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ris8679

니모와 타이베이에 갈 수 있을까?

아이와 두 번째 타이베이 여행.

by 꿈샘

"여보. 밤에 니모가 많이 간지러워서 잠도 잘 못 잘 텐데 괜히 고생이나 하고 오는 건 아닐까.'

"여보.니모 음식은 어떡하지? 여기서처럼 매 끼니 도시락 싸다닐 수도 없고 괜히 뭐하나 잘 못 먹었다가 피부가 더 악화되면 어떡하지?"

내 안의 '걱정씨'는 대만 여행 가기 며칠 전부터 부지런히 시작되었다.
'그거 다 감안하고 그냥 가는 거죠 뭐.'
언제나 그랬듯 남편의 쿨한 정리로 걱정거리는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남편은 그런 존재다.
걱정이 많아 벌벌 떨고 있는 내게 다가와 '그거 별거 아니야.' 어깨를 툭 치고 걱정의 무게를 단번에 덜어주는 사람.

타이베이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한 순간, 건강한 기분이 들었다. 참 오랜만이었다. 모든 게 다 잘 될 것 같다는 건강한 기분. 10월의 타이베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우리가 머물렀던 날들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절하게 따듯한 햇살과 살랑이는 바람 그리고 친절한 대만 사람들.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과잉 친절이 아닌, 마음에 가까운 따스한 친절. 그들과 섞는 중국어는 참으로 편안하다.말도 안 되는 말을 쏟아내도 '오구오구 그래 너 중국어 잘한다.'라며 다 받아줄 것만 같아서일까. 내가 중국어를 좋아하지만 중국보다는 대만을 더 자주 가는 이유기도 하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아예 마음을 내려놓았다. 니모가 무얼 먹든, 어떤 걸 먹이든 혹시나 피부로 나타나는 반응에 너무 놀라거나 속상해 말자고.(감사하게도 니모는 여행 내내 음식에 대한 피부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니모가 제법 컸다는 걸, 여행 와서 새삼 깨달았다.
네 살 아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아침 비행기라 이른 새벽에 깨워 차에 태워도 짜증 내거나 울지 않았고(잠에서 깼는데 울지 않는다는 건 니모에게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오히려 비행기를 타러 간다고 좋아했다. 비행기에 타서도 얌전히 앉아 있었고 식당에서도 스스로 자기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숟가락과 포크를 이용해 먹었다. 하루 여행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면 알아서 손을 씻고 옷을 벗는가 하면, 본인을 향해 관심을 가지며 미소 짓는 사람에게는 '니하오', '씨에씨에'라는 말로 예쁜 짓을 하기도 했다.
아이와 여행 와서 제법 많이 걸어 다녔다. 일 년 전만 해도 니모가 천방지축 어디로 튀어나갈지 몰라(작년 여행 때는 안심 방지 팔찌도 구매했었구나.) 노심초사 유모차에 태워 다녔는데, 이번에는 아침마다 니모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오늘 여행할 곳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두 손을 꼬옥 잡고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물론 늘 좋았던 건 아니다. 타이베이에서 여행하는 동안 니모는 밤보다 낮에 더 간지러워했다. 택시를 타거나 관람차를 타러 대기하는, 잠시 멈춰있을 때면 어김없이 바지 위로 손을 뻗어 '벅벅' 긁으며 힘들어하곤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다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타이베이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우라이 온천 마을에서 우리는 '기적'을 만났다.

언젠가 타이베이에 오면 온천을 꼭 가보고 싶었더랬다. 순전히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이었지, 니모 피부에 도움이 될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숙소에 도착해 욕조에 물을 받고 셋이서 한참을 놀다가 니모의 몸을 만졌는데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깜짝 놀랐다. 니모의 피부, 그 감촉은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그야말로 '뽀송뽀송, 매끈매끈, 부들부들' 아기 피부였다. 그날 목욕을 끝낸 니모는 오랜만에 자면서도 땀을 많이 흘렸고, 우리는 잠든 니모의 피부를 자꾸만 조몰락거리며 '아, 이건 기적이야' 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주말마다 전국 물 좋은 온천은 다 찾아다닐 거라며 다짐했다.


우리가 이륙하기 불과 한 시간 전쯤이었을까? 타이베이에 6.0 규모의 지진이 있었다는 소식과 그 전날 기차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는 소식을 늦게나마 들었다. 무사히 한국에 돌아온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하마터면 돌아오지 못했겠다는 생각을 하니 식은땀이 다 흘렀다.

니모의 마음속에는 타이베이가 어떻게 그려졌을까?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수시로 아빠가 공항에서 사준 비행기 장난감을 꺼내며 '엄마, 나 대만 여행 또 가고 싶어.'라고 얘기한다.


'그래. 엄마도 가고 싶어. 너보다 훨씬 더 많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 시간의 심리상담