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ris8679

네, 부러워하고 있습니다만.

by 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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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늘 여러 가지 분주한 마음이 오간다.

'오늘은 니모 뭘 먹이나' 하는 본능적인 고민으로 시작되어 아침식사를 끝낼 쯤이면, 그제야 요 며칠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렇다. 나는 분명 부러웠던 거다.
지난주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니모와 아빠 회사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언젠가부터 니모가 아침마다 회사 가는 아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나는 아빠를 놀고 싶은데, 아빠는 왜 회사 가야 해? 나는 너무 슬퍼. 가지 마'라고 신파극을 벌이자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 도시락을 싸와서 신랑 회사 로비 1층에서 점심을 같이 보내기로 한 것.
회사는 늘 만차라 주차할 공간이 없어 니모와 버스를 타고 가는데, 니모는 버스 타는 게 좋은가 보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것마다 놓치지 않고 엄마한테 얘기해주기도 하고, 정류장마다 버스가 멈추면 앵무새처럼 묻고 또 묻는다. '엄마, 다 왔어? 더 가야 해? 얼마나 걸려?'

신랑 회사 근처 정류장에 딱 내리면 공기부터 다르다. 반듯반듯 웅장한 건물들과 직장인들이 모인 곳의 공기는 다소 무겁고 정적이다. 잘 다려진 셔츠와 세련된 코트에 구두를 신고 회사를 드나드는 직장인들. 365일 외모에 큰 변화가 없는 나에겐, 매우 화사해 보이는 그들이다.
이런 내 마음이 우스워 직장생활을 돌이켜본다. 그만두고 싶다며 얼마나 힘들어했던가. 불편한 사람들과 섞여 애써 웃으며 밥을 먹어야 하고 일을 다 끝낸 퇴근시간이라도 눈치를 살펴 자리를 떠야 했던, 일만 하는 기계 같은 그 시간들을 나는 얼마나 답답해했었냐는 말이다.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닐 거란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아주 작은 사람이라 지금 이 순간은 비까뻔적한 건물에서 일하는 이들이 부러워 조심스레 사람 구경(?)을 한다.

어제는 동네 j엄마와 우연히 얘기를 나누다가 j엄마가 '아들 셋'을 키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존경스러웠는데
'일'을 하고 있다는 말에 '와~능력 자시네요.'라고 답하고 돌아섰다. 니모와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마음이 한구석이 서늘했다.

동탄은 유치원 비리 문제로 내년 원아모집 일정이 죄다 보류된 상태다. 단설 유치원에 못 들어가면 학원이라도 보내자는 신랑의 말에 나는 불끈했다. 이제는 어디라도 보내서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마음이 강했나 보다. 불끈한 내게 신랑은 학원이 아니라, 베베궁(실제 어학원으로 분류된 기관) 같은 놀이학교를 말하는 거라 정정했지만 풀리지 않은 마음은 내 몫으로 남아있다.

_그들은 나를 부러워할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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