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제부터 엄마 따라 해 봐

마음이불

by 그럴수있지

놀이터에서 첫째가 그네를 신나게 타고 있다.

이제 혼자서도 스스로 밀면서 제법 타는 중이라 노는걸 멀리서 지켜보는데

한 살 어린 동생이 다가와 이야기한다.

"내가 탈 거야, 내려"

아이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그네를 내어주고는 다른 쪽으로 가서 침울한 표정으로 감정을 삭인다.

아이고 속 터져..

"그네 더 타고 싶었니?? 그런데 왜 그냥 내렸어?"

아무래도 답답한 내 마음이 말투에 묻어났는지 아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 그네는 모두가 타는 거야, 그러니까 니가 내리라고 하면 안 돼,

내가 조금만 더 타고 내려줄게라고 이야기하면 되는 거야~

그래도 잘못한 게 아니야"

라고 이야기하며 고민을 하나 적립한다.



오랜만에 친구들 여럿과 키즈카페를 갔다.

신나게 잘 놀던 아이가

어느 순간 시무룩한 표정으로 혼자 있다.

"엄마, 나 A랑 같이 놀려고 했는데 B가 A는 자기랑 놀 거라고 했어"

"엥? 세 명이 같이 놀아도 되고, B한테 A는 나랑도 놀 수 있어!라고 말해도 괜찮아"

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에 고민이 백개 적립된다.

"엄마.. 내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B가 속상하잖아.."

지금 네가 속상한 건!!????

엄마가 속상한 건...???

...

엉엉엉



로미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주장을 분명히 또렷하게 말하지 못한다.

아니, 안 하는 건가

그래서 6살 첫째, 8개월 둘째,

두 아이를 키우는 요즘 제일 고민인 건

첫째 아이의 사회생활.

정확히 말해 사회화된 인간관계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참 빠르다.

아이들이 똑똑해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손잡고 아장아장 걸으며 넘어지는 것만 고민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사회생활을 벌써 고민해야 한다니 참 빠른 것 같다.

막연히 초등학교 들어가면 할 고민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장 발에 불이 떨어져 동동거린다.

발을 동동거릴수록 정신은 더 없어진다.



5살까지는 이런 고민을 하게 될지 몰랐을 정도로 아이의 사회생활에 자신 있었다.

(이젠 뭐든 자신할 수 없다)

다정한 성격에 말도 예쁘게 해서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아이가 6살이 되면서 이런 고민이 시작됐는데


6살이라는 그들의 시간에 도달해서인지

아니면 동생이 태어나면서 새로운 환경으로 변해서인지는 알 수 없다.

아마 두 가지 요소가 다 작용했을 텐데


두 번째 요소에 자꾸 무게가 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동생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고 다정하게 말했을 집의 규칙을 조금은 더 강하게 이야기했고,

아이의 실수로 동생이 울었을 때는

입은 괜찮다면서 눈은 동생에게서 떼지 못하는 엄마를 보았을 테고,

친구들과 놀러 갈 수 있는 자리는 어떻게든 함께 갈 수 있도록 해주던 엄마가

이제 이런저런 이유를 설명하며 못해주는 날이 많아졌다.

아빠에게 혼나는 날도 많아졌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이 외에도 참 많을 텐데,

아이가 지금 당장은 예전과 같으면 그건 진짜 유니콘이지.


내가 당장에 입이 헐고 혓바늘이 나서 나만 힘들 줄 알았지

아이가 겪을 변화에 진심으로 공감해주진 못했던 건 아니었는지

생각하며 한없이 마음속 굴을 판다.

그렇게 2,3주 고민하다 보니

SNS 알고리즘이 이런저런 책을 소개해준다.

(난 아직도 이 알고리즘이 너무 신기해서 무섭다)


그중 아주 직관적인 제목의 책을 한 권 샀다.

참 이상하게도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는데도

파고 들어갔던 굴을 슬슬 빠져나오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나도 모르게 '시작이 반'인걸 하고 있었나 보다.



우선

아이가 지금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그 감정과 그에 대한 생각을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주기

그리고 그 감정에 대해 제대로 공감해 주는 것부터 해야겠다.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알아주는 엄마가 있다는 걸 느끼고

아이도 자신의 마음을 더 아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가 둘이 되면서

완벽히 모든 걸 케어할 수 없는 걸 인정하더라도

절대 놓칠 수 없는 건

내 아이의 마음인걸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에게 저녁으로 치킨을 시켜주더라도

그날 저녁에 아이의 마음에 이불 덮어주는 건 잊지 말아야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