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의 첫돌
건강이의 1년을 꽉 채운 첫 번째 생일이 지난 지도 벌써 이틀이 되었다.
참 시간은 빠르고 또 느리게 간다.
하루 일과 안에 살고 있을 때는 저녁이 (정확히는 남편이 오는) 그렇게 느리게 오다가
이렇게 지난날을 떠올리면 그렇게 빨리 지나왔을 수가 없다.
아마 그날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아쉬움에 체감상의 가속이 붙는 건지도 모르겠다.
돌이 다가오면서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았다.
성장 앨범은 하지 않았으니 첫째 때 찍었던 한옥스튜디오도 똑같이 해주고 싶고,
아마도(제발) 나의 마지막 자녀이니 돌잔치도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작년 남편의 성과급을 고이 빼두었더니 준비는 나름 수월했다.
가장 신경 쓴 것은 아이 둘의 마음이다.
우리 가족의 생활의 중심에 있던 아이가
동생이라는 작고 약한 존재가 생겨남으로
자연스럽게 두 개의 중점으로 밀리고 꾹꾹 눌러왔던 설움이,
지금 동생이 주인공인 행사에서 터지지 않고
잘 아물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사진에 한참 관심이 많은 6살 첫째를 위해
스튜디오 촬영과 돌잔치 스냅 의상도 신경 써서 준비하고
작가님께 부모의 분량이 조금 적어져도 첫째 아이의 분량을 늘려달라고 몰래 부탁하기도 했다.
아직은 둘째가 말을 정확히 이해 못 하는 덕분에
촬영 중간중간에 센스 있는 작가님들과 첫째에 대한 칭찬을 마음껏 늘어놓았다.
돌잔치 날,
부모의 감사의 말을 전하는 시간에 미리 편지를 준비했다.
...
1년 동안 건강하게 잘 자라준 우리 건강이에게 가장 고맙고,
다음으로는 건강이를 가족으로 잘 받아주고
이젠 엄마의 마음도 제법 토닥거려 줄 수 있을 정도로
몸도 마음도 훌쩍 커버린 우리 로미에게 고맙습니다.
...
편지를 읽고 첫째 아이에게 꽃다발을 주며
우리는 서로의 글썽이는 눈을 바라보고 꼭 안아주었다.
아이가 눈으로
'엄마, 내 마음 알아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이에게 참 고마웠다.
또 중요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은
미래에 둘째가 그날들의 사진을 보았을 때
자신이 주인공으로 충분히 누리지 못했음을 서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에게 해주었던 것들에 더해
지금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자원과 정성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돌잔치를 하기 전날, 당연하게도 잠이 오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둘째를 가만 바라보다 목에 자꾸 뭐가 걸린다.
참 1년 동안 많이 컸다. 우리 집 아기.
언니 때만큼 스트레칭도 많이 못해줬는데 이렇게 키도 크고
식사도 더 다양하게 만들어주지 못했는데 어느새 튼튼하게 자랐네.
엄마의 몸이 하나라 내내 붙어있지 못해 쿵쿵 여기저기 넘어지기도 해서
쓸데없는 걱정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똘똘하게 자랐어
백번 이백번 너의 눈짓을 따라가며 함께 웃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도
엄마만 보면 해사하게 웃어주는 우리 작은 아기
참 고마워 우리 아가.
고장 난 호르몬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건지,
엄마가 되어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고마워도, 미안해도, 행복해도 눈물이 나는 요즘이다.
지난 1년간 행복한 만큼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아마 욕심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상황과
나의 체력과 감정적 여유의 부족에서 오는 것들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 걸 보니
참 그만큼 열심히, 잘하고 있어서 그랬을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수고했다 우리.
이제 첫 1년이 지났으니 조금의 긴장은 내려놓아도 되겠지
아이들도 나와 남편도 네 명 가족인 우리에게 적응했으니
이제는 조금은 편하게 지금을 바라볼 수 있다.
언니의 방을 어지럽히는 건강이를 혼내는 로미를 보며 애써 웃음을 참고
아이들끼리 눈을 맞추면서 엄마 놀리기도 한참인
요즘의 우리는 행복하다.
이 귀여운 행복도 잘 키우면
내년 둘째의 두 돌 때는 얼마나 커 있을까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