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큰 단점은
과거를 쉽게 잊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했던 행동들이 문득, 자꾸 나를 괴롭혀
눈을 찔끔 감는 일이 잦다.
그렇게 혐오했던 과거의 애인들조차
화장실에서 손을 씻을 때,
쓰레기를 버릴 때,
아무렇지 않게 떠오른다.
그 친구의 이름은 뭐였더라,
스스로에게 문제를 내듯 묻기도 한다.
삶이 그렇게 재미없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자꾸 나에게 미션을 주는 걸까.
도서관에 앉아 있는 지금은 여덟 시.
아홉 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이 책을 한 챕터 더 읽을 수 있을지,
엘리베이터를 탈지 계단을 오를지.
이런 나라서 하루가 재미있고,
이런 나라서 미래가 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