고 싫었던 그 일이, 이제는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간절하게 바라고 기대된다."
굿에 갈 때마다 무당으로서 점점 강해지는 나를 느끼기 때문이다. '인간'으로 거부하던 모든 것들을 '무당'으로서 기대하는 이 기분을 느끼는 내가, 나조차도 너무 신기하다.
그래, 오늘 하루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촛불이 저렇게 춤을 추고 있지 않은가.
오늘은 시장에 가서 신당에 올릴 음식과 과일을 사고 칼국수를 사 먹을 계획이다. 그래, 움직이자. 마음은 비우되 몸은 부지런히 움직이게 하자. 그러면 나머지는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해결해 주시고 무당으로서의 나를 채워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